이미지 확대보기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부동산 담보대출에 의존하는 영업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데다,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청년 창업기업들은 성장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혁신성을 검증받은 기업조차 정식 인가 과정에서 탈락한 사례도 도마에 올랐다. 금융위가 추진하는 생산적금융 정책이 단순한 공급 규모 확대를 넘어 금융회사의 자금운용 관행과 혁신기업의 시장 진입환경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 셈이다.
'전당포식 담보대출' 지적…은행 자본규제 재점검 요구
이미지 확대보기이날 유동수닫기
유동수기사 모아보기 국회 정무위원장은 국내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부동산 담보 중심의 영업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며 금융산업의 자금공급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유 위원장은 “은행들이 부동산 담보를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위험을 부담하면서 높은 수익을 누리는 구조가 주택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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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부동산 대출에 적용되는 위험가중치 정책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은행권 자금이 주택담보대출에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하고 중소기업과 벤처·스타트업 등 생산적 부문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제도적 유인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유 위원장이 "주담대 위험가중치를 현행 15%에서 20%로 높인 데 이어 추가 인상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이억원닫기
이억원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은 “시장 상황에 따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이는 금융위가 국감에 앞서 제출한 국정과제 추진현황과도 맞닿아 있다. 금융위는 '금융안정과 생산적 금융을 위한 가계부채 관리'를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하면서 부동산 관련 대출에 추가적인 자본적립 의무를 부과하고, 설비투자 등 기업금융 관련 자본적립 부담은 국제기준 범위에서 완화하겠다고 명시했다.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할 때 요구되는 자기자본 부담을 높여 과도한 대출 확대를 억제하는 동시에 기업금융에 대해서는 자본 활용의 여지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청년기업 자금난 호소…200조 성장펀드 '현장 체감' 과제
청년 창업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의 실효성도 국감에서 제기됐다.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예린 이지포뮬라 대표는 사업 성장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적절한 시점에 조달하기 어렵다는 현장의 고충을 전달했다.창업 초기 기업은 제품 개발과 생산 등에 상당한 선투자 자금이 필요하지만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전에는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거래 이력이 짧은 청년기업을 기존 기업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기보다 사업의 성장 가능성과 자금 수요의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의 심사체계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금융위 역시 금융이력 중심의 평가방식을 보완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소상공인의 미래 성장성을 평가하는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모형(SCB)을 도입했다. 9월에는 창업·성장·경영애로 해소 등을 지원하는 12조30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더드림 패키지도 마련했다.
그러나 소상공인 대상 신용평가체계 개선과 매출 발생 이전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혁신기업의 자금조달 문제는 성격이 다르다. 초기 기술기업의 사업성을 어떻게 평가하고 금융회사가 부담해야 할 위험을 어떻게 분담할지가 추가 과제로 남아 있는 모습이다.
이억원 위원장은 이날 국감 업무보고에서 국민성장펀드를 기존 150조원에서 200조원 규모의 성장투자 플랫폼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연간 운영 규모를 40조원으로 높이고 우주항공 등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한편 기업에 대한 직접투자 규모도 늘려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국민성장펀드는 지난 9월 말까지 35건의 사업에 총 18조9000억원의 자금공급을 승인했다. 인프라 투융자가 7조6000억원, 저리대출이 6조9000억원, 기업 지분 직접투자가 2조8000억원 등이다.
혁신기업 키운다면서 인가 문턱 높아…샌드박스 실효성 논란
혁신금융 분야에서는 금융당국의 규제샌드박스 제도와 정식 인가 절차의 연계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위의 혁신금융 심사 과정이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공정성과 형평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 것은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를 운영해 온 루센트블록이다. 루센트블록은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약 4년간 조각투자 서비스를 실증하고 50만명가량의 이용자를 확보했지만, 올해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심사에서는 탈락했다.
반면 한국거래소 주도의 KDX와 넥스트레이드 중심 컨소시엄은 예비인가를 받았다. 민 의원은 금융당국이 혁신기업에 실증 기회를 제공하면서도 정작 제도권 시장이 열리는 단계에서는 해당 기업의 실증 성과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 역시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시장을 개척한 스타트업보다 기존 대형 금융기관들이 제도화의 혜택을 누리는 구조가 적절한지 따져 물었다.
조 의원은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인가 사업자를 사실상 두 곳으로 제한한 근거를 문제 삼으며 혁신기업에도 정당하게 경쟁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적금융 성패, '자금 흐름·시장 진입'에 달렸다
이번 금융위 국감에서 제기된 생산적금융과 혁신금융 관련 지적은 금융산업 전반의 자금 배분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공통된 문제의식으로 연결된다.은행의 담보대출 중심 영업, 청년기업에 불리한 금융심사 관행, 혁신금융서비스의 정식 인가 장벽은 각각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기존 금융시스템이 새로운 산업과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맞닿아 있다.
금융위가 국민성장펀드 규모를 확대하고 위험가중치·면책규정 등 제도적 유인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은 생산적금융 전환을 위한 기반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대규모 정책자금의 공급이 실제 민간은행의 여신구조 변화로 이어지는지, 성장 초기 기업들의 금융 접근성을 얼마나 개선하는지, 규제샌드박스가 혁신기업의 사업화까지 뒷받침하는지는 여전히 검증이 필요한 부분으로 남아있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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