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선택지 중 위험을 최소화하는 안정형 선택지가 10명 중 8명을 웃도는 것은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일단 연금의 특성상 손실을 피하려는 선호와 수요가 존재한다. 그러나 소극적 운용 관행이 고착화되는 데는 구조적 요인이 상존한다.
적립금·가입자수-수익률 '반비례' 관계
11일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의 집계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디폴트옵션 투자유형 중 안정형 적립금이 45조5000억원 규모로, 전체(53조3000억원)의 85.4%를 차지했다.지정 가입자수도 583만명으로, 전체(734만명)의 79.4%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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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옵션 투자 유형은 안정형, 안정투자형, 중립투자형, 적극투자형으로 나뉜다.
안정형의 가장 반대편인 적극투자형의 경우, 적립금이 1조4000억원으로, 전체의 2.6%에 그쳤다. 가입자수 비중도 5.3%(39만명)였다.
안정투자형 적립금은 3조9000억원으로 7.3%, 가입자는 전체의 8.7%(64만명) 수준이었다. 중립투자형은 적립금은 2조5000억원으로 4.7%, 가입자수 비중은 48만명으로 6.4%였다.
문제는 투자 유형 간 수익률 격차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41개 금융기관의 319개 상품 정부 승인 기준 2025년 연간 수익률을 보면, 안정형은 2.63%에 그쳤다. 전체 평균(3.69%)에도 못 미친다.
반면, 적극투자형이 14.93%로 가장 높았다. 중립투자형 10.81%, 안정투자형 7.47%였다.
이는 공시된 투자유형별 연간 수익률을 투자유형별 적립금 비중으로 가중해서 산출한 수치다.
전체 수익률(3.7%)이 전년(4.1%) 대비 0.4%p 가량 하락했는데, 안정형 쏠림이 반영돼 있다고 분석됐다.
안정형 상품은 은행의 정기예금 또는 보험사의 원리금보장보험 상품(이율보증형 보험계약)만으로 구성돼 있어서 수익률 제고가 쉽지 않다.
적극투자형 상품이기는 하지만, 대체로 연금에 부합하는 글로벌 분산투자와 ETF(상장지수펀드) 중심 자산배분 전략이 두드러진다. BF(밸런스드펀드), TDF(타깃데이트펀드) 등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돼 있다.
"연금특화 자산배분 펀드 중심 돼야"
연금 특성 상 장기간에 걸쳐 복리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자산배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가장 큰 장벽은 원리금보장이라는 선택지다.
연금에서 안정적 투자 성향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나, 궁극적으로 노후 보장 수익률을 확보하고 인플레이션을 헷지(hedge)할 수 있도록 장기 투자에 부합하는 자산 배분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호주의 'MySuper', 미국의 '401(k)' 등 해외 연금 선진국 사례만 봐도, 가입자에게 위험 수준 선택이 아닌 분산투자 디폴트옵션이 가동된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초고령사회 다층노후소득을 위한 퇴직연금제도 개편' 리포트(2026년 9월)에서 퇴직연금이 500조원을 넘어선 적립금 규모에도 원리금보장 상품 편중, 낮은 장기수익률, 형식적 디폴트옵션이 제도 목적을 제약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남 선임연구위원은 "디폴트옵션의 목적은 가입자의 무관심으로 인한 저성과 상품 방치를 차단하고 분산된 위험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있다"며 "이를 위해 현행 '옵트 인(opt-in)' 방식의 사전지정운용제도가 '옵트 아웃(opt-out)' 방식의 디폴트제도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100% 원리금보장 상품으로만 구성된 디폴트옵션은 적격상품 승인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사전에 정해둔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될 때 지나친 위험회피로 유도될 가능성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에 따르면, 상품 유형 별로 TDF는 13.7%의 수익률 성과를 기록, 디폴트옵션(3.7%)을 훨씬 웃돌았다. 투자 유형에서 안정형 비중이 과중하게 선택된 데 따른 것이다.
남 위원은 리포트에서 "디폴트옵션의 적격상품은 "TDF와 TRF(타깃리스크펀드) 등 연금자산 운용에 특화된 장기투자형 자산배분펀드 중심으로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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