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기금형 퇴직연금은 현행 계약형 퇴직연금과 비교되는 개념이다. 계약형이 가입자가 개별 금융사와 계약을 맺고 직접 금융 상품을 고른다면, 기금형은 하나의 기금으로 모아 전문가가 통합 운용하는 방식으로 볼 수 있다.
현행 퇴직연금이 방치된 운용과 원리금보장 집중에 따른 낮은 수익률 등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입자 우선의 제도 정비가 중요시 되고 있다.
DC형 퇴직연금 대상 기금화…계약형과 병행
5일 정부,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노사정 퇴직연금 공동선언 이후 노사정과 전문가로 구성된 '기금형 실무작업반'을 통해 기금형 퇴직연금 설계를 하고 있다. 정부는 설계안이 마무리되면 이를 포함해서 이달 제도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노사정 합의된 기금형 퇴직연금 활성화의 핵심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DC(확정기여형)이 도입 대상이다. 다양한 유형을 제시해서 가입자의 선택권을 넓혀 나가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은행·증권·보험 등 민간 금융회사가 별도의 수탁법인을 설립하고 불특정 다수 사업장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기금화해서 운영하는 '금융기관 개방형 기금' 도입이 포함됐다. 복수의 특정 사용자가 연합해서 별도의 공동 수탁법인을 설립하고, 그 수탁법인을 통해 소속 근로자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기금화해 운영하는 '연합형 기금' 도입도 제시됐다.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의 가입 대상을 300인 이하 사업장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등 '공공기관 개방형 기금'을 활성화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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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수익률…기금형이 대안될 수 있을까
DC형 퇴직연금의 경우, 적립금의 70%까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안정 지향적인 연금의 특성, 생업이 바쁜 일반 가입자 대다수가 원리금보장 예금성 상품에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 형편이다.기금형 도입에 힘이 실린 배경에는 현재 계약형 제도만으로 장기 분산투자를 통한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연금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실증 결과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공시에 따르면, 2026년 2분기말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DB+DC+IRP)은 553조8691억원까지 커졌다.
이 중 DC형 퇴직연금 적립금은 163조3339억원인데, 이 때 인플레이션 헷지가 어려운 원리금보장형 선택이 83조3740억원으로, 실적배당형(79조9599억원)보다 비중이 크다.
수익률 측면에서 볼 때, 기금형 도입 시에도 원리금보장형 상품 허용 여부가 상당히 중요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성욱닫기
박성욱기사 모아보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금형 퇴직연금 활성화 추진에 따른 고려사항' 리포트에서 "기금형 퇴직연금은 원리금보장을 배제하고 대표 펀드를 통해 합리적인 위험통제 하에서 적정한 수익을 확보함으로써 디폴트옵션의 대표 모델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이어 박 선임연구위원은 "기금형 퇴직연금이 잘 정착하려면 가입자의 이익만을 위해 기금을 운용하는 수탁자 책임에 대한 감독이 중요하다"며 "기금의 형태에 따라 맞춤형 감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경계하는 금융사들…디폴트옵션 정비 등 목소리도
기금형 퇴직연금 논의가 촉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2014년에 퇴직연금 활성화 방안 당시 제안된 개념이다. 이번에 실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 입법까지 이뤄질 경우, 내년에 제도 도입 예상이 가능하다.가입자 운용의 DC형과 IRP(개인형퇴직연금) 비중이 확대되는 구조에서 그동안 민간에서 퇴직연금 시장을 확대해 온 기존 금융사들은 상당한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제도적으로도 지난 2022년 도입한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내재적 한계 등으로 선진국 사례 대비해서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설계의 주안점' 리포트에서 "특히 DC형의 구조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상품 단에서 가입자의 선택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옵트 아웃(opt-out)' 방식의 실질적 디폴트 구조, 전문운용조직의 독립성, 기금 간 성과·비용 경쟁, 저성과 기금에 대한 시정과 퇴출 규율이 제도 설계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남 선임연구위원은 "기금형 도입과 함께 계약형 제도의 운용구조 개편, 사전지정운용제도 개선, DB(확정급여형) 적립금의 일임위탁 확대, 퇴직연금사업자 평가 및 비교공시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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