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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증권’과 ‘증권 토큰화’는 다르다…디지털 자본시장 다음 단계는

기사입력 : 2026-08-0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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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증권은 비정형 자산·권리를 증권화…증권 토큰화는 기존 증권을 디지털 원장으로
부동산·미술품 등 ‘자산의 증권화’와 주식·채권 등 ‘증권의 디지털화’ 구분해야
토큰증권 제도화 넘어 정형증권 토큰화까지…디지털 자본시장 2단계 진입

‘토큰증권’과 ‘증권 토큰화’는 다르다…디지털 자본시장 다음 단계는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토큰증권(Security Token) 시장이 제도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금융투자업계에서 관련 용어가 혼용되고 있다. 특히 ‘토큰증권’과 ‘증권의 토큰화’를 동일한 개념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두 개념 모두 블록체인 또는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출발점과 목적은 다르다. 토큰증권이 기존 금융시장 밖에 있거나 전통적인 방식으로 유통하기 어려웠던 자산·권리를 증권으로 구조화해 제도권에 편입하는 과정이라면, 증권의 토큰화는 이미 자본시장에 존재하는 주식·채권 등 정형증권을 디지털 원장 위에서 발행·거래·결제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개념에 가깝다.

토큰증권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이 같은 개념을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앞으로는 조각투자와 같은 새로운 금융상품뿐 아니라 기존 자본시장 인프라 자체의 디지털 전환까지 논의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토큰증권은 ‘자산·권리를 증권화’하는 것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큰증권을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자산·권리를 증권으로 만드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부동산이나 미술품, 음원 저작권 등은 그 자체로는 주식이나 채권처럼 전통적인 방식으로 거래하기 어려운 자산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하나의 부동산이나 고가의 미술품에 직접 투자하려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

토큰증권은 이 같은 자산·권리를 투자계약증권이나 신탁수익증권 등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 구조화한 뒤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발행·관리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00억원 규모의 부동산에 대한 권리를 하나의 투자상품으로 구조화하고 여러 투자자가 소액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조각투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즉, 토큰증권은 기존 금융시장 밖에 있거나 전통적인 방식으로 유통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자산·권리를 증권으로 구조화하는 데 활용된다.

따라서 토큰증권의 핵심은 단순히 ‘블록체인을 사용한다’는 데 있지 않다. 어떤 자산과 권리를 증권으로 만들 것인지, 투자자에게 어떤 권리를 부여할 것인지, 이를 어떻게 발행하고 유통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결국 토큰증권은 기술의 영역이면서 동시에 자본시장 제도의 영역이다.

증권의 토큰화는 ‘기존 증권’을 디지털로 옮기는 것

반면 ‘증권의 토큰화(Tokenization of Securities)’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이미 자본시장에 존재하는 주식·채권·국채·MMF 등 정형증권을 대상으로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발행·거래·결제·권리관리 방식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쉽게 말하면 토큰증권이 ‘자산·권리를 증권으로 만드는 것’이라면, 증권의 토큰화는 ‘이미 존재하는 증권을 새로운 디지털 인프라에서 처리하는 것’이다.

가령 삼성전자 주식과 연계된 새로운 투자상품을 토큰증권 형태로 설계하는 것과 기존 삼성전자 주식의 권리와 거래·결제 구조를 블록체인 기반 원장으로 옮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전자는 새로운 금융상품과 증권의 형태에 관한 문제이고, 후자는 기존 자본시장 인프라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관한 문제다.

때문에 증권의 토큰화에서는 조각투자보다 거래와 결제의 효율성, 실시간성, 원장 관리, 기관 간 연계, 자본시장 인프라의 변화가 주요 관심사가 된다.

디지털 자본시장, 토큰증권 다음 단계는

두 개념의 구분은 단순한 용어상의 문제가 아니다. 금융당국과 시장에서는 향후 주식·채권 등 정형증권의 토큰화와 온체인 결제 가능성까지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토큰증권이 새로운 증권의 발행과 유통 질서를 만드는 것이라면 정형증권의 토큰화는 기존 자본시장 인프라의 작동방식을 바꾸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내 디지털 자본시장의 발전 방향도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새로운 자산·권리의 증권화다. 부동산·미술품·저작권 등 기존 금융시장에 충분히 편입되지 못했던 자산·권리를 증권으로 구조화하고 소액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기존 금융자산의 디지털화다. 이미 거래되고 있는 주식·채권 등의 권리와 거래·결제 시스템을 분산원장 기반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 두 번째 단계가 본격화될 경우 자본시장 인프라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예탁원 역할도 ‘토큰증권 이후’를 겨냥

이 같은 변화에서 주목되는 곳이 한국예탁결제원이다.

토큰증권 제도가 시행되면 발행·유통 과정에서 새로운 디지털 증권 인프라가 필요해진다. 동시에 장기적으로 정형증권까지 토큰화될 경우 예탁·청산·결제라는 자본시장 인프라의 역할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역시 토큰증권 제도화뿐 아니라 장기적인 디지털 증권 인프라 변화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향후 정형증권의 토큰화가 현실화할 경우 기존 예탁·결제 시스템과 새로운 분산원장 기반 시스템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주요 과제가 될 수 있다.

특히 기존 주식과 채권이 토큰화되면 변화의 폭은 조각투자 시장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

거래와 결제가 보다 직접적으로 연결되고 거래 이후 결제까지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증권의 권리 이전과 대금 결제를 하나의 디지털 환경에서 연계하는 온체인 결제 모델도 논의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상품 하나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소·증권사·예탁결제기관·운용사 등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역할과 업무 프로세스가 바뀌는 문제다.

‘토큰증권=블록체인 증권’이라는 설명도 부족

그동안 시장에서는 토큰증권을 흔히 ‘블록체인 기반 증권’으로 설명해왔다.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충분하지 않다. 이렇게 설명하면 토큰증권의 본질이 기술에 있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토큰증권의 본질은 자산·권리를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 구조화하고 이를 디지털 방식으로 발행·관리하는 것에 있다.

반대로 증권의 토큰화에서는 블록체인 또는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기존 증권의 거래·결제·권리관리 구조를 어떻게 효율화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따라서 앞으로 언론 보도에서도 ‘토큰증권’이라는 표현만으로 모든 블록체인 기반 금융상품과 인프라를 설명하는 것은 피할 필요가 있다.

‘자산→증권’과 ‘증권→토큰’으로 구분하면 명확

두 개념을 가장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토큰증권 : 자산·권리 → 증권화 → 토큰 형태로 발행·관리

부동산·미술품 등 기존 금융시장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유통하기 어려웠던 자산·권리를 증권으로 구조화하고 이를 토큰 형태로 발행·관리하는 방식이다.

·증권의 토큰화 : 기존 증권 → 토큰화 → 거래·결제·권리관리

이미 존재하는 주식·채권 등의 증권을 분산원장 기반으로 전환해 거래·결제·권리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결국 하나는 증권의 외연을 넓히는 작업이고, 다른 하나는 증권시장의 작동방식을 바꾸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토큰증권 다음은 ‘자본시장 자체의 토큰화’

토큰증권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시장의 관심도 조각투자 상품을 넘어 기존 금융자산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처음에는 부동산·미술품 등 새로운 투자자산을 증권화하는 데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겠지만, 분산원장 기술이 금융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면 다음 질문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기존 주식과 채권도 토큰화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이 바로 증권의 토큰화다.

그리고 이 단계부터는 단순한 상품 혁신을 넘어 자본시장 인프라의 혁신이 시작된다.

거래소에서 거래하고 예탁결제원을 거쳐 결제하는 현재의 구조가 온체인 환경에서 어떻게 바뀔 것인지, 증권사와 예탁결제기관의 역할은 어떻게 재편될 것인지, 글로벌 금융기관과 국내 인프라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등이 새로운 과제가 된다.

따라서 국내 디지털 자본시장의 발전은 ‘토큰증권의 제도화’에서 ‘증권의 토큰화’로 영역이 확대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전자가 새로운 자산과 권리를 자본시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상품·제도의 혁신이라면, 후자는 기존 증권시장의 거래·결제·권리관리 인프라를 바꾸는 기술·인프라의 혁신이다.

결국 토큰증권 시대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토큰’이라는 기술보다 무엇을 토큰화하는가를 먼저 봐야 한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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