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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조ʼ 서울 區금고 전쟁…우리 ‘수성ʼ vs 신한·국민 ‘추격ʼ [은행권 금고 경쟁]

기사입력 : 2026-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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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영업 강자’ 우리銀, 최고 금리
“밑져도 따야” 상징성·확장성 노려

‘16조ʼ 서울 區금고 전쟁…우리 ‘수성ʼ vs 신한·국민 ‘추격ʼ [은행권 금고 경쟁]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총 16조 규모에 달하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금고(구금고) 운영권 약정기간이 올해 연말에 일제히 만료됨에 따라, 기존에 구금고를 운영하고 있던 은행들의 셈법이 복잡하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서울 구금고는 우리은행이 14곳으로 선두를 지키는 가운데 신한은행 6곳, KB국민은행 5곳이 뒤쫓는 구도다. 서울시금고를 신한은행에 내준 우리은행의 ‘수성’과 신한·국민은행의 ‘추격’이 맞붙는 3파전이 될 전망이다.

구금고는 금리 경쟁과 전산 운영비 부담 탓에 실익이 크지 않지만, 지자체 자금관리와 산하기관 금융거래를 장기간 확보할 수 있어 기관영업의 상징성이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당장 수익성은 낮더라도 서울 기관영업 판도를 좌우할 수 있는 전략 거점인 셈이다.

우리銀, 서울 구금고 최다 운영

현재 서울 구금고 시장은 우리은행이 우위를 지키고 있다. 우리은행은 강동·강서·관악·금천·마포·서대문·성북·송파·양천·용산·영등포·종로·중·중랑 등 14개 구를 맡고 있다. 신한은행은 강남·강북·구로·성동·서초·은평 등 6개 구를 운영 중이며, KB국민은행은 광진·노원·도봉·동대문·동작 등 5개 구를 확보하고 있다.

올해 초 공시 기준으로 우리은행의 금리는 장기예금(12개월 이상) 평균 3.64%, 3~6개월 평균 3.24%, 1~3개월 평균 2.97%로 가장 높았다.

서울 자치구 금고 중 가장 금리가 높은 종로, 서대문, 중구를 맡고 있는 것이 주효한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 평균 금리는 각각 6~12개월 3.31%, 3~6개월 2.97%, 1~3개월 2.81%순으로 나타났고, 국민은행 평균 금리는 3.33%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맡은 자치구 평균값의 중간 정도였다.

우리은행은 과거 서울시금고를 100년 넘게 맡았던 전통의 기관영업 강자다. 서울시 본청 금고를 신한은행에 내준 뒤에도 자치구 금고에서는 가장 많은 곳을 지키고 있다. 장기간 서울시와 자치구 금고를 운영하며 축적한 경험과 전담 인력, 전산 대응 역량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추격자 신한, 시금고 수성 저력

다만 최근에는 신한은행의 기세도 매섭다. 올해 입찰에서 우리은행을 다시 한 번 제치고 본청을 품에 안은 신한은행은 2018년 금고변경 이후 금고시스템을 큰 무리 없이 운영해오며 세간의 우려를 떨치고 안정성을 입증하고 있다.

하반기 구금고 입찰은 우리은행의 방어전이자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의 확장전이 될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기존 14곳을 최대한 지켜 서울 기관영업의 기반을 유지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한편, 신한은행은 서울시금고 수성에 이어 구금고 확대에 성공할 경우 명실상부한 서울 공공금융 강자로 올라설 수 있다. 국민은행은 현재 5곳에서 추가 확보에 성공할 경우 구금고 시장의 3강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오랜 기간 지방정부와 공공기관 금고를 관리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기관영업 인력과 시스템 운용 노하우 면에서 강점을 가진 은행으로 평가된다.

과거 서울시 본청 금고를 장기간 운영하며 대규모 세입·세출 관리, 지방세 수납, 공공자금 결제 등 복잡한 금고 업무를 수행해온 경험이 축적돼 있다는 점은 여전히 경쟁력으로 꼽힌다.

서울시 본청 금고를 신한은행에 내준 이후에도 구금고와 공공기관 금고 영업 기반을 유지하고 있으며, 국민연금공단 외화금고 재유치에 성공하는 등 대형 기관자금 관리 역량을 입증했다. 단순 출연금 경쟁을 넘어 안정적인 시스템 운영, 기관별 맞춤형 자금관리, 장기 거래관계 관리 측면에서 강점을 내세울 수 있는 구조다.

신한은행은 기관·제휴영업그룹을 중심으로 공공기관 영업을 전사 전략 차원으로 끌어올린 점이 특징이다. 특히 서울시금고 1·2금고를 모두 수성하며 대형 지방정부 금고 운영 경험과 브랜드 신뢰도를 확보했다.

신한은행의 강점은 전통적인 금고 업무에 머무르지 않고 카드, 모바일 플랫폼, 데이터 기반 마케팅 역량을 결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지방세·세외수입 납부 편의성 제고, 시민 대상 디지털 서비스 연계, 지역화폐·정책자금·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과의 결합 등에서 확장성이 크다. 여기에 서울시금고 운영을 통해 확보한 공공자금 수신 기반과 디지털 채널 경쟁력은 향후 구금고 수주전에서도 주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승자의 저주에서 포용금융 이정표로

겉으로 드러난 규모만 놓고 보면 서울 구금고 운영자금은 약 16조원에 달한다. 인천시 한 해 예산과 맞먹는 수준이다.

그러나 은행 입장에서 구금고는 대규모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사업인 동시에 출연금, 금리 경쟁, 전산 운영비 부담이 맞물려 실익이 크지 않은 영역으로 꼽힌다.

과당경쟁에 따른 ‘승자의 저주’ 우려도 배제하기 어렵다. 금고 유치를 위해 과도한 금리와 협력사업비를 제시할 경우, 은행 입장에서는 조달비용 부담과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전산 운영과 보안·장애 대응 비용까지 감안하면 금고 운영권을 따고도 실제 손익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금융당국 역시 은행권의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무리한 출혈 경쟁은 향후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서울 구금고 경쟁을 외면하지 않는 이유는 수익성보다 상징성에 있다. 서울 자치구 금고는 단순 예금 유치 사업을 넘어 기관영업 역량을 보여주는 대표 무대다.

구금고 경쟁이 과거와 같이 금리나 출연금만으로 결정되는 시장이 아니라는 점도 은행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말 개정된 행정안전부 예규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 금고의 평가기준은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 안정성(25점) ▲지자체 대출 및 예금금리(20점) ▲지역주민 이용 편의성(18점) ▲금고업무 관리능력(15점) ▲지역사회 기여 및 자치단체와의 협력사업(12점) ▲기타사항 (10점) 등으로, 금리의 배점이 높긴 하나 지역과의 융화를 좀 더 고려하는 차원으로 바뀌는 추세다.

구금고 선정은 금융당국과 지자체가 은행권의 상생금융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ESG·녹색금융, 소상공인 지원, 지역 재투자 평가, 취약계층 금융지원 실적 등도 입찰 과정에서 간접적인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금고 확보, 확장성·상징성 메리트

한 번 금고은행으로 선정되면 해당 자치구의 세입·세출 자금관리뿐 아니라 구청, 산하기관, 지역 내 공공기관과 장기간 거래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는 향후 공공기관 대출, 지방채 발행 지원, 교육기관·복지기관 금융, 지역 소상공인·주민 대상 금융서비스 등으로 연결될 여지도 크다.

구금고를 따내면 구청 청사 내 점포나 출장소 운영, 세금 납부 창구, 공무원 급여계좌, 신용대출, 법인카드, 복지카드, 지역사랑상품권 등으로 거래 접점을 넓힐 수 있다.

구청과 산하기관 임직원, 지역 주민, 소상공인을 자연스럽게 은행 고객으로 흡수할 수 있는 일종의 ‘캡티브 마켓’이 형성되는 셈이다.

특히 서울 구금고는 다른 지자체 금고 입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레퍼런스’ 성격이 강하다. 서울 자치구에서 금고 운영 경험과 전산 대응 역량, 금리 경쟁력을 인정받으면 다른 공공기관 영업에서도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반대로 서울 구금고에서 밀릴 경우 기관영업 경쟁력 약화로 해석될 수 있다. 은행들이 당장의 손익보다 장기적인 기관영업 판도와 브랜드 효과를 고려해 구금고 수주전에 뛰어드는 이유다.

그런가하면 최근 은행권을 둘러싼 영업환경 변화도 구금고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향해 이자이익 중심 영업에서 벗어나 생산적금융과 포용금융 역할을 확대하라고 주문하면서, 주택담보대출과 가계대출 중심의 전통적 예대마진 수익구조는 갈수록 압박을 받고 있다. 대출금리 인하 요구와 상생금융 확대, 취약차주 지원, 기업 성장자금 공급 요구가 동시에 커지면서 은행들이 과거처럼 가계대출 확대만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리기는 어려워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관영업은 은행권의 새 성장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대학, 병원, 복지기관 등을 상대로 한 기관영업은 단순 예금 유치를 넘어 세입·세출 자금관리, 급여이체, 법인카드, 공과금 수납, 지방세·세외수입 납부, 공공기관 대출, 전산·디지털 서비스까지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구금고 사업은 알려진 것처럼 당장 금고 자체의 수익성은 크지 않더라도 장기간 기관 고객을 묶어두는 기반 사업이 될 수 있다”며, “시금고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졌던 만큼 구금고 사업도 지난 선정 때보다 훨씬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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