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대응은 단순한 예금금리 인상에 그치지 않는다. 코스피 강세로 투자 수요가 커지자 원금보장형 지수연동예금(ELD) 등 투자형 수신상품까지 확대하며 자금 이탈 방어에 나서는 모습이다. 1분기 원화예수금 흐름도 은행별로 엇갈리면서 하반기 수신 기반 확보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예금 회전율 역대 최고
은행권이 수신 방어에 나선 배경에는 빠르게 높아진 예금 회전율이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예금은행의 저축성예금 회전율은 1.7회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85년 이후 최고치였던 지난해 12월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단기성 자금 이동도 활발하다. 3월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23.5회로 지난해 12월 23.6회에 이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전체 예금 회전율도 5.1회로 2009년 12월 이후 16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제 은행권에서 빠져나간 대기성 자금은 증시로 향하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2일 4309.63에서 2월 26일 6307.27까지 오른 뒤 3월 한때 상승세가 주춤했지만, 4월 29일 6690.90으로 전고점을 넘어섰다. 이후 5월 29일 8476.15, 6월 1일 8788.38까지 오르며 연초 대비 두 배 이상 상승했다. 금융투자협회 기준 투자자예탁금도 지난달 22일 121조2452억원을 기록하며 120조원대를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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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금리 3%대 중반 경쟁
예·적금 자금 이탈 조짐이 커지자 주요 은행들은 5월 들어 정기예금 금리를 잇따라 올렸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11일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0.10%p 인상했고, KB국민은행은 18일 'KB Star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0.10%p 높였다. 우리은행도 19일 '우리 원 플러스 예금' 금리를 최대 0.10%p 올렸다.신한은행은 27일부터 비대면 전용 상품인 '쏠편한 정기예금' 금리를 구간별로 조정했다. 6개월 만기 상품 금리는 연 2.70%에서 2.85%로 0.15%p 올랐고, 1년 만기 상품도 연 2.85%에서 2.90%로 상향됐다. 카카오뱅크도 28일부터 정기예금과 자유적금 금리를 최대 0.20%p 인상하며 수신 경쟁에 가세했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도 상승 흐름을 보였다. 은행연합회 공시 기준 올해 들어 4월까지 광주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는 2.81%에서 3.14%로 0.33%p 올랐다. BNK경남은행은 2.88%에서 3.19%로 0.31%p 상승했고, iM뱅크도 2.68%에서 2.96%로 0.28%p 높아졌다. 케이뱅크는 같은 기간 2.96%에서 3.16%로 0.20%p 올랐다.
6월 2일 기준 상품별 최고금리로는 SC제일은행 'e-그린세이브예금'이 최고 연 3.65%로 가장 높았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광주은행 '굿스타트예금'이 최고 연 3.51%를 제공했다. 케이뱅크 '코드K 정기예금'과 전북은행 'JB 123 정기예금'은 각각 최고 연 3.41%, 카카오뱅크 정기예금은 최고 연 3.40% 수준이다. 5대 시중은행 대표 정기예금 금리가 대체로 2%대 후반에서 3%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앞세워 수신 방어에 나선 것이다.
카카오뱅크도 수신 확대
금리 인상 폭이 크거나 최근 수신금리 조정에 나선 은행들의 1분기 원화예수금 증가 폭은 차이를 보였다. 신한은행의 1분기 말 원화예수금은 350조5211억원으로 지난해 말(339조930억원)보다 11조4281억원 증가했다. 5월 말 '쏠편한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0.15%p 올린 가운데 수신 기반도 확대된 셈이다.지방은행 중에서는 금리 인상 폭이 컸던 광주은행과 경남은행, 고금리 상품을 앞세운 전북은행의 흐름이 눈에 띈다. 광주은행의 원화예수금은 1분기 말 26조966억원으로 지난해 말(26조913억원) 대비 53억원 늘며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경남은행은 41조357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588억원 증가했고, 전북은행도 19조7030억원으로 5876억원 늘었다.
인터넷은행 중에서는 카카오뱅크의 수신 확대가 눈에 띈다. 카카오뱅크의 1분기 말 원화예수금은 69조2503억원으로 지난해 말(68조1318억원) 대비 1조1185억원 증가했다. 특히 요구불예금이 같은 기간 38조6805억원에서 39조7996억원으로 1조1191억원 늘며 수신 확대를 이끌었다.
이 같은 흐름은 은행별 수신전략 차별화로 이어지고 있다. 예수금 기반이 안정적인 은행은 수익성 방어를 고려해 금리 인상에 신중할 수 있지만, 수신 이탈 우려가 큰 은행은 고금리 특판이나 비대면 전용 상품을 앞세워 고객 유입을 유도할 필요성이 커진다.
ELD로 투트랙 방어
은행권 수신 경쟁은 예금금리 인상과 ELD 확대라는 투트랙으로 전개되고 있다. ELD는 만기 유지 시 원금을 보장하면서 코스피200 등 주가지수 상승에 따라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다. 증시 직접 투자에는 부담을 느끼지만 상승장에는 참여하고 싶은 대기성 자금을 붙잡는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국민은행은 최근 코스피20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KB Star 지수연동예금 26-4호'를 출시했다. IBK기업은행도 코스피200 연계형 'IBK지수연동예금 26-1차'를 6개월·1년 만기로 출시했고, NH농협은행은 원금보장형 '지수연동예금 26-3호'를 내놨다.
부산은행은 지난 4월 약 15년 만에 ELD 상품을 재출시하며 지방은행권의 투자형 수신 경쟁에 합류했다.
은행권이 ELD를 다시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예금금리만으로는 자금 이탈을 막기 어려워졌다는 판단과 맞닿아 있다. 5대 은행의 4월 말 요구불예금은 696조5524억원으로 전월보다 3조3557억원 줄었다. 정기예금도 2월 946조8897억원에서 3월 937조4565억원으로 감소한 뒤 4월 937조1834억원으로 줄어드는 흐름을 이어갔다.
은행권 관계자는 "예금금리 인상은 단순히 금리 경쟁 차원이라기보다 수신 이탈을 막고 안정적인 대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대응 성격이 크다"며 "증시 강세가 이어질수록 고금리 특판이나 ELD 같은 대안 상품을 활용한 수신 방어 전략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다혜 한국금융신문 기자 dahyej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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