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19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날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이츠 운영사 쿠팡이 신청한 동의의결 절차 개시 신청을 기각했다. 동의의결은 사업자가 원상회복, 피해구제, 거래질서 개선 등의 시정방안을 자진 제안하면 공정위가 이를 검토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앞서 배민과 쿠팡이츠가 입점업체에 경쟁 플랫폼보다 불리한 조건을 제시하지 못하도록 요구하는 이른바 ‘최혜대우 요구’ 행위 등을 통해 시장경쟁을 제한했는지 여부를 조사해왔다.
양사는 지난해 4월 최초로 동의의결을 신청했으나 올해 4월 이를 철회한 뒤 5월 수정된 신청서를 다시 제출했다. 이후 공정위는 지난 5월 27일과 6월 10일 전원회의를 열어 심의를 진행, 양사가 제출한 신청 내용이 동의의결 절차 개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이를 기각했다.
3600억 상생안도 안 통했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이번 동의의결 신청서에 총 3600억 원 규모의 상생지원 방안을 담았다. 역대 최대 규모의 지원책이었지만 공정위는 지원금 규모보다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인 시정 효과를 요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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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츠는 4년간 총 600억 원 규모의 시정·상생방안을 마련했다. 와우매장 선정기준 충족 여부 표시를 삭제하고 와우매장 제도와 무료배달 혜택을 연계하는 정책을 중단하는 등 거래질서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와우매장 운영으로 영향을 받은 입점업체와 영세·소규모 사업자를 대상으로 현금성 지원과 수수료·배달비 지원 그리고 광고·마케팅 지원 등을 제공하고, 외식업계 활성화를 위한 프로모션 및 해외 진출 프로그램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정위는 양사가 제시한 방안이 기존에 운영 중이거나 추진해온 프로모션과 지원 정책의 연장선에 머물러 있다고 봤다.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하고 훼손된 시장 경쟁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시정조치로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대표적인 예로 공정위는 신규 입점업체 지원 프로그램을 꼽았다. 공정위는 신규 입점업체가 기존 위반행위로 피해를 입은 대상이라고 보기 어려운데도 현재 운영 중인 신규 입점 프로모션을 시정방안으로 제시한 것은 동의의결 제도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양사가 제출한 방안이 입점업체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문제가 된 행위로 훼손된 경쟁질서를 회복하거나 향후 유사 행위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구조적 개선책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동의의결 무산…과징금 리스크 커졌다
공정위가 양사의 동의의결 신청을 기각하면서 본안 심의 절차가 재개될 전망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말 배민과 쿠팡이츠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했으며, 양사는 이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동의의결 절차가 무산되면서 공정위는 조만간 전원회의를 열고 위법 여부와 제재 수위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업계의 관심은 과징금 규모에 쏠린다. 우선 배민의 자사 배달서비스 우대 행위와 관련한 매출은 약 7조7800억 원으로 추산된다.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적용되는 최대 부과율 6%를 적용할 경우 과징금은 약 4668억 원 수준이다. 여기에 최혜대우 요구 행위 관련 매출 약 7300억 원에 대한 예상 과징금 약 438억 원을 더하면 총 5106억 원에 달한다.
쿠팡이츠 역시 만만찮은 부담이 예상된다. 최혜대우 요구 행위 관련 매출이 약 7100억 원으로, 최대 부과율 6% 적용 시 쿠팡이츠 예상 과징금은 약 426억 원이다. 여기에 공정위가 조사 중인 끼워팔기 혐의 관련 매출액 5조2600억에 불공정거래행위 최대 부과율인 4%를 적용하면 약 2104억 원의 과징금이 산출된다. 이를 합산하면 쿠팡이츠의 예상 과징금 규모는 약 2530억 원에 이른다.
단순 계산 기준으로 배민과 쿠팡이츠에 부과될 수 있는 과징금 규모는 총 7636억 원에 달한다. 당초 양사가 상생지원금으로 제시한 3600억 원의 2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사뭇 다른 분위기도 감지된다. 소상공인 단체들은 공정위 결정으로 현장에서 즉시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이 실행되지 못하게 된 점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배민의 상생안은 점주 부담 완화와 배달비 지원 등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내용이었다”며 “이번 결정으로 소상공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이 실행되지 못한 점에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도 “현장의 소상공인들에게는 제재 여부 못지않게 신속한 지원 역시 중요한 과제”라며 “동의의결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배민은 이번 공정위 결과에 대해 “동의의결 신청이 무산된 데 아쉽게 생각한다”며 “상생과 동반성장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두고 업주와 고객, 플랫폼이 함께 성장하는 배달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쿠팡이츠는 “입점 매장과의 상생을 적극적으로 고려한 동의의결 안을 제출했다”면서 “향후 심의 절차를 통해 회사의 입장을 성실히 소명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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