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의 디폴트 사태를 기점으로 계열사인 중앙홀딩스와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중앙피앤아이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중앙일보는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위험 신호가 누적되는 과정에서도 중앙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투자적격등급이 유지됐다는 점이다. 지난 4월 제이알글로벌리츠 사태에 이어 투자적격등급 채권의 '조기 부실화'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이유다.
시장이 먼저 읽은 위험 신호
이번 사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시장과 신용등급의 온도 차다.JTBC는 올해 2월 BBB 등급으로 930억 원 규모 공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당시 발행금리는 8.1%였다. 투자적격등급 채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 높은 수준이다.
중앙그룹 다른 계열사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SLL중앙(BBB)이 올해 4월 공모채 400억 원 발행시 8.5%의 금리를 부담했고, 중앙일보도 지난 2월 500억 원의 공모채를 7.1%로 발행했다. 수요예측도 중앙일보와 SLL중앙, JTBC의 일부 공모채에서 미매각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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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위험은 커졌는데 등급은 그대로
신용평가의 핵심은 적시성이다. 등급이 미래의 모든 부실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이미 드러난 위험 신호를 얼마나 신속하게 반영하느냐는 신뢰성과 직결된다.JTBC의 위험 신호는 채무불이행 이전부터 재무자료에 이미 나타나 있었다. 2019년 이후 영업적자가 이어진 가운데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2024년 말 3068억 원에서 2025년 말 3622억 원, 2026년 3월 말 4274억 원으로 증가했다. 순차입금 역시 같은 기간 2362억원에서 2917억 원, 3876억원으로 확대됐다.
재무부담도 가중됐다. 연결 부채비율은 2024년 말 1440.3%에서 2025년 말 2620.9%로 급등했고, 2026년 3월 말에도 2443.6%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총차입금의존도 역시 62.7%에서 70.1%, 74.3%로 상승했다.
JTBC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그룹 차원의 재무 부담 역시 확대되고 있었다. 콘텐트리중앙은 적자 상태인 메가박스중앙에 대한 자금 지원을 지속적으로 늘렸고, 메가박스중앙의 자본총계는 2년 만에 크게 감소했다.
이처럼 위험 신호가 누적되던 상황에서도 중앙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투자적격등급은 유지됐다.
이미지 확대보기다만 신용평가사들의 경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JTBC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고, 한국기업평가는 메가박스중앙의 전망도 하향했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콘텐트리중앙의 신용등급을 BBB-로 한 단계 내렸다.
신용평가사 입장에서는 전망 조정을 통해 위험을 반영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등급은 특정 시점의 신용도에 대한 의견이며, 전망을 먼저 조정한 뒤 추가적인 신용도 저하가 확인되면 등급을 조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라는 설명이다.
다만 쟁점은 위험을 몰랐느냐가 아니다. 위험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투자적격등급을 유지한 판단이 적절했느냐다. 시장은 금리와 수요예측 결과로 위험을 경고했고 재무제표에서도 유동성 위기가 확인되고 있었다.
10년 전 경고, 반복되는 적시성 논란
신용평가의 적시성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동양그룹 사태와 태영건설 워크아웃 과정에서도 '등급 뒷북조정'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2016년 9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는 '신용평가시장 선진화 방안'을 통해 이른바 '늦장 등급조정' 문제를 제도 개선 과제로 지목했다. 발행사가 평가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에서 비롯되는 이해상충과 등급쇼핑 문제도 함께 거론됐다.
당시 당국은 제3자 의뢰평가 허용, 신평사 선정 신청제, 자체신용도 도입, 부실평가 손해배상 책임 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올해 1월 금융감독원은 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서울신용평가 등 기업 신용평가사 4곳에 경영유의 및 개선 조치를 내렸다. 등급평정위원회 운영의 형식화와 평가 조직·영업 조직 간 정보 차단 체계 미흡 등이 주요 지적 사항이었다.
물론 이번 조치가 적시성 문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신용등급 결정 과정의 취약성은 결국 위험을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등급에 반영할 수 있는지와도 무관하지 않다.
이번 JTBC 사태는 10년 전 금융당국이 개선 과제로 지목했던 '등급조정 적시성' 논란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준다. 시장은 위험을 먼저 가격에 반영했고, 기업의 실적과 재무지표 역시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신용등급이 투자자의 핵심 판단 기준으로 활용되는 한 적시성 문제는 단순히 평가 정확성 논란에 그치지 않는다. 등급이 위험을 제때 반영하지 못할 때 그 대가는 결국 투자자들이 치를 수밖에 없다.
두경우 한국금융신문 전문위원 kwd122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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