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회사는 지난 인사에선 ‘기술 리더십 확보’를 중요시했지만, 이번 인사에 대해선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을 이유로 내세웠다.
기술 리더십 필요해 경업금지 해제 직후 선임
한화세미텍(당시 한화정밀기계)은 지난해 1월 김재현 전 대표를 처음 내정했으나, 이전 근무지였던 원익IPS가 동종업계 이직 금지 조항을 제기하면서 임시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이후 안순홍 당시 한화비전 대표, 이어 김기철 대표가 순차적으로 한화세미텍 대표를 겸직하며 자리를 채웠다.그룹은 별도 외부 인사를 영입하지 않고 이직 금지 기간이 풀리기까지 10개월 가까이 김 전 대표 선임을 기다렸다. 그만큼 기술 리더십에 대한 기대가 컸다는 의미다.
흑자전환 한 달 만에 수장 교체
김 전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는 세 가지였다. SK하이닉스향 TC(열압착)본더 추가 공급, 차세대 장비인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 그리고 경쟁사 한미반도체와의 특허 소송 대응이었다.한화세미텍은 지난 5월 반도체 장비 개발 조직인 ‘첨단 패키징 장비 개발센터’를 신설하고 하이브리드 본딩 등 차세대 장비의 고객사 평가를 목표로 역량을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반도체와의 특허 소송전도 김 전 대표 재임 기간 동안 이어졌다. 한미반도체가 2024년 12월 한화세미텍을 상대로 제기한 TC본더 관련 특허 침해 소송은 현재까지도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반면 한화세미텍이 2025년 한미반도체를 상대로 맞제기한 소송은 2차 변론까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2분기 한화세미텍 매출은 147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해 14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9.5%다.
모회사인 한화비전은 “한화비전 상장 이후 한화세미텍이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액 및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앞선 1분기 적자(영업이익률 -16.5%)에 대해서도 한화세미텍은 “2025년 수주 받은 TC본더가 이미 모두 인식 완료되며 발생한 일시적 공백”이라고 설명하며, 2분기부터 회복될 것이라 전망했다.
그룹 내 계열사 시너지 효과 창출 목표
그런데 2분기 실적이 마감된 지 불과 한 달 지난 지난달 30일 한화그룹은 한화세미텍 대표이사 교체를 발표했다.한화세미텍은 이번 인사 배경을 ‘계열사 시너지’ 관점에서 설명했다. 한화세미텍 관계자는 “조직의 빠른 안정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모회사를 이끌고 있는 김기철 대표가 양사를 겸직하게 됐다”며 “신설 지주 출범으로 계열사 간 협업이 더욱 중요해진 만큼 시너지 창출에도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는 그룹 지주사 체제 전환과 맞물려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달 15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테크·라이프 솔루션즈 부문을 묶은 지주회사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한화M&S)를 설립했고, 이달 1일 분할을 완료했다.
한화비전·한화세미텍·한화모멘텀·한화로보틱스 등 테크 부문과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아워홈 등 라이프 부문 계열사 57곳이 이 지주사 산하로 편입됐으며, 유가증권시장 상장은 오는 25일로 예정돼 있다. 김동선닫기
김동선기사 모아보기 한화 사장도 한화M&S 미래전략총괄 보직을 맡아 계열사별 청사진을 그리게 됐다.내부 사업 받아 몸집 키워온 한화세미텍
한화세미텍은 그간 그룹 내부 사업을 이어받으며 성장해왔다. 한화세미텍이 ‘계열사 시너지’를 모색한다는 설명이 낯설지 않은 이유다.한화세미텍은 2017년 7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구 한화테크윈)에서 산업용장비부문이 물적분할되며 설립됐고, 2018년 12월 ㈜한화/모멘텀 공작기계사업부를, 2023년 12월엔 반도체장비사업부를 각각 영업양수했다. 즉 외부 M&A가 아니라 그룹 내 사업부를 순차적으로 넘겨받으며 지금의 사업 구조를 갖춘 셈이다.
특수관계자 대상 매출 비중도 소폭 늘었다. 2024년 매출 4013억원 중 특수관계자 거래는 336억 원으로 약 8.4%를 차지했는데, 지난해엔 매출 4312억원 중 503억원으로 거래 비중이 약 11.7%로 늘었다.
특수관계자 거래는 주로 한화상업설비(상해)유한공사, 한화 유럽(HANWHA EUROPE) GMBH, 한화 머시너리 아메리카(Hanwha Machinery Americas) 등 해외 계열사향 거래다. 다만 여전히 매출의 88% 이상은 SK하이닉스 등 외부 고객사에서 나오고 있다.
잦은 대표 교체 속 기술 전문가는 단 한 명
한화세미텍은 2017년 출범 이후 8년 째를 맞는 사이, 대표이사가 다섯 차례 바뀌었다.초대 대표인 김연철 전 대표는 경영정상화 전문가로, 4년 연속 적자를 이어오던 회사를 흑자로 돌려세우는 과제를 안았다. 뒤이어 2019년 선임된 이성수 전 대표는 ㈜한화 방산부문 출신 전략기획통으로, 계열사 간 사업 재편과 조직 안정화를 맡았다.
2025년 2월경 임시로 한화세미텍 대표직을 맡은 안순홍 전 대표는 영상보안·영업마케팅 전문가로, 한화비전 대표를 겸직하며 자회사 경영 공백을 메웠다. 같은 해 3월 취임한 김기철 대표 역시 해외 사업 확장에 강점을 지닌 전략기획통으로, 마찬가지로 겸직 체제 속에 조직을 이끌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취임한 김재현 전 대표는 반도체 증착 공정 전문가로,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과 한미반도체 특허 소송 대응이라는 기술 중심 과제를 부여받았다. 한화세미텍 출범 이후 반도체 기술 전문가는 김 전 대표가 유일하다.
김재현 전 대표는 일신상 사유로 대표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화세미텍을 퇴사한 상태로, 향후 거취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로 한화세미텍은 다시 김기철 대표 겸직 체제로 돌아갔다. 지난해 연 초 안 전 대표 선임 이후 대표이사가 세 차례 바뀐 만큼, 향후 김기철 대표 체제가 얼마나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세미텍은 원래 대표가 자주 바뀌던 회사”라고 전했다.
정진아 한국금융신문 기자 urzinni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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