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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26조ʼ KAI, 영업현금은 3년 연속 적자 [Z-스코어 기업가치 바로보기]

기사입력 : 2026-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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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부상 이익…현금은 부족
1년새 차입금 2.7조 ‘급증’
현금창출 턴어라운드 절실

‘수주 26조ʼ KAI, 영업현금은 3년 연속 적자 [Z-스코어 기업가치 바로보기]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정진아 기자]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다. 객관적 평가를 위해서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한국금융신문은 ‘알트만 Z-스코어’를 통해 기업이 현재 처한 상황과 대응, 재무건전성 등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그 속에 숨어있는 의미를 심층적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재무상황이 최근 5년 내 가장 좋은 지점을 지나고 있다. 수주잔고가 26조 원대로 불어나고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21, 무장헬기(LAH) 양산이 본격화하면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 상승을 이끈 힘이 한쪽으로 쏠려 있다는 점은 짚어볼 필요가 있다.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인은 시가총액 급등이다. 이런 가운데 회사가 벌어들이는 현금은 3년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KAI는 이 불균형을 무이자 전환사채 등 차입으로 메우고 있다.

위험 구간 탈출했지만...

한국금융신문이 자체 구축한 AI(인공지능) 데이터 분석 플랫폼 ‘더 컴퍼스(THE COMPASS)’에 따르면 KAI의 Z-스코어는 2021년 1.23, 2022년 1.09, 2023년 1.42, 2024년 1.33, 2025년 1.54를 기록했다. 등락은 있었지만 대체로 위험 구간(1.8 미만)에 머물렀다. 그러다 올해 1분기 1.89로 올라서며 처음으로 위험 구간을 벗어났다.

Z-스코어는 기업 부도 가능성을 예측하는 지표다. 회사의 유동성, 누적 이익, 최근 수익성, 시장이 평가하는 기업가치 대비 부채 수준, 자산 효율성 등 5가지 재무비율에 각각 가중치를 곱해 합산한다. 점수가 3.0을 넘으면 안정권, 1.8 미만이면 위험 구간으로 본다.

해당 지표는 재무제표 항목을 기반으로 산출된다. X1(유동성)은 운전자본을 총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X2(축적도)는 이익잉여금을 총자산으로 나눈 값이며, X3(수익성)는 영업이익을 총자산으로 나눠 산출한다. X4(안정성)은 시가총액을 총부채로 나눠 확인할 수 있으며, X5(효율성)는 매출액을 총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더 컴퍼스 기준 KAI의 Z-스코어는 우주항공·국방 업종 24개 상장사 중 19위로, 업종 평균(4.59)에는 못 미친다. 동종 업계 경쟁사인 한화시스템(2.78), LIG D&A(2.18) 등은 이미 중간 구간(1.8~3.0) 중위권에 안착해 있다. 최근 KAI 지분을 꾸준히 매집해 화제가 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1.86)와는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1분기 상승을 분석해 보면 X4 지표 기여도가 55.4%로 압도적이다. 이 비율은 2021년 0.69에서 올해 1분기 1.74로 5년 새 2.5배 뛰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3조1631억 원에서 16조542억 원으로 5배 넘게 불었다.

이는 수주잔고 증가와 연결된다. KAI 연결 기준 수주잔고는 2021년 18조 원대에서 올해 1분기 말 26조6339억 원으로 증가했다. LAH 2차 양산과 KF-21 최초 양산, 폴란드·말레이시아 등 완제기 수출이 이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매출액도 올해 1분기 1조927억 원으로, 전년 동기 6993억 원 대비 56% 늘었고, 영업이익도 671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468억 원 대비 43% 증가했다. 실적 개선 흐름은 뚜렷하다.

다만, 이런 움직임이 Z-스코어 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은 크지 않다. 수익성 지표 기여도는 4.5%에 그친다. 총부채도 같은 기간 4조5578억 원에서 9조2177억 원으로 두 배로 늘어났다. X4 지표가 개선된 것은 부채가 줄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시가총액이 더 빠르게 커진 결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실제 주가 변동도 컸다. 지난해 7월 8만4700원까지 하락했던 KAI 주가는 올해 3월 3일 장중 21만55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다만 다음날 5000억 원 규모 전환사채 발행 소식이 전해지자 하루 만에 19.79% 급락해 15만85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기준 종가는 12만7300원으로, 1년 전인 지난해 7월 1일 8만9800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42% 높은 수준이다.

늘어나는 차입

실적과 별개로 주목할 대목은 현금흐름이다. KAI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3년 -7004억 원, 2024년 -7282억 원, 2025년 -9033억 원으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폭도 매년 커지고 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023년 2214억 원, 2024년 1709억 원, 2025년 1873억 원으로 매년 흑자를 냈다. 장부상 이익과 실제 현금 유입 사이 격차가 이처럼 큰 이유는 대금이 제때 회수되지 못해 현금이 안 들어왔다는 의미다.

올해 1분기는 이 차이가 더 벌어졌다. 지난해 1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657억 원 흑자였으나, 올해 1분기는 788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방산업 특성상 정부 대금 회수가 매출 인식 속도보다 늦게 들어오는 구조가 반영된 결과다.

KAI는 이 격차를 차입으로 메우고 있다. 지난해 단기차입금이 2조1528억 원 정도였는데, 전환사채(CB) 등 사채가 9978억 원어치 규모에 달했다. 이 가운데 5000억 원은 지난 3월 발행한 무이표 전환사채다. 표면이자율 0%로 조달했고, 전환가액(18만5165원)에 대한 리픽싱 조건을 두지 않아 주가가 떨어져도 회사에 불리하게 바뀌지 않는 구조다.

문제는 모든 차입이 이런 호조건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사채·차입금을 모두 더한 총 차입 규모는 2024년 말 1조357억 원에서 2025년 말 2조1470억 원, 올해 1분기 말에는 2조7700억 원까지 불어났다.

CB를 제외한 나머지 차입은 대부분 이자가 붙는 조달이다. KAI가 2021년부터 발행했던 회사채 중 올해 또는 그 이후로 만기되는 무보증 공모채는 총 9건이다. 규모는 총 2조500억 원으로, 가중평균 금리는 약 3.19%다. 은행권 단기·장기 차입금도 최저 2.0%부터 최고 5.4% 금리가 적용돼 있다. 5000억 원짜리 CB 하나가 무이자였다고 해서 전체 차입 비용이 낮다고 보기는 어려운 셈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업 운영과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외부 차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다. 리픽싱 조건이 없는 무이자 CB 발행 등 유리한 조달에도 불구하고 차입금 자체가 급격히 늘어 전체 금융 비용에 대한 부담도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상태에서 차입금과 이자 비용이 동시에 불어나는 구조는 재무 건전성에 큰 부담이다. 본업의 수익성이나 현금창출력이 조기에 턴어라운드하지 못할 경우 증가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유동성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진아 한국금융신문 기자 urzinni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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