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성과급 요구에 대해 업계에서는 반도체 산업의 특수성을 도외시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도체 산업은 기술 격차 유지를 위해 매년 수십조 원의 선투자가 필수적인 만큼, 당장의 이익을 인건비로 대거 전환할 경우 미래 생존을 위한 실탄이 잠식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특히 2026년 한 해에만 110조 원 규모의 투자를 예고하며 AI 반도체 주도권 탈환에 사활을 건 상황에서, 노조의 경직된 요구가 삼성전자의 기술 '초격차' 전략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지 확대보기성과급 '서로 다른 생각'만 확인
삼성전자 노사는 13일 새벽 3시까지 이어진 2026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2차 사후조정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노조는 영업이익 15% 수준의 성과급과 개인 연봉의절반으로 제한된 성과급 상한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사측은 제한적으로 성과급 상한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매출·영업이익 1위를 달성하면 영업이익 10%를 성과급으로 배분하는 SK하이닉스보다 높은 보상을 주겠다는 제안이다.
정부가 제안한 중재안은 기존 성과급 제도 유지, 영업이익 12% 수준의 조건부 특별성과급(DS부문) 등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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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정부 중재안은)오히려 퇴보한 안건"이라며 "일회성 안건을 받아들일 수 없어 결렬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노조가 경영 실적에 따른 유연한 제도화를 거부하며 경직된 제도화만을 시종 고수하고 있다"고 했다.
노조는 이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총파업으로 인한 손실 규모가 최대 40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초격차' 투자...성과급에 흔들리는 자본 배분
삼성전자는 '경제적부가가치(EVA)'를 기준으로 성과급(초과이익분배금, OPI)을 책정하고 있다. EVA는 국가에 세금을 내고, 주주나 채권자에게 배당·이자를 지급하고, 투자 및 재고자산의 감가상각 등 실제 자본을 사용한 비용을 영업이익에서 뺀 값이다. 회계상 숫자인 영업이익보다 실제 얼마를 남겼는지 더 명확하다는 장점이 있다.기술 설비 투자에 매년 수십조 원 규모를 쏟아붓고 그에 대한 결과물을 향후 몇 년에 걸쳐 받는 반도체 기업에게 합리적인 방식이기도 하다. 앞으로 산업 전망에 따라 유연하게 자본을 배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 확대보기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지난 2023년 메모리 반도체의 가파른 수요 감소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5% 감소한 6조5670억 원에 그쳤다. 그럼에도 시설투자는 전년과 비슷한 53조 원을 유지했고, 연구개발은 14% 늘린 28조3000억 원을 투입했다.
이듬해에는 연구개발비를 전년보다 24%나 더 늘린 35조 원을 쏟아부은 게 특징이다. 이 시기 삼성전자는 기술력 경쟁에서 뒤쳐진 것 아니냐는 '위기설'에 휩쌓였다. 인공지능(AI)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이 계속 지연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초격차' 기술을 회복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것으로 풀이된다.
본격적인 '반도체 수퍼사이클'에 진입한 올해부터는 전체 투자 규모를 대폭 늘릴 계획이다. 회사는 지난 3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2026년 총 110조 원 이상의 시설 및 연구개발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설비 연구개발 투자비 90조3914억 원보다 최소 22% 가량 늘리겠다는 말이다.
AI가 이끄는 반도체 초호황은 이제 막 초입에 들어간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실적발표 설명회에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는 "AI 기술 발전이 구조적인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늘리고 있지만 공급 역량이 이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며 "2027년 수요 대비 공급 격차는 올해보다 더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향후 투자 규모를 급격히 늘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경쟁사인 SK하이닉스 최태원닫기
최태원기사 모아보기 회장은 "원래 2028년까지 128조 원의 국내 투자를 계획했었다"면서 "메모리 수요 증가 등으로 투자비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장기적으로 용인 반도체 공장에만 600조 원쯤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선투자가 필수인 만큼, 당장 현금을 성과급으로 녹여내는 것이 미래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도 있다는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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