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 1992

대한민국 최고 금융경제지

닫기
한국금융신문 facebook 한국금융신문 naverblog 한국금융신문 instagram 한국금융신문 youtube 한국금융신문 newsletter 한국금융신문 threads

[현장] 1시간 걸리던 검수, 로봇이 15분만에 끝....달라진 현대차 남양연구소

기사입력 : 2026-07-02 10:22

(최종수정 2026-07-02 12:49)

  • kakao share
  • facebook share
  • telegram share
  • twitter share
  • clipboard copy

노바랩,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등 차량 완벽하게 검증
로봇, 3D 스캐너 등 디지털 전환...품질‧효율성 강화
“세계 최고 수준 연구소 기능으로 모빌리티 혁신 앞장”

현대차그룹 남양기술연구소 디지털 측정 센터에서 로봇이 3D 스캐너를 통해 차량 검수를 하고 있는 모습. / 사진=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차그룹 남양기술연구소 디지털 측정 센터에서 로봇이 3D 스캐너를 통해 차량 검수를 하고 있는 모습. / 사진=현대차그룹
[한국금융신문 김재훈 기자] 실제 자동차와 유사하게 구현한 와이어카에 앉은 엔지니어가 다양한 주행 환경을 설정해 결함을 찾아낸다. 또 다른 연구실에서는 로봇이 3D 스캐너와 센서를 통해 차체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1mm 오차까지 측정하고, 빛과 열로 금속 또는 수지를 한 층 한 층 쌓아 올리는 3D 프린터로 부품을 빚어낸다.

지난 1일 방문한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에서 본 광경이다. 사람과 로봇이 함께하는 모습은 물론 실내에서 수만 가지 실제 주행 환경까지 구현해 아주 작은 오차까지 찾아내는 모습을 보며 현대차그룹 글로벌 품질 경영 원천이 어디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1996년에 설립된 현대차그룹 남양기술연구소는 국내 최대 규모 자동차 연구소다. 승용, RV, 상용에 이르는 차량 개발 전반을 다루며 연구·개발(R&D) 능력 확보를 위해 디자인 능력의 극대화, 차세대 파워트레인 개발, 동급 최고 제품개발, 핵심기술 전략적 개발 고성능, 고품질, 고부가가치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시대에 대응해 남양기술연구소는 디지털 기반 혁신 R&D 기술 개발에 집중하며 시대 변화에 선제 대응으로 맞수를 두고 있다.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제품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품질을 향상시키며, 혁신적 제조 공법을 도입하는 등 미래 모빌리티를 선도할 기술력과 완성차 품질을 확보해 가는 중이다.

남양기술연구소 변화를 대표하는 총 4개 연구실을 차례로 돌아봤다. ▲차량을 만들지 않고도 주행 성능을 개발하고 검증하는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차량 치수 품질을 데이터로 관리하는 '디지털 측정 센터(DMC)' ▲설계 데이터만으로 부품을 효율적으로 제작하는 '적층 제조 솔루션 센터(AMSC)' 그리고 ▲수백 개 제어기 작동을 사전에 검증하는 '노바 랩(NOVA Lab)' 등이다.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노바 랩에서 실제 차량과 유사하게 구현된 와이어카를 통해 제어기 검증을 하고 있는 엔지니어들. / 사진=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노바 랩에서 실제 차량과 유사하게 구현된 와이어카를 통해 제어기 검증을 하고 있는 엔지니어들. / 사진=현대차그룹

실내에서 달리지 않고 찾는 결함…노바 랩

현대차그룹 핵심 연구시설인 만큼 보안도 삼엄했다. 정문에 들어서자 보안팀 직원들이 곧바로 휴대폰과 노트북을 밀봉했다. 대부분 현대차그룹 핵심 기술이 연구되는 만큼 사진 촬영 등은 엄격히 제한됐다.

먼저 견학한 노바 랩은 차세대 개방형 제어기 검증실이다. 연구실에는 완성된 차량 대신, 차량 구조의 테스트 벤치 위에 와이어링과 제어기, 전장 부품을 그대로 연결한 와이어카가 늘어서 있었다.

와이어카는 차량 전체의 전기·전자 시스템을 실물 하드웨어로 구현한 검증 플랫폼이다. SDV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제어기 통합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대형 차종의 경우 연결되는 제어기와 전장 부품은 300~500개, 와이어링 커넥터는 약 500개에 달한다.

이 곳에서 엔지니어들은 와이어카에 탑승해 정차 시는 물론 다양한 환경에서 제어기를 검증하고 있었다. 엔지니어가 보여준 시연에서는 공조, 램프, 시트 기능을 순차적으로 검증하며 항목별 정상 여부와 소요 시간이 자동으로 표시됐다.
현대차그룹 남양기술연구소 노바 랩에서 제어기 검증 중인 엔지니어. / 사진=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차그룹 남양기술연구소 노바 랩에서 제어기 검증 중인 엔지니어. / 사진=현대차그룹
특히 통합 전원 장치로 저전압, 과전압 같은 가혹한 조건을 모사하기도 했다. 외기온 센서에 공급하는 전압을 바꾸자, 실내에 있는데도 클러스터 온도 표시가 영하로 내려가며 경고 메시지가 뜨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주행 조건에서의 심화 검증이 이어졌다. 와이어카 만으로는 노면 마찰력을 만들어내는 타이어와 차량 하중이 없어 주행과 동일한 상황을 모사하기 어렵다. 노바 랩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차량 구동 부하 장치를 자체 개발했고, 여기에 소형 다이나모미터를 결합한 이동식 장비(Torque Wheel Dynamometer)를 도입해 실차에 가까운 주행 조건을 구현했다.

노바 랩에서 만난 김상연 파이롯트전장제어개발팀 파트장은 “시험차가 제작되기 전, 차량 전체 시스템을 실물로 연결해 기능과 통신, 진단을 검증하는 최초 단계”라며, “완성된 차에서는 트림 내부에 위치한 제어기를 탈거하거나 회로를 분석하기 어렵지만, 와이어카에서는 기본 기능들을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검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남양기술연구소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 사진=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차그룹 남양기술연구소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 사진=현대차그룹

게임이야? 검증 작업이야?…드라이빙 시뮬레이터

노바 랩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다. 해당 연구소는 현대차그룹 모든 차량을 형상화한 코핏을 통해 각 차량별 승차감과 주행 질감을 그대로 옮겨놨으며, 가상 공간에서 다양한 도로를 구현해 실내에서도 차량 테스트가 가능하다.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체험도 해봤다. 제네시스 G90으로 구축된 콕핏에 들어가자, 실제 G90과 유사한 시트 포지션, 핸들 등이 눈에 들어왔다. 실제 주행 시험에 들어서자 더 놀라웠다.

운전석을 중심으로 270° 화각의 거대한 곡면 스크린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운전석에 오르면 마치 실제 차량에 탑승한 듯한 착각이 든다. 주행평가가 시작되자 콕핏이 곡면 스크린 중앙으로 미끄러지듯 이동한다. 가속 페달을 밟자 스크린 속 도로가 빠르게 흘러가고, 스티어링 휠을 꺾자 그 방향으로 콕핏 전체가 따라 움직였다.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차량 콧픽에서 구현된 가상 도로 주행 모습. / 사진=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차량 콧픽에서 구현된 가상 도로 주행 모습. / 사진=현대차그룹
특히 가속과 감속, 코너를 도는 순간마다 가속도와 원심력에 의한 차체 쏠림과 노면에서 전달되는 미세한 진동까지 실제 G90 승차 환경이 고스란히 느껴젔다.

드라이빙 시뮬레이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로의 재현 수준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남양기술연구소의 주행시험장을 1㎜ 단위로 정밀 스캔해 노면의 경사와 요철, 과속방지턱, 아스팔트의 질감까지 데이터로 옮겨 담았다. 버추얼 차량 개발의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 현실의 도로를 그대로 가상 공간에 들여온 셈이다.

문제는 방대한 데이터 용량이다.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도로 모델을 한꺼번에 불러오면 시뮬레이터 구동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지형 서버(Terrain Server) 방식을 적용했다. 가상의 차량이 주행하는 위치 주변의 데이터만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방식이어서 초고용량 렌더링 데이터의 사용에도 지연 없이 자연스러운 주행이 가능하다.
남양기술연구소 디지털 측정센터에서 3D 스캐너를 통해 차량을 검수하고 있는 엔지니어. / 사진=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남양기술연구소 디지털 측정센터에서 3D 스캐너를 통해 차량을 검수하고 있는 엔지니어. / 사진=현대차그룹

로봇이 찾아내는 단차…디지털 측정 센터

남영기술연구소는 품질 검사에 로봇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차량 치수 품질을 측정하고 분석하는 디지털 측정 센터. 이 곳은 연구소 내 AMS(이동형 운송 로봇)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디지털 측정 기술을 활용해 차량 치수 관리 핵심 역할을 하는 곳이다.

디지털 측정 센터는 외관의 틈새나 단차(이음새 불량) 등을 주로 선별하는 곳으로 3D 스캐너를 비롯해 로봇 등을 활용해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였다.

센터에 들어서자 센서를 부착한 보조 로봇이 차체 포인트를 직접 접촉해 단차와 틈새를 찾아내고 있었다. 특히 이음새, 나사 구멍 등 차체 실내외 1000여 개 포인트를 구석구석 살피며 결함을 찾아내고 있었다.
로봇을 통해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한 데이터 측정 센터 모습. / 사진=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로봇을 통해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한 데이터 측정 센터 모습. / 사진=현대차그룹
이 곳에서 만난 한진수 파이롯트품질검증팀 팀장은 “로봇과 입력된 센서를 바탕으로 연관성 있는 포인트 간의 편차와 거리, 평행도를 계산해 실질적인 품질을 판단한다”며 “약 600개 평가 항목으로 완성된 측정 체계는 그대로 양산 공장으로 이관돼 동일한 기준의 품질을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엔지니어가 직접 검수하는 시간이 숙련공 기준 약 1시간이었다면, 로봇 등을 통해 검수 시간을 약 15~20분으로 단축해 효율성이 높아진 것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로봇을 통해 검수를 마친 차체는 3D 스캐너를 활용한 검수실로 이동한다. 엔지니어가 3D 스캐너로 대상을 측정하면 화면에 3D로 구현돼 구간별로 초록색, 빨간색 등 색생이 표기돼 결함 부위를 찾아낼 수 있다. 이를 통해 조립 품질 문제를 걸러내고 불량을 사전에 차단한다.

측정을 시연한 엔지니어는 “검사구 곳곳에 붙어 있는 마커들을 기준으로 소프트웨어가 가상의 측정 공간을 미리 잡아두기 때문에, 실제로는 상당 부분이 자동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시제품과 부품을 만들어내는 적층 제조 설비. / 사진=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시제품과 부품을 만들어내는 적층 제조 설비. / 사진=현대차그룹

3D 프린팅으로 품질을 현실로 구현…적층 솔루션 센터

마지막으로 견학한 곳은 적층 제조 솔루션 센터다. 차량 설계 데이터만으로 금형 없이 어떤 형상이든 구현해 내는 첨단 3D 프린팅 기술을 기반으로 시제품과 다양한 부품을 개발하는 곳이다.

현대차그룹은 1996년 처음으로 3D 프린터를 도입한 이후 약 30년간 최신 설비를 지속적으로 추가하며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새롭게 문을 연 적층 솔루션 센터는 이러한 현대차그룹의 설계부터 출력과 후처리, 검사에 이르는 적층 제조 기술 연구를 수행한다. 나아가 부품 등 그룹사 간 연계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역할도 도맡고 있다.

한강희 적층제조솔루션팀 팀장은 “적층 솔루션 센터는 품질을 현실로 구현하는 곳”이라며 “양산 이전 단계의 시제품을 통해 품질을 검증하거나 디자인 평가, 나아가 소규모 양산체제를 통해 모터 스포츠, 고성능 제품, 올드카 복원 등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처음 마주한 것은 액상 레진을 자외선으로 경화시켜 부품을 만드는 폴리머 광중합셀이다. 이 곳에는 제조 방식에 따라 DLP 타입의 설비와 SLA 타입의 설비가 마련돼 있다. 두 타입 모두 국내는 물론 글로벌에서도 보기 힘든 수준의 제조 장비다.

DLP 타입은 UV램프를 이용해 액상 레진 레이어에 자외선을 넓게 조사해 면 단위로 경화시키는 반면, SLA는 레이어를 점 형태의 레이저로 빠르게 조사해 경화시킨다.
적층 제조 설비로 만들어낸 차량 부품. / 사진=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적층 제조 설비로 만들어낸 차량 부품. / 사진=현대차그룹
두 방식은 헤리티지 차량 복원에도 쓰였다. 실제 현장에 전시된 현대차 포니의 사이드 실 부품은 실제 부품을 3D 스캔한 뒤 적층 제조로 원형과 질감을 복원한 뒤 도장까지 마쳐 양산차 같은 품질을 자랑했다.

금속 와이어를 녹여 쌓는 WAAM 설비도 눈에 띄었다. 이 설비는 용접 아크로 금속을 한 층씩 쌓는 방식으로 강, 스테인리스, 알루미늄, 티타늄 등 다양한 금속을 활용할 수 있고, 중간 조립 구조 없이 대형 구조물이나 일체형 부품을 제작할 수 있다. 현장에서는 로봇 암이 불꽃을 튀기며 금속을 정교하게 쌓아 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분말을 원재료로 다루는 설비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금속 분말을 레이저로 녹여 쌓는 금속 분말 용융 설비는 총 6개의 레이저 빔으로 정밀한 형상을 구현한다.

현장에서 만난 엔지니어는 “이 설비는 세계 최초로 도입됐다”며 “주조나 프레스로는 만들 수 없는 복잡한 형상이나 모터 스포츠 부품처럼 강성 확보와 경량화가 동시에 요구되는 부품 등도 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적층 솔루션 센터를 마지막으로 모든 투어가 마무리됐다. 오늘 찾은 네 곳의 현장은 저마다 다른 기술을 다루고 있었다. 하지만 차량을 개발하기 전에 가상현실과 데이터로 먼저 검증하고, 소프트웨어와 정교한 개발 기준으로 차량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는 공통된 목표를 수행 중이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issue
issue

산업 BEST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