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카카오(대표이사 정신아닫기
정신아기사 모아보기)와 어울리는 사자성어 하나를 꼽자면 ‘화불단행(禍不單行·나쁜 일은 한꺼번에 온다)’이다. 대내외적 악재가 겹친 복합 위기 국면이다.글로벌 인공지능(AI)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중요한 시기인데, 대응은 시장 기대치에 못미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창사 이래 첫 파업이라는 노사갈등까지 격화하고 있다. 과거 공격적 확장 전략으로 시장을 주도하던 그 카카오가 맞나 싶을 정도다.
자산 대비 매출 효율성 정체
지난 수년간 카카오 성장 공식은 공격적 인수·합병(M&A)과 주요 계열사 분할 상장을 통한 외형 확장이었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카카오게임즈 매각 등 비대해진 계열사를 정리하는 고강도 인적·물적 구조조정에 돌입했다.업계에서는 본업 혁신이나 내실 있는 수익성 개선이 수반되지 않은 채 외형만 비대해진 결과, 기초 체력 한계가 드러나면서 뒤늦게 군살 빼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1분기 기준 카카오 총자산은 28조8000억 원에 달하지만, 매출은 1조9000억 원 수준에 그친다. 보유 자산 대비 매출 창출 효율을 나타내는 ‘매출액/총자산’ 지표는 0.28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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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이 자체 개발한 AI 데이터 플랫폼 ‘더 컴퍼스(THE COMPASS)’를 통해 카카오 Z-스코어를 분석해보니 그간 허약해진 회사 재무 체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카카오 Z-스코어는 2021년 3.84로 ‘안전 구간’에 머물렀으나 2022년 2.20, 2023년 1.85, 2024년 1.44로 떨어졌다. 2025년 1.94로 약간 오르는 듯싶더니 올해 1분기 기준 다시 1.62로 내려앉으며 ‘부실 위험 구간’에 진입했다.
Z-스코어가 이처럼 하락한 이유는 자본시장이 평가하는 카카오 기업가치(시가총액) 대비 과도하게 증가한 채무(총부채) 부담 때문이다.
시장 평가 대비 부채 수준을 나타내는 ‘시가총액/총부채’ 비율은 2021년 5.44에서 올해 1분기 1.52까지 급락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카카오 시가총액은 20조2787억 원으로, 5년 전(50조1508억 원)과 비교했을 때 절반 이하로 축소됐다.
반면 총부채는 13조3823억 원으로, 2021년(9조2162억 원)보다 45%나 증가했다. 총부채 증가와 시가총액 축소가 동시에 진행되며 건전성 지표가 악화했다는 분석이다.
내우외환 카카오
재무 구조 균열을 메우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주가 반등을 통한 시가총액 회복이지만, 최근 카카오를 둘러싼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다.가장 큰 요인으로 ‘AI 모멘텀의 공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카카오는 온디바이스 AI 서비스 ‘카나 인 카카오톡’과 대화형 AI ‘챗GPT 포 카카오’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기초 트래픽 지표는 긍정적이다. 챗GPT 포 카카오는 누적 가입자 11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월간활성이용자수(MAU)도 전 분기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카나 인 카카오톡 역시 시장 반응 조사에서 응답 품질 긍정 평가 약 80%를 기록했다.
다만 이 같은 유저 지표가 정작 주가와 기업가치를 견인할 확실한 수익 모델(BM)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글로벌 IT 산업이 AI의 실질적 투자수익률(ROI) 증명 압박에 직면한 가운데 카카오 AI 사업은 초기 단계 유저 유입 수준에 머물러 있어 가치 창출 속도가 지연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게다가 글로벌 AI 밸류체인에서 카카오가 고립되고 있다는 오해도 나쁜 뉴스다. 최근 방한한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국내에서 삼성전자, SK, LG, 현대자동차, 두산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은 물론 카카오 경쟁사인 네이버 수장과 잇달아 만나며 동맹 강화 기조를 확인했다.
그런데 그 흐름에서 카카오는 다소 비켜선 형국이다. 설상가상 주요 파트너십 구축 대상으로 거론되던 샘 올트먼 오픈AI CEO 방한마저 연기되면서 ‘단기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대내적으로 사상 첫 파업이라는 노사갈등이 발생한 점도 리스크 요인이다. 인적 자원이 핵심 생산 수단인 플랫폼·소프트웨어 기업 특성상, 노사갈등이 장기화할수록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 및 인적구조 재편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AI 중심 체질 전환을 위해서는 인적구조 유연성이 확보돼야 하지만, 노조 결집력이 강해질수록 사측의 전략적 선택 폭은 좁아진다. 실제 카카오가 올해 단행한 프로덕트 중심 조직 이원화와 ‘이용자 퍼스트 TF(태스크포스)’ 신설 등 일련의 경영 쇄신 전략도 갈등이 지속될 경우 내부 실행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630배 두나무 투자 그나마 ‘희망’
대내외적 악재로 시장 평가가 위축되는 구조 속에서 단기 재무 융통성을 보여주는 유동성 지표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재무제표상 단기 유동성 지표들은 카카오가 현 상황을 방어할 수 있는 실탄을 확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단기 유동성을 나타내는 ‘운전자본/총자산’ 지표는 2021년 0.11, 2023년 0.09를 거쳐 2025년 0.13으로 회복 추세를 보였으며, 올해 1분기에는 0.15로 높아졌다. 세부 구조를 보면 올해 1분기 기준 카카오는 유동자산 14조9508억 원, 유동부채 10조5059억 원을 보유해 4조4000억~4조5000억 원 수준 운전자본을 확보하고 있다.
운전자본 비중의 상승은 당장 1년 이내에 도래할 단기 채무 압박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지긴 했지만 고정비 지출이나 단기 리스크에 시달리지 않고, 핵심 미래사업에 대한 투자를 추진할 수 있는 재무적 여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누적 수익성을 반영하는 ‘이익잉여금/총자산’도 이익잉여금 2조9232억 원을 기반으로 0.10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0.08) 대비 소폭 개선됐다. 외부 차입이나 지분 매각 같은 금융 활동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고 본업을 통해 벌어들인 순이익을 내부에 유보해 미래 성장동력에 재투입할 수 있는 자생적 체력을 다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6.55%를 하나금융그룹에 1조32억5000만 원에, 한화투자증권에는 두나무 지분 3.9%를 5978억 원에 넘겼다. 이어 삼성증권·삼성SDS·삼성카드 등에 두나무 지분 4%(6128억 원)를 잇달아 팔았다.
카카오는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총 2조2100억 원 규모 현금을 확보했다. 2013년과 2015년에 각각 2억 원과 33억 원을 집행한 초기 투자금을 감안하면 원금 대비 약 630배 수익을 올린 성과다.
이는 올해 카카오 연결 잉여현금흐름(FCF)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더 컴퍼스’에 따르면 카카오 연결 FCF는 2025년 1847억 원에서 올해 7966억 원으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매각 대금은 정신아 대표가 부임 당시 제시한 기존 주주환원 가이드라인(연결 FCF의 20~35%)에 묶이지 않는 조 단위 재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본업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은 주주환원에 온전히 투입하고, 매각 대금은 AI 인프라 투자와 핵심 M&A에 독자적으로 집행하는 구조가 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카카오는 대내외 악재로 기업가치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지만, 선제적 자산 유동화로 위기를 방어하고 체질을 개선할 재무적 여유는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향후 파업 리스크 등을 슬기롭게 해결하고, 확보한 유동성을 AI 서비스 안착과 구조조정에 적기 투입해 자산 효율성을 입증하느냐가 자본시장 신뢰 회복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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