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은 규제와 완화에 반응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금리와 유동성, 공급 사이클, 그리고 심리가 얽힌 복합 구조 위에서 움직인다. 정책은 속도를 조절할 수는 있어도 흐름 자체를 단번에 바꾸기는 어렵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5년 동안 26차례가 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규제를 거듭 강화했지만 서울 집값은 오히려 급등했다. 결국 문 전 대통령도 얼마전 인터뷰를 통해 “부동산 정책은 실패”였다고 인정했다. 정책이 없어서가 아니라, 시장을 움직이는 더 큰 변수들을 충분히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3.5%에서 4%대로 급등하고 경기 침체가 겹치자 전국 주택종합가격은 5.1%, 서울 아파트값은 1.8% 하락하며 2012년 이후 첫 연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정책 완화보다 금리 충격이 더 컸던 셈이다.
이처럼 시장은 단선적이지 않다. 그래서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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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의지 표명 자체를 문제 삼을 생각은 없다. 지난해 8월 한 대형 건설사 안전사고를 두고 ‘면허 취소’까지 언급했을 때처럼,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메시지는 업계에도 필요한 자극이었다. 적정 공사비 보장과 안전한 작업 환경 조성을 위해 건설사가 변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했다.
다만 지난달 31일, 부동산 정상화를 과거 경기도지사 시절 계곡 정비 사례나 코스피 5000포인트 달성 목표와 비교한 대목에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됐다. 불법 시설을 철거하는 행정 집행과, 글로벌 자금 흐름이 좌우하는 증시, 그리고 수요·공급·금융·세대 이해관계가 얽힌 부동산 시장은 구조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특히 부동산에 자산 대부분을 묶어둔 일반 시민들을 과거 불법과 관행이 얽혀 있던 계곡 상인들과 유사한 ‘개혁 대상’처럼 바라보는 접근은 현실과 괴리가 있어 보인다. 대다수 시민은 불법 대출이나 음성 자금이 아닌, 합법적 금융 시스템 안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이다.
현장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영등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사기 이후 임대차 시장이 지나치게 경직됐다”고 전했다. 확인 절차 강화는 필요하지만, 서로를 잠재적 위험으로 보는 분위기 속에 책임을 미루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대해 “재산을 처분할 때마다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는 구조가 과도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서울 집값을 안정시켜 서울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다시 집 근처로 퇴근해 편히 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목표에는 공감한다. 다만 강경 메시지가 반복되며 정상 거래까지 위축된다면 부작용이 불가피하다. 거래가 줄면 공급 의지도 꺾이고, 이는 다시 가격 상승 압력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부를 이기려 하지 말라”는 발언은 투기 세력에 대한 경고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 여파가 실수요자까지 위축시키지 않는지 점검해야 한다. 어렵게 내 집을 마련한 이들이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심리다.
2026년 병오년은 ‘붉은 말’의 해다. 부동산이라는 붉은 야생마를 힘으로 억누르려 하기보다, 시장의 구조를 이해한 정교한 고삐로 속도를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정책, 그리고 정상적인 거래가 숨 쉴 수 있는 시장을 기대해 본다.
조범형 한국금융신문 기자 chobh0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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