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스물셋 청년, 세계 외교의 문을 두드리다
정 회장이 한문화진흥협회에 발을 들인 것은 2007년, 스물셋 때다. 1997년 외환위기의 여파로 협회 존속 자체가 불투명하던 시절, 그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거듭 도전했다. 이상봉 패션 디자이너를 끈질기게 설득해 패션 연출을 배우고, 주한 외교단을 직접 발로 뛰며 찾아다녔다. 그 결실이 2009년 세계 의상 페스티벌이다. 외교부나 문화체육관광부 같은 정부 부처의 도움 없이 홀로 설득에 나서 50개국 주한 외교단의 참석을 이끌어냈다. 무작정 찾아간 코스타리카 대사가 각국 대사관에 연락을 돌려주면서 참여국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무명의 젊은이가 일궈낸 민간외교의 역사적 무대였다. 코스타리카 대사와의 인연은 코스타리카 대통령 방한으로 이어졌고, 이후 세계 각국의 대통령·총리·장관 등 고위급 인사와의 교류로 꾸준히 확장되고 있다.정 회장의 문화외교 행보는 그로부터 20년 가까이 멈추지 않았다. 세계 패션 수도 프랑스 파리에서 연 최초의 한복 모델 선발대회를 시작으로, 개선문에서 에펠탑을 잇는 한복 퍼레이드, 중국 베이징 올림픽경기장·이집트 카이로 선언문·미국 워싱턴 존 F. 케네디 센터·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등지에서 펼친 한복 패션쇼, 파키스탄 국보급 불상의 한국 최초 전시까지. 아메리카·아프리카·유럽·아시아·중동을 향한 그의 발자국은 세계 지도를 빼곡히 채워 나갔다.
글로벌 네트워크 부족한 기업에 다리 되겠다
정 회장이 그리는 청사진의 핵심 타깃은 분명하다. 삼성·현대자동차·LG·SK 같은 대기업이 아니다. 해외 진출을 간절히 원하지만 글로벌 네트워크가 없어 첫발을 내딛지 못하는 중소·중견기업이다.“대기업은 자체 글로벌 팀이 있지만, 연 매출 2,000억원 미만의 기업들은 해외 진출이 절실해도 전담 팀을 꾸릴 여력이 없어요. 담당자 두세 명만 운영해도 연간 억 단위 비용이 나갑니다. 외부 컨설팅을 받아도 현지 사업 경험이 없는 컨설턴트가 태반이라 실질적이고 깊이 있는 조언을 기대하기 어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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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민간외교 생태계 구축한다
정 회장이 구상하는 모델은 다양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멤버십을 구성해 현지 진출 컨설팅, 외교 채널을 활용한 비즈니스 미팅·교류, 기업·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인증 지원, VIP 의전 등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최대한 부담을 낮추고 합리적인 비용으로 기업이 자연스럽게 민간 문화외교를 활용해 글로벌 비즈니스를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인건비에도 미치지 않는 비용으로 해외 시장의 문을 열 수 있다면 협회로서도 그보다 큰 보람이 없죠.”
이 구상은 공허한 이야기가 아니다. 해외 봉사·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현지 고위급 인사의 환영과 공항 VIP 의전을 경험한 참가자들로부터 이미 여러 차례 호평을 받은 실적이 뒷받침한다. 정 회장은 이 노하우를 토대로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을 돕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문화 외교와 비즈니스 잇는 지속가능한 미래
한문화진흥협회의 핵심 자산은 어느 단체도 쉽게 따라오기 힘든 공신력이다. 42년에 걸쳐 100여개국 대사관과 쌓아온 신뢰는 하루아침에 돈으로 살 수 없는 역사적 자산이다. 정 회장의 일정만 봐도 그 무게가 느껴진다. 각국 국경일·수교 기념행사, 고위급 인사 방한 등을 통해 매년 수많은 대사들을 만나고, 외국 사절단이 방한할 때면 별도의 환영 네트워킹 자리를 마련한다. 청소년 외교 아카데미 ‘유스앰버서더’를 통해 전국 중·고교생과 권역별 대사를 1대 1로 잇는 행사도 빠짐없이 챙긴다.정 회장은 그 모든 자리에서 문화를 기반으로 민간외교를 펼쳐왔다. 이제 그 기반을 비즈니스라는 실질적 성과로 연결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려 한다. 시중에는 국제화를 내세운 수많은 사업과 행사가 넘쳐나지만, 정부 예산이 끊기면 사라지거나 대기업 후원에 기대다 반짝 빛나고 꺼지는 프로젝트가 대부분이다. 한문화진흥협회는 결이 다르다. 정부 지원 없이 자생해오면서 이제는 지자체와 중소기업 단체들이 먼저 문을 두드리는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정 회장이 그리는 미래는 단순 명쾌하다. 해외로 나가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중소·중견기업이 큰 비용 없이 현지에 뿌리내린 국제 네트워크와 손잡고 세계 시장으로 첫발을 내디딜 수 있도록 하는 것. 가장 오래된 언어인 문화로, 가장 현실적인 성과인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도록 돕겠다는 의지다.
오는 6월 27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는 한문화진흥협회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한복 모델 선발대회 최종 결선이 열린다. 정 회장의 시선은 이미 그 무대 너머를 향해 있다. 이 자리에서 118개국 대사관과 협력의향서를 새로 체결하고, 아메리카·유럽·아시아·중동·아프리카 등 권역 대표 대사들과 직접 서명식을 가질 계획이다. 이 네트워크를 발판 삼아 해외 진출을 꿈꾸는 기업들과의 연결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문화외교는 결국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일입니다. 어떤 조약보다 오래가고, 어떤 계약서보다 강한 것은 결국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그 신뢰 위에 기업의 비즈니스 미래를 세울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정사무엘 한문화진흥협회장은
1984년 창립된 협회에서 2007년부터 문화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20년 만에 118개국 문화외교 네트워크로 성장시켰다. 해외 훈·포상 200여개, 페루·몽골 대통령 훈장, 캄보디아 총리 훈장 등 국가 훈장을 수훈했다. 각국 국경일 행사 및 수교 기념행사, 유스앰버서더 외교 아카데미, 대한민국·프랑스·태국 한복 모델 선발대회 등 매년 수십 회의 국제 행사를 주관한다.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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