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최근 SK온(배터리)과 SK엔무브(윤활유·액침냉각) 합병을 결정했다. 액침냉각 기술을 통한 뛰어난 열관리로 배터리 안정성과 수명 연장, 성능까지 끌어올릴 수 있어 양사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취지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경우 신용등급 강등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합병으로 SK엔무브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그룹 차원에서 보면 이득인 셈이다.
SK, IPO 접고 사업재편…과도한 중복상장 비율도 한 몫
SK온과 SK엔무브는 기존에 추진했던 기업공개(IPO)를 잠정 중단했다. 양사 합병 결정에 따른 결과지만 국내 시장에서 중복상장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했던 만큼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SK의 상장 자회사는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스퀘어, SKC, SK네트웍스, SK바이오팜, SK리츠 등 7개사다. 이중 SK이노베이션 중복상장 비율은 12.1%로 가장 높다.
해당 수치는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 중복상장을 제외한 것이다. 자회사 시 SK 중복상장 비율은 더 올라가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SK온과 SK엔무브가 상장되면 SK이노베이션과 SK 기업가치 하락은 불가피하다.
SK그룹, 신용도 제고 초점…美 증시 노림수도
SK그룹의 이번 사업재편은 밸류업과 신용도 제고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분석된다. 그룹 신용도 측면 SK온은 가히 위협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도 정유와 화학 부문 부진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SK온에 문제가 생기면 그룹 전체로 크레딧 리스크가 증폭될 수 있는 구조다.특히 신용도 하락 우려를 낮췄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부채성 자금조달에 예측 가능성과 향후 SK온의 실적 개선 시 미국 증시에 직접 상장 가능성도 높아진다.
미국에서는 IPO 시에도 신용평가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단순히 주주들에게 기업 부채 전가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 방식을 사전에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국내 시장에서 성장만 강조하는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발을 붙이기 어려운 이유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기업 신용평가는 기본이지만 국내 시장은 성장만 강조하다 보니 상장 이후 실적이 부진한 경우도 많다”며 “IPO는 본격 성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 시작 단계인데 단순히 부채를 줄이려는 의도가 더 큰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그는 “중복상장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자체적으로 현금흐름을 못 만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디스카운트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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