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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 상속세만 2.3조…‘정의선 웨이’로 정면 돌파한다 [슬기로운 승계플랜 (1)]

기사입력 : 2025-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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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높은 韓 상속세율 문제지만
로봇·자율주행 신사업 성공시켜
주주가치 훼손 없이 정정당당 해결

MK 상속세만 2.3조…‘정의선 웨이’로 정면 돌파한다 [슬기로운 승계플랜 (1)]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지난해 6월 14일 현대모비스 주가가 장중 15%나 급등한 일이 있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소문이 여의도 증권가를 중심으로 돌았던 영향이었다. 소문은 결국 사실무근으로 밝혀지면서 주가는 바로 제자리를 찾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후유증이 적지 않았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87세 고령이라는 점과 현대차그룹 승계·지배구조 재편과 관련해 현대모비스라는 회사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방증이었다.

현대모비스 주가가 출렁인 이유는 이 회사가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제철)→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로 이뤄졌다.

정몽구 명예회장 장남인 정의선닫기정의선기사 모아보기 회장은 2018년부터 그룹 경영 전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핵심 계열사 지분 승계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율은 현대모비스 7.29%, 현대차 5.44%, 현대제철 11.81% 등이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모비스 0.32%, 현대차 2.67%, 기아 1.78%에 불과하다.

현대모비스만 지배하면 승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순환출자 구조상 계열사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외부 세력 공격을 받을 경우 지배구조 연결고리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따라서 현대차그룹 승계가 완성되려면 정의선 회장이 아버지 정 명예회장 보유 지분을 물려받아야 한다. 순환출자 구조 해소는 그 다음 문제다.

문제는 한국 상속세율이 과도하게 높다는데 있다. 최고세율이 50%나 된다.

여기에 주식을 상속할 땐 20%를 할증해 부과한다. 실질적 상속세 최고세율이 무려 60%에 달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대기업 총수 일가들은 절세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현대차그룹도 지난 2018년 추진한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잡음이 나왔다. 현대모비스 사업부를 인적분할해 현대글로비스에 합병하는 방안이었는데, 외국인 주주들이 “정의선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에 유리한 합병 비율”이라고 반발하며 이를 무산시켰다.

그때로부터 7년이 지났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방안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현대차그룹이 주주가치에 손해를 끼치는 방법을 쓰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강하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현대차그룹의 ‘슬기로운 승계플랜’은 뭐가 될까. 정의선 회장은 지분을 물려받고 세금을 납부하는 정공법을 최선의 방안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한국 상속세율을 감안할 때 정 회장이 내야 할 세금 규모는 어마어마할 수 밖에 없다.

정몽구 명예회장 주요 계열사 지분가치는 지난 16일 종가 기준으로 현대모비스(1조5099억원), 현대차(1조9188억원), 현대제철(4960억원) 등 총 3조9247억원이다.

이를 상속세율 60%에 적용하면 2조3548억원으로 계산된다.

정의선 회장은 상속세를 5년간 분납하는 연부연납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이자율 3.9%까지 고려하면 매년 4700억원씩 내야 완납 가능하다. 이는 아무리 재벌이라도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다. 정의선 회장 현금흐름 가운데 알 수 있는 정보는 급여와 배당이다. 그는 지난해 연봉으로 115억원, 배당으로 1600억원 등 1800억원 가량을 벌었다. 세금은 포함하지 않은 금액이다.

지배구조와 무관한 현대엔지니어링·보스턴다이내믹스 등 계열사 지분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일단 정의선 회장이 20여 년 전에 마련한 건설사 현대엔지니어링을 살펴보자. 정 회장은 11.72%를 갖고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 4.68%도 활용할 수 있다.

지난 2022년 추진한 현대엔지니어링 IPO(기업공개)에서 평가된 기업가치는 약 8조원이다. 정 회장 등 지분율 16.4%는 1조3100억원이다. 다만 당시 IPO도 흥행 실패로 무산됐다. 현재 건설업 불황과 현대엔지니어링 사정을 종합 고려하면 기업가치는 더 낮아졌을 것으로 판단된다.

비슷한 시기 확보한 물류사 현대글로비스는 20%를 갖고 있다. 최근 종가 기준으로 1조6800억원으로 평가된다. 현대글로비스는 그룹 로봇 사업이 성장한다면 기업가치가 함께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20년 소프트뱅크로부터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가 희망이 될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도 참여해 지분 10%를 확보했다.

그룹 내 높은 내부거래 의존도로 비판받는 현대글로비스와 달리, 로봇은 정의선 회장이 직접 발굴하고 육성하는 신사업이다. 정 회장이 정당하게 마련하는 승계자금이다. 정 회장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21.9%를 보유하고 있다. 인수 당시 사재 2390억원을 직접 출연했다.

비상장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 기업가치를 가늠하긴 어렵다. 지난해 기준 장부상 가치는 1조8700억원에 불과하다. 소프트뱅크와 약속한 보스턴다이내믹스 IPO 시기는 오는 6월이지만 현재 적자 상태인 실적을 고려하면 실제 상장에 나설지 불투명하다.

다만 증권사들은 로봇 사업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보스턴다이내믹스 기업가치를 최소 4조원에서 최대 30조원까지 언급하고 있다. 10조원으로 가정해도 정 회장 지분가치는 2조원 이상에 달한다. 상속세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가 가능한 수준이다.

정의선 회장이 밀고 있는 또 다른 차세대 사업인 자율주행도 주목할 수 있다. 자율주행 관련 소프트웨어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현대오토에버가 주인공이다. 정 회장은 이 회사 지분 7.33%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주가 기준으로 약 2200억원으로 평가된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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