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5011억 원) 대비 4.5% 하락한 4787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234억 원을 내면서 전년(224억 원)보다 불어났다.
김승언 남양유업 대표집행임원은 1976년생으로 고려대 식품공학과를 나온 후 일본 게이오대 MBA를 졸업했다. 지난 2011년 남양유업에 입사해 생산전략본부장과 기획마케팅본부장, 수석본부장 겸 계열사 건강한사람들 대표 등 요직을 맡았다. 20년 넘게 남양유업에서 근무한 ‘남양맨’이다. 특히 불가리스 사태가 터진 지난 2021년 10월부터 남양유업 비상경영체제를 이끌어왔다. 한앤코는 남양유업 대표이사제를 폐지하고,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했다. 지배구조를 확립하려는 조치였다. 이사회는 의사결정과 감독 기능을, 집행임원은 업무 집행만 전담하는 구조다. 사실상 김승언 대표가 지난 3년에 이어 다시 남양유업을 이끌게 된 것으로, 경영 안정화에 주력하겠다는 한앤코의 의지로 풀이된다.
컴플라이언스 위원회에는 법조계·학계·경제계 등 분야별 사내외 전문가 4명을 초빙했다. 초대 위원장으로는 헌법재판관 출신의 이정미 법무법인 로고스 대표 변호사를 임명했다. 그 외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과 장영균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이상욱 남양유업 준법경영실장도 포함됐다. 이들은 김 대표와 함께 남양유업 준법·윤리 경영 정책과 규정 등을 심의하고, 내부통제 시스템을 점검하는 자문 역할을 한다.
김 대표는 또 대리점과의 상생 보폭을 넓히기 위해 지난 2013년부터 시작한 대리점주 자녀 ‘패밀리 장학금’ 제도에 힘을 실었다. 상·하반기 대리점주 자녀 38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현재까지 1088명에 14억1000만 원의 장학금을 수여했다. 또한, 거래 중 발생한 영업이익을 대리점주와 나누는 협력이익공유제도 실천 중이다. 누적 지원금만 500억 원이 넘는다. 남양유업은 과거의 인식을 깨고, ‘공정거래위원회 대리점 분야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 우수 등급을 획득했다. 최근에는 ‘대리점 동행기업’으로 선정됐다.
아울러 한앤코는 지난달 9일 남양유업 자사주 소각과 액면분할을 결정했다. 약 231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유통주식 수 확대를 위해 1주당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쪼갠다. 발행 주식 총수는 분할 전 보통주 67만9731주, 종류주 20만 주에서 분할 후 679만7310주, 종류주 200만 주로 10배 늘어난다. 한앤코는 오는 25일 열리는 남양유업 주주총회에서 액면분할 안건이 통과되면 다음 달 20일 신주를 상장한다. 남양유업의 자사주 소각 발표가 나온 후 주가는 직전 거래일 47만4500원에서 11.5% 뛴 52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남양유업은 22일 종가 59만3000원을 기록하면서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적자 탈출이 급선무다. 남양유업은 자사 스테디셀러 가공유인 ‘초코에몽’을 크림빵이나 아이스크림으로 변주해 선보였으며, 최근에는 웹드라마도 공개했다. 기존과는 다른 MZ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펼친 것이다. 또 고함량 단백질 음료인 ‘테이크핏’과 식물성 음료인 ‘아몬드데이’ 등 신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남양유업 카페 브랜드인 백미당도 백화점 쪽으로 출점을 서두르고 있다. 남양유업 온라인몰인 ‘남양몰’ 역시 뇌전증 특수 분유 ‘케토니아’와 스웨덴 친환경 기저귀 브랜드 ‘리베로’ 등을 입점시키면서 채널을 키우는 모습이다. 이달에는 한국표준협회(KSA)로부터 안전보건경영시스템 ISO45001 인증도 획득해 소비자 신뢰도를 다시금 쌓아가는 중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올 초 경영권 변경으로 경영 정상화가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책임 경영 의지와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자사주 소각과 액면분할을 결정하게 됐다”라며 “주가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남양유업은 지난 2021년 4월 심포지엄을 열고, 자사 발효유인 불가리스에 코로나 억제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 질병관리청은 남양유업의 연구 결과에 즉각 의문을 표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연구에 사용된 불가리스 제품과 남양유업이 지원한 연구비 등을 문제 삼았다. 정부는 남양유업에 과장 광고 등을 이유로 행정처분 및 고발 조치했다.
사건 이후 남양유업 홍원식 전 회장이 진화에 나섰지만, 소비자 사이에서는 불매운동이 일면서 역풍이 불었다. 남양유업은 이전에도 대리점 갑질 논란으로 소비자들의 빈축을 샀던 터였다. 홍 전 회장은 직접 사과문을 발표하며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불매운동이 사그라지지 않자 본인과 가족이 보유한 남양유업 주식 38만2146주(53.08%) 전량을 경영권과 함께 넘기겠다고 밝혔다. 홍 전 회장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코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매각가만 3100억 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홍 전 회장은 4개월여 만에 계약을 백지화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자신과 한앤코를 쌍방 대리했다며, 계약 무효를 선언한 것이다. 한앤코는 즉각 홍 전 회장 측에 주식양도 이행 소송을 제기했다. 남양유업 분쟁은 올해 1월 대법원 최종 판결로 일단락됐다. 앞서 1심과 2심 재판부는 홍 전 회장 일가가 한앤코에 주식을 넘겨야 한다고 판단했고,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본 것이다. 이로써 한앤코는 남양유업 최대주주가 됐다.
오너를 둘러싼 경영권 싸움이 장기화하면서 소비자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이 기간 남양유업 실적은 바닥을 찍었다. 최근 3년간 남양유업 매출 추이를 보면 2019년 1조308억 원에서 2020년 9489억 원, 2021년 9561억 원, 2022년 9647억 원, 2023년 9968억 원으로 5년 넘게 1조를 넘기지 못했다. 이 기간 적자 현황은 2020년 771억 원에서 2021년 779억 원, 2022년 868억 원, 2023년 724억 원으로 누적된 모습이다.
김 대표는 “남양유업 임직원들은 기업 가치를 회복하고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 뼈를 깎는 쇄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유념하고 있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기업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개개인이 높은 윤리의식과 준법정신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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