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은 상반기 매출이 4787억원으로, 전년(5011억원)보다 4.5% 떨어졌다. 영업손실 역시 234억원으로, 전년 영업손실 224억원보다 4.5%가량 늘었다. 다만, 남양유업 당기순손실은 191억원을 기록해 전년 순손실 211억원보다 9.5% 개선했다. 남양유업은 앞서 지난 2020년 코로나로 급식사업이 중단되면서 적자 전환했다.
하지만, 남양유업은 상반기 수출에서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남양유업 우유·분유 수출액이 전년보다 급감했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은 중국, 일본, 베트남 등 해외 35개 국가에 자사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우유 수출이 3600만원으로, 전년(12억원)보다 97%나 빠졌다. 분유 수출도 98억원으로, 전년(165억원) 대비 40.6%나 급감했다. 남양유업은 이에 대해 수익성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개편 중이며, 수출 역량을 키우겠다는 답을 내놓았다.
'남양맨' 김승언, 남양유업 위기에서 꺼내줄까
남양유업은 이처럼 상반기 실적이 뜻하지 않게 역성장을 보이자 그룹 쇄신에 힘을 기울였다. 특히 오너 일가였던 홍원식닫기홍원식기사 모아보기 전 회장이 물러나면서 대주주 한앤코를 새 주인으로 맞았다. 회사 대표는 지난 3년간 비상경영체제를 이끌었던 원조 ‘남양맨’ 김승언 대표가 계속해서 이어갔다. 1976년생 김 대표는 고려대 식품공학과를 나온 후 일본 게이오대에서 MBA를 졸업했다. 그는 2001년 남양유업에 입사해 생산전략본부장, 기획마케팅본부장, 수석본부장 겸 계열사 건강한사람들 대표 등 요직을 맡았다. 김 대표는 지난 2021년 홍 전 회장이 자사 발효유인 불가리스에 코로나 예방 효과가 있다는 이른바 ‘불가리스 사태’가 불거진 후 불매운동이 벌어지자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했다. 당시 홍 전 회장은 남양유업을 한앤코에 매각한다고 했지만, 이를 번복했다. 지난 3년간 지지부진했던 경영권 분쟁이 최근에야 매듭을 지었지만, 남양유업은 오너 리스크로 얼룩진 회사 이미지를 개선해야 했다. 동시에 우유 주력 소비층인 유소년 인구가 급감하면서 급식사업이 위축되는 사태에도 대응해야 했다. 여전히 김 대표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우선 대리점과의 상생 보폭을 넓히면서 회사 준법 경영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어려운 상황에도 대리점주 자녀들에 장학금을 지급하는 ‘패밀리 장학금’ 제도를 12년째 이어왔다. 농협 납품 시 발생하는 순이익의 5%를 전국 대리점에 나눠 지급하는 ‘상생협력기금’도 명맥을 유지했다. 이 같은 노력에 남양유업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우수 기업’으로 선정됐다. 표준계약서 사용·공개, 대리점의 수령·지급금액·계약해지와 관련된 이의신청 마련 등이 좋은 평가를 얻었다.
김 대표는 또 준법·윤리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고강도 쇄신안도 발표했다. 내부통제 시스템인 ▲재무·회계 분야 불법 이슈를 예방하기 위한 오디트 서비스 ▲회사 자금 관리 강화 및 자금 사고 예방을 위한 임직원 규칙 ▲회사 보안 강화 및 정보 자산 보호를 위한 임직원 규칙 등을 마련했다. 회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조치다. 윤리강령에서도 ▲직무 관련 청탁 및 금품 수수·제공 등 부패방지 ▲공정거래 및 국제거래 관련 법규 준수 ▲회사 비밀정보 사용·관리 및 보안 등도 준비했다.
김 대표는 법조계·학계·경제계 등 분야별 사내·외 위원 4명으로 구성한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도 발족했다. 초대 위원장으로는 헌법재판관 출신의 이정미 법무법인 로고스 대표 변호사를 임명했다. 그 외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 장영균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이상욱 남양유업 준법경영실장도 위촉했다. 이들은 남양유업의 준법통제 및 준법지원제도 규범적 방향을 설정하는 데 힘을 보탠다.
남양유업은 MZ세대로부터 기업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스테디셀러 가공유인 ‘초코에몽’ 웹드라마도 선보였다. 이어 초코에몽을 크림빵이나 아이스크림으로 만들면서 인기몰이를 했다. 또 고함량 단백질 음료인 ‘테이크핏’과 식물성 음료 ‘아몬드데이’ 등 신제품도 잇달아 출시했다. 최근에는 테이크핏이 국내 편의점 단백질 음료 매출 1위라는 기염을 토했다. 건강기능식품인 ‘이너케어 뼈관절’도 지속 론칭하면서 우유 외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냈다.
남양유업이 회사 안팎으로 위기 상항에 직면했지만,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은 16.8%에 불과해 재무구조가 탄탄하다. 그러나 오너 일가였던 홍 전 회장과의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홍 전 회장이 남양유업에 400억원대 퇴직금 소송을 내자 남양유업도 홍 전 회장에 200억원대 횡령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 사안 관련해서는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남양유업의 김 대표가 임직원들과 함께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김 대표는 “남양유업 임직원들은 기업 가치를 회복하고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 뼈를 깎는 쇄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유념하고 있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기업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개개인이 높은 윤리의식과 준법정신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관련기사]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