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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감원장 질책에…은행들 대출 한도·만기 줄이고 갭투자 전세대출 막는다

기사입력 : 2024-08-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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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29일부터 수도권 주담대 만기 30년으로 줄여
우리은행, 생활자금대출 2억→1억…조건부 전세대출 중단
신한은행, 다주택자 생활안정자금 주담대 취급 제한 검토

이복현 금감원장 질책에…은행들 대출 한도·만기 줄이고 갭투자 전세대출 막는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가계대출 급증세를 막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서던 은행권이 가계대출 한도와 만기를 줄이는 등 추가적인 대출 옥죄기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은 당국이 바란 것이 아니다"라며 대출 관리 방식에 대해 질타하며 은행 개입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은행들은 생활안정자금 주담대 한도를 낮추고 수도권 소재 주담대 대출 만기를 축소한다.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입) 방지를 위해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도 제한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29일부터 ‘실수요자 중심의 가계부채 관리대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우선 수도권 소재 주담대 최장 대출 기간을 30년으로 축소한다. 현재는 청년(만 34세 이하)의 경우 50년, 그 외 40년이지만 수도권 소재 주택에 한해 일괄 30년으로 대출 기간을 줄인다.

주택을 담보로 빌리는 생활안정자금 대출의 한도는 물건별 1억원으로 제한한다. 기존에는 생활안정자금 주담대에 별도의 한도가 없었다. 단 임대보증금 반환 목적의 생활안전자금 대출은 최대 대출 한도를 초과 취급할 수 있다.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 내는 주담대 거치기간도 당분간 없앤다. 현재는 신규 주택 구입 대출 시 1년 이내, 생활안정자금 대출 시 3년 이내로 거치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신규 주담대 모기지보험(MCI·MCG) 가입도 중단한다. MCI·MCG는 주담대를 받을 때 동시에 가입하는 일종의 보험이다.

이 보험에 가입한 차주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만큼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보험이 없으면 소액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빌릴 수 있어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지역별 소액임차보증금은 서울 5500만원, 경기도 4800만원, 나머지 광역시 2800만원, 기타 지역 2500만원이다.

논·밭·과수원 등 나대지(지상에 건물이 없는 토지) 담보 대출과 다른 은행으로부터의 전세자금대출 대환도 금지한다. 마이너스통장 한도 역시 현재 1억원~1억5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대폭 낮춘다.

수도권 주담대 기간이 40년에서 30년으로만 줄어들면 연소득 5000만원 차주의 한도(대출 금리 연 3.85% 가정)는 기존 4억원에서 3억5000만원으로 낮아질 것으로 국민은행은 추산했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다주택자 주택구입자금대출 취급과 타행대환용 주담대 신규 취급을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해왔다.

우리은행도 다음달 2일부터 추가 주담대 총량 관리 조치를 시행한다. 다주택자 생활안정자금 주담대 한도를 기존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하고 대출 모집 법인 한도 관리를 강화해 법인별 월 한도를 2000억원 내외로 유지한다.

주담대를 통한 갭투자를 막기 위해 소유권 이전, 신탁등기 말소 등의 조건이 붙은 전세자금대출 취급도 제한한다. 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주담대 모기지보험(MCI·MCG) 가입도 제한한다.

신한은행은 26일부터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당분간 취급하지 않고 있다. 해당 조건은 임대인(매수자) 소유권 이전, 선순위채권 말소 또는 감액, 주택 처분 등이다. 전세대출이 갭투자 등 투기성 대출에 활용되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신탁사로 소유권이 이전돼 있는 '신탁등기 물건지 전세대출' 취급도 중단했다. 기존에는 서울보증보험, 도시보증공사가 보증하는 전세대출만 취급이 불가했지만 이날부터 주택금융공사 보증도 취급하지 않는다.

신한은행도 플러스모기지론(MCI·MCG)을 중단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생활안정자금 주담대 취급을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은행권이 잇달아 추가적인 대출 억제 방안을 내놓은 건 금융당국이 최근 가계대출 관리 방법으로 금리 인상에 나서 온 은행권의 행태를 비판하며 개입 필요성을 언급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지난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은행 자율성 측면에서 개입을 적게 했는데 앞으로는 부동산 시장 등에 비추어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은행 가계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며 “최근 부동산, 특히 수도권 집값과 관련해 개입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고 은행이 물량 관리나 적절한 미시 관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금액(금리)을 올리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지난달부터 대출금리를 20차례 넘게 인상해왔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주담대(전세대출 포함) 잔액은 559조7501억원으로 전월 말(552조1526억원) 대비 7조5975억원 늘었다.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이달 들어서도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65조8957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6조1456억원 늘었다.

조용병닫기조용병기사 모아보기 은행연합회장과 국민·신한·하나·우리·기업·씨티·전북은행 등 7개 은행장, 부행장들은 이날 은행장 이사회를 겸한 간담회를 열고 가계대출 관리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은행장들은 다음달 시행 예정인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및 은행권 내부 관리 목적 DSR 산출 등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로 했다.

각 은행은 실수요자 중심의 자금 공급은 유지하되 공급되는 자금이 실수요와 무관한 갭투자 등 투기나 부동산 가격 부양 수단 등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자율적으로 다양한 조치를 시행할 방침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대출금리 등 가격 중심의 대응보다는 은행별로 차주의 실질적인 상환능력을 고려해 대출심사를 체계화하고 상황에 따라 대출한도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등 보다 정교한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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