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기업은행은 현지법인, 우리·하나은행은 지점, 신용보증기금은 정책금융 협력을 단행하면서, 폴란드는 민관 협력 구조 아래 국내 금융권의 동유럽 진출 시험대로 부상하고 있다.
K-방산·배터리 수요에 우크라 재건 기대까지
이미지 확대보기은행권이 폴란드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 기업의 현지 진출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는 중동부 유럽과 서유럽을 잇는 경제·물류 허브로 꼽히며, 약 3800만 명 규모의 내수시장과 투자 친화적 환경을 갖춘 국가로 평가된다.
폴란드는 세계은행 기준 2025년 GDP 1조달러를 넘어선 중부유럽 최대 경제권 국가로 알려져있다. 폴란드 진출 한국 기업은 400여개사, 누적 투자액은 약 88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한국의 폴란드 투자는 비유럽 국가 중 최대규모다.
지난 4월 한국과 폴란드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참여한 가운데, 13년만에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구체적으로는 기존에 진행 중이던 방산 협력을 더욱 심화·발전시켜 나가는 한편 에너지와 인프라, 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투스크 총리는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라며 양국의 협력관계를 재확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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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에서는 이차전지, 전기차, 방산, 에너지, 철도, 건설 등 한국 기업의 핵심 수출 산업과 맞물리며 금융 수요가 커지고 있다. 수도 바르샤바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국내 대표 방산기업들을 비롯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기아차 등 다수 기업 현지 법인들이 진출해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들 기업과 협력사를 대상으로 운전자금, 설비투자 금융, 외환, 지급보증, 무역금융, 현지 협력사 금융 등을 제공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재건사업도 폴란드의 전략적 가치를 키우는 요인이다. 폴란드는 지리적으로 우크라이나와 맞닿아 있어 향후 전후 복구 사업의 물류·금융·인프라 거점으로 거론된다.
세계은행·EU·UN 등이 공동으로 추산한 우크라이나 재건·복구 비용은 2025년 말 기준 향후 10년간 약 5880억달러에 달한다. 폴란드는 지리적으로 우크라이나와 맞닿아 있는 데다, 전후 복구 과정에서 물류·금융·인프라 거점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은행들이 폴란드에 거점을 두려는 것은 당장의 한국 기업 금융 수요뿐 아니라, 향후 우크라이나 재건과 동유럽 인프라 금융 시장을 선점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유일한 ‘현지법인’ 기업銀, EU 총괄법인 구상
이미지 확대보기해외 은행 점포 형태는 크게 사무소, 지점, 현지법인으로 나뉜다. 사무소는 시장조사와 연락 기능을 수행하는 단계로 예금·대출 등 은행 영업은 할 수 없다. 지점은 본점의 해외 영업창구로 은행 영업이 가능하지만 법적으로는 본점의 일부다. 반면 현지법인은 현지 법에 따라 별도 은행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독립 자본과 이사회, 리스크관리 체계를 갖추고 현지 금융당국의 직접 감독을 받는다.
인가 절차와 규제 부담은 크지만 현지 기업과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기업금융을 제공할 수 있어 해외 진출 단계 중 가장 고도화된 형태로 평가된다.
우리나라에서 폴란드 금융감독청(KNF)의 인가를 받아 현지 법인을 운영 중인 곳은 기업은행이 대표적이다. 2024년 11월 법인설립 인가를 받은 이후 약 1년여 만인 지난해 말 영업인가도 획득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원회가 직접 나서 KNF와 두 차례 금융수장 면담을 갖고 은행감독 MOU를 체결하는 등 인가 절차를 지원했다. 기업은행 역시 본사에서 IT인력을 파견해 현지 특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현장이슈에 적극 대응해왔다. 아직까지는 인가 초기라 비용 지출이 더 커 수익을 내는 구조는 아니지만, 기업은행은 IBK 유럽벨트 구축의 핵심 거점으로 삼는다는 포부를 밝혔다.
기업은행은 해당 법인을 통해 폴란드에 진출한 기업은 물론 현지 기업을 대상으로도 금융 지원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나아가 폴란드뿐만 아니라 유럽의 주요 생산 기지인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국가 진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EU 총괄 법인의 역할도 수행할 방침이다.
우리·하나銀 밀고 신보 당기고…민관 기반 확장
주요 시중은행들과 금융공기업들의 경우 아직 영업인가는 없지만 지점과 사무소 등을 내며 본격적인 진출을 준비 중이다.지난해 우리은행은 독일과 런던에 이은 세 번째 유럽 지점으로 폴란드 바르샤바에 지점을 냈다. 일찍부터 폴란드 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한 우리은행은 지난 2017년 국내기업 현지 법인이 다수 포진하고 있는 남서부 공업도시 카토비체에 사무소를 설치하고 이들 기업의 자금조달과 중계 서비스 등 금융지원 업무를 수행해왔다.
개점식에서 이정우 폴란드 지점장은 “폴란드의 지정학적 이점과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사업으로 많은 한국 기업들이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기업에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보기같은해 하나은행 역시 폴란드 남부 공업도시인 브로츠와프에 지점을 냈다. 브로츠와프에는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2차전지 관련 한국 기업이 대거 입주해 있고, 카토비체 인근 자동차 부품 생산 기지와도 가까워 현지 금융 수요가 풍부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더해 하나은행은 폴란드 최대 상업은행인 PKO Bank Polski와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양행은 해외 영업점 상호 지원, IB 업무 협력, 무역금융, 환거래은행 서비스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이 초기에는 한국계 기업 금융을 중심으로 영업 기반을 다지되, 중장기적으로 현지 은행 네트워크를 활용해 폴란드 기업과 동유럽 인프라 금융까지 접근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신용보증기금 또한 지난해 9월 폴란드 개발은행(Bank Gospodarstwa Krajowego)과 양국의 신용보증제도 발전 및 기업 성장 지원을 위한 MOU를 맺었다.
BGK는 1924년에 설립된 폴란드 유일의 국책개발은행으로, 폴란드 정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자국내 16개 지역본부와 해외 3곳(브뤼셀, 프랑크푸르트, 키예프)에 대표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중소기업 보증, 인프라 개발 및 재생에너지 투자, 수출 금융 등 정책금융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BGK의 미라슬로프 체카이(Mirosław Czekaj) 행장은 “양국 신용보증기관 간 협력을 통해 기업 지원 역량을 높이고, 나아가 양국의 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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