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이 다음달 우리투자증권을 출범하며 약 10년 만에 증권사를 다시 보유하게 된다. 임종룡닫기임종룡기사 모아보기 우리금융 회장 취임 후 첫 비은행 인수합병(M&A) 성과다. 증권업에 진출하는 우리금융은 앞으로 비어있는 보험 계열사까지 인수해 종합금융그룹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임 회장은 우리투자증권 자체 성장에 집중하면서 보험 M&A를 적극 추진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4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한국포스증권과 우리종합금융의 합병안과 단기금융업 인가안 등을 의결했다. 이와 함께 한국포스증권의 투자매매업 변경 예비인가와 투자중개업 추가 등록, 우리금융의 합병 증권사 자회사 편입 승인안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은 다음달 1일 통합 증권사인 우리투자증권을 출범한다. 우리금융이 증권업에 진출하는 건 지난 2014년 NH농협금융지주에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매각한 지 약 10년 만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자기자본(1조2000억원) 기준 18위권의 중형 증권사로 첫발을 뗀다. 예탁 자산은 10조원 이상, 고객 수는 60만명 수준이 될 전망이다.
초대 대표는 남기천 현 우리종합금융 사장이 맡아 이끈다. 양대 축인 IB(투자은행)와 S&T(세일즈앤트레이딩) 부문은 각각 미래에셋증권 출신 양완규 IB 부문 부사장, 한국투자증권 출신 박기웅 S&T 부문 부사장이 총괄한다.
우리투자증권은 IB와 디지털이 강력한 국내 선도 증권사로 위상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IB를 중심으로 리테일, S&T 등 단계적으로 사업 부문을 확장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초대형 IB로서 WM, IB, 트레이딩 등 각 부문 간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로 했다.
유상증자와 자체 성장, 추가 M&A 등을 통해 10년 내에 업계 상위 10권 초대형 IB로 성장하는 게 중장기 목표다. 초대형 IB는 자기자본의 2배 한도 내에서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초대형 IB로 지정받기 위한 자기자본 요건은 4조원이다.
우리금융은 우선적으로 우리투자증권의 자체 성장에 집중한다. 이성욱 우리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전날 컨퍼런스콜에서 ”우리투자증권은 증권사와 종합금융 라이센스를 모두 갖추고 있어 자체적인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며 “시너지와 자본 비율을 고려해 중장기적으로는 중대형 증권사 인수도 검토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우리투자증권 자체 성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은 우리은행의 기업 고객기반과 계열사 간 연계 영업 등을 바탕으로 고객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출범 초기에는 주로 우리은행의 IB 및 기업금융 RM 조직 대상으로 기업 연계 영업을 추진하고 사업 성장에 따라 모든 계열사와 협업 체계를 빠르게 구축해 기업의 성장단계를 모두 커버하는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출범 1년 후부터 자기자본이익률(ROE) 10%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과거 우리투자증권의 명성에 걸맞은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도록 그룹 차원에서 시너지 추진과 영업 지원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우리투자증권 출범은 임기 2년차인 임 회장의 첫 비은행 M&A 성과다. 임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 직후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강조하고 적극적인 증권사 인수 검토 계획을 밝혀왔다. 특히 올해를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충을 통한 그룹 경쟁력 강화 원년’으로 내세우고 M&A 전략에 속도를 내왔다.
우리금융은 지난 2021년 말 완전 민영화에 성공하면서 증권, 보험 등 핵심 비은행 계열사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한 M&A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우리금융은 민영화 과정에서 2014년 예보의 경남은행, 광주은행 지분 전량 매각을 시작으로 우리파이낸셜, 우리F&I, 우리투자증권·우리금융저축은행(현 NH저축은행)·우리아비바생명보험(현 DGB생명) 등 계열사를 매각했다.
이후 현재까지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사와 보험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지 않다.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약한 탓에 은행에 대한 이익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우리금융의 그룹 전체 순이익에서 은행 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91.8%에서 2022년 92.1%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100%에 달했다. 비은행 계열사 실적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올 1분기 기준으로는 95.7% 수준이다.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한 임 회장의 다음 과제는 보험 계열사 편입이다. 우리금융은 현재 보험업 진출 차원에서 동양생명보험과 ABL생명보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최근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동양생명·ABL생명을 인수하기 위한 비구속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실사에 착수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자산은 각각 32조4402억원, 17조4707억원 수준이다. 두 생보사의 자산을 합치면 49조9109억원 규모로, 삼성· 교보·한화·신한라이프·NH농협생명에 이어 업계 6위 수준이다.
앞서 우리금융은 롯데손해보험 인수에 참여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지난 4월 롯데손보 공개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하면서 인수를 검토했지만 인수 가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지난달 본입찰 참여를 포기했다.
우리금융은 자본 비율을 크게 저하시키는 M&A는 지양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M&A 과정에서 대규모 자본 유출이 생기면 CET1(보통주자본) 비율은 하락할 수 밖에 없다.
우리금융은 중장기적으로 CET1 비율 13%를 달성하기 위해 1차 관리 목표로 12% 수준을 설정했다. 내년까지 12.5%를 조기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의 CET1 비율은 올 3월 말 기준 11.95%로 금융당국 권고치인 12%에 미치지 못했다. 6월 말 현재 12.04%로 올라섰지만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우리금융은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과정에서도 과도한 지출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유상증자 없이 보험사를 인수하면 ROE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금융의 ROE는 지난 6월 말 기준 10.82% 수준이다.
동양생명·ABL생명 인수에 성공할 경우엔 자본 비율을 고려해 당분간 추가 보험사 M&A에는 나서지 않기로 했다. 이 부사장은 “유상증자를 단행하지 않고도 보험사 M&A가 가능하며 인수 시 자본 부담이 되는 오버페이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생보사를 인수할 경우 자본비율 영향을 고려해 당분간 추가적인 보험사 M&A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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