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이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으로 올해 상반기 실적에 타격을 입은 가운데 하반기에는 비상경영체제를 이어가며 허리띠를 졸라맨다. 대출 성장이 제한되고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면서 하반기 은행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면서 비용 효율화 중심의 내실 성장과 긴축 경영이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앞서 지난 1분기에는 4대 금융의 순이익이 모두 뒷걸음질 쳤다. 올 1분기 홍콩 H지수 ELS 손실 고객 보상 비용을 충당부채로 적립하면서 영업외손실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핵심 계열사인 4대 시중은행은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H지수 ELS와 관련해 지난 4월 자율 배상 절차에 돌입했다. 올 1분기 ELS 배상 금액을 영업외비용으로 인식한 규모는 국민은행 8620억원, 신한은행 2740억원, 하나은행 1799억원, 우리은행 75억원 등이다.
ELS 관련 비용을 일회성 요인으로 털어낸 만큼 2분기에는 금융지주 실적이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은행 대출 성장률이 양호하고 NIM 하락 폭이 제한적인 데다 H지수가 반등을 보이면서 홍콩 ELS 배상을 위해 적립한 충당금이 일부 환입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경영 환경이 여전히 우호적이지 않고 충당금 확대 등 이익 감소 요인도 잔존하는 만큼 4대 은행은 하반기 비상경영체제를 이어가며 내실 다지기에 힘쓸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기존 사업이나 업무 등을 전면 재검토해 효율화하는 방안을 올해 경영진 전략과제로 포함해 추진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정리할 수 있는 과제를 발굴하고 불필요한 지출 관리, 중복된 상품·서비스, 사용률이 저조한 전산기기 등 효율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룹, 부서, 영업 본부 등 조직을 통폐합하고 임원, 본부·부서장 업무추진비도 삭감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매주 금요일 오후 5시에 조병규닫기조병규기사 모아보기 행장 주재로 부서장급 이상 간부 회의를 연다. 불필요한 행사 등도 줄이기로 했다. 지주 차원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임원 업무용 차량 운전기사 지원을 폐지했다. 하나은행은 올해 예산 운용 효율화 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각 부서에 비용 효율화 및 긴축 운영 방침을 전달하기도 했다.
4대 금융지주와 은행은 다음달 중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하반기 목표와 경영전략, 중점 추진과제 등을 공유한다. 그룹 중장기 전략과 올해 초 설정한 연간 전략을 바탕으로 세부 계획을 새로 수립할 예정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상반기 주요 은행 간 대출 경쟁이 심화된 측면이 있어 하반기에는 대부분 은행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영업 기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NIM도 하락세가 시작되는 등 실적 악화 요인이 많아 세밀한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등 대내외 영업환경이 좋지 않아 전사적인 비용 효율화 등을 추진하면서 이익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은행 대출 성장이 둔화되고 NIM이 하락하면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전배승 LS 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이후로는 경기선행지수 둔화 및 경제성장률 조정흐름이 예상돼 은행 외부 환경이 다소 비우호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이자이익 증가세 둔화와 높은 대손부담으로 2025년까지 낮은 이익증가율과 수익성 정체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실적의 향방을 가를 핵심 요소로는 대손비용이 지목된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은행 실적의 핵심은 대손비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해 기업 실적이 신용평가 등에 본격적으로 반영됨에 따라 올해 2분기부터 추가 충당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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