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경상남도 김해 지점 직원 A씨는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대출 신청서와 입금 관련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약 100억원의 대출금을 빼돌렸다. 경찰은 A씨가 가상화폐와 해외 선물 등에 투자해 40억원가량의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자체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 중이다. 횡령금 회수를 위해 해당 지점에 특별검사팀도 급파했다. 우리은행은 강도 높은 감사와 함께 A씨에 대한 구상권 청구, 내부통제 프로세스 점검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오는 12일부터 긴급 현장 검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정확한 경위와 책임 소재를 파악하고, 금융사고 재발 방지 방안이 실효성 있게 작동되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볼 방침이다.
우리은행 직원의 대규모 횡령 사고는 불과 2년 만이다. 지난 2022년 4월에는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소속 차장급 직원이 비밀번호와 직인을 도용해 무단으로 결재 및 출금하는 방식으로 712억원가량을 횡령한 사건이 적발된 바 있다. 해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직원은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우리은행도 자체적인 내부통제 강화에 나섰다. 임종룡닫기임종룡기사 모아보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취임 전인 작년 3월 초 조직개편을 통해 회장 직속으로 기업문화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여기에 자회사 사장단을 참여시켜 그룹 차원의 인사 및 평가제도 개편, 내부통제 강화 등 기업문화혁신 전략을 수립하도록 했다. 그룹사 준법감시 실무자로 구성한 ‘그룹 내부통제 현장 자문단’과 ‘검사기능 혁신 추진방안’도 마련했다.
지난해 7월에는 내부통제 전담인력 1선 배치, 신사업 내부통제 검토 절차 강화, 지점장 승진 평가 시 내부통제 경력 반영 등의 내용을 담은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마련했다. 같은달 조병규닫기조병규기사 모아보기 행장 취임 후 실시한 조직개편을 통해서는 내부 내부 감사 조직의 콘트롤타워인 '검사본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수년간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라임 펀드 등 각종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부실 등이 DLF 불완전판매로 이어졌다고 보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2020년 1월 손태승닫기손태승기사 모아보기 전 우리금융 회장에 문책경고 중징계를 의결했다. 손 전 회장은 같은해 3월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징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2022년 12월 최종 승소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금감원의 제재조치 사유 5개 중 우리은행이 ‘상품선정위원회 운영 관련 기준 미비’를 위반한 사실에 대해선 인정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17년 8월 이후 신규 출시한 DLF 상품 360개 중 357개(99.2%)는 상품선정위원회나 공정가액평가실무협의회 평가 등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상품선정심의회 의결 과정에서는 투표 결과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재판부는 “상품선정위원회는 상품개발 추진 부서의 과도한 영업이익 추구로 인한 소비자 위험을 견제하는 내부통제시스템으로 전혀 기능하지 못했다”며 “이는 단순히 상품출시 담당 직원 개인의 일탈 문제가 아니라 위원회라는 형식과 달리 의사결정기구로서 기능할 기본적인 전제조건조차 마련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우리은행은 상품 선정, 판매, 사후관리 전 과정에 걸쳐 영업 체계를 혁신하고, 인프라, 영업문화, 핵심평가지표(KPI)를 고객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는 내용의 ‘핀셋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상품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자체검증-리스크검증-준법검증으로 구성된 3중 구조의 통합리스크관리 체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철저히 관리해도 개인의 일탈로 인한 횡령까지 막는 것은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횡령 사고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반복되는 만큼 내부통제 개선 방안에 대한 실효성을 점검하고 애초에 금융사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강도 높은 대책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전 거래를 담당하는 은행 업무 특성상 횡령 유혹에 빠질 수 있는데, 실제로 이런 사고가 반복되면 열심히 근무하는 직원 입장에서는 박탈감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은행업은 고객 신뢰가 중요한 만큼 빈틈없는 내부통제를 위해 사고 방지 대책의 내용과 수준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금융사 최고경영진의 내부통제 책임을 강화한다. 다음달 3일부터 시행되는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책무구조도 도입, 내부통제 관리의무 부여 등 금융권의 내부통제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원 개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내부통제 대상 업무의 범위와 내용을 금융사 스스로 각자의 특성을 고려해 사전에 정하도록 하는 제도다. 법이 시행되면 금융사 대표이사는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로 내부통제 책무을 배분한 책무구조도를 작성해야 한다. 금융회사의 주요 업무에 대한 최종 책임자를 특정해 내부통제 책임을 하부로 위임할 수 없도록 하는 원칙을 만들기 위한 조치다.
책무구조도 제출 시기는 금융지주·은행의 경우 법 시행 후 6개월 전까지, 금융투자회사·보험사·여신전문금융사·저축은행은 자산 규모에 따라 1~3년 이내다. 책무구조도에 기재된 임원은 자신의 소관 업무에 대해 내부통제가 적절히 이뤄질 수 있도록 내부통제기준의 적정성, 임직원의 기준 준수여부 및 기준의 작동여부 등을 상시점검 하는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특히 대표이사에는 내부통제 총괄 책임자로서 전사적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하고 각 임원의 통제 활동을 감독하는 총괄 관리의무가 부여된다. 기존의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에 더해 관리의무가 추가되는 것이다. 회사 내에서 조직적, 장기간・반복적 또는 광범위한 문제가 발생하는 내부통제 시스템적 실패(systemic failure)에 대해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오태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부통제가 실질적으로 이행되려면 결국 회사의 자체적 노력 유인이 필요하다”며 “책무구조도 도입이 제재보다 예방에 더욱 방점을 두기 위해서는 전사적 내부통제 비용을 가늠하고 이를 토대로 기관별로 갖춰야 할 내부통제의 합리적 수준을 판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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