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회장은 그러나 법적 책임을 묻는 등기이사 자리에는 오르지 않았다. 정 회장 뿐만이 아니다. 이명희닫기이명희기사 모아보기 신세계그룹 총괄회장, 정유경닫기정유경기사 모아보기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등도 등기이사가 아니다.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총수 일가지만 법적 책임 부담은 지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는 지난달 11일 논평을 내고 “정용진 회장은 그간 등기이사가 아니어서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보수는 많이 받는 등 책임 있는 경영자 모습을 보이지 않아 경영 위기가 초래된 것”이라며 “본인도 이사회 참여를 통해 책임경영을 실현하라”고 촉구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사상 첫 연간 영업손실(469억원)을 기록했다. 별도 기준으로는 매출(16조5500억원)이 전년 대비 2.1% 줄었고, 영업이익(1880억원)은 27.4% 감소했다. 이에 따른 여파로 이마트는 1993년 설립 이래 처음으로 전사적 희망퇴직도 실시한다.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최근 삼성, 롯데, SK 등 대기업들이 책임경영과 이사회 독립성을 우선시 하는 것과 달리 신세계그룹은 여전히 오너 중심 경영체제로 운영되는 모습이다. 이런 이유로 이사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이마트 이사회는 총 7인으로 구성돼 있다. 사내이사 3인(한채양, 임영록, 전상진)과 사외이사 4인(이상호, 서진욱, 신언성, 김연미)이다.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 겸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장, 전상진 이마트 지원본부장이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사내이사 3인 모두 오랜 기간 신세계에 몸 담으며 유통, 건설, 호텔 등 다양한 분야 전략과 재무로 능력을 인정받은 ‘신세계맨’들이다. 한채양 대표는 신세계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전략실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최근 경영전략실장을 맡은 임영록 대표 역시 정 회장 주요 측근 중 한 사람이다. 이들이 이마트 사내이사로 재편된 것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이마트가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한 만큼 재무와 전략에 능한 이들을 내세워 실적개선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외이사는 주로 관료 출신 법률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사업을 둘러싼 각종 법률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통업계 전반이 힘든 만큼 변화보다는 안전을 택했다.
지난해 새로 선임된 이상호 사외이사는 대전지검 검사장을 거쳐 현재 법무법인 율우 대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서진욱 이사는 대구·부산국세청장을 지냈고 현재 김앤장 고문을 맡고 있다. 신언성 이사는 감사원 공직감찰본부 본부장 출신이고, 김연미 이사는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사외이사 비율은 57.1%로, 국내 평균인 51%보다 높다. 이사회 안에서는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ESG위원회, 보상위원회 등 5개가 운영되고 있다. 이사회 독립성은 떨어진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고, 별도 선임 사외이사제도도 운영하지 않고 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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