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경영전략실을 ‘컨트롤 타워 기능 강화’ 목표로 개편한 이후 정 회장은 ‘철저한 성과 중심의 인사 체계’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룹 내에서는 평가보상제도 개편을 위한 ‘P-TF’를 운영하며 해당 팀 중심으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이번 ‘수시 인사’는 과거에도 이뤄졌던 부분으로, 좀 더 면밀하고 기민할 뿐 특별히 다를 건 없다는 게 신세계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신세계그룹의 실적이 다소 부진했던 점을 고려하면 정 회장의 ‘신상필벌 인사’는 신세계 계열사 CEO들을 중심으로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낸 핵심계열사 이마트와 건설경기 악화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신세계건설,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SSG닷컴 등이 1차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9월 인사를 통해 이마트와 이마트24, 이마트에브리데이 오프라인 유통3사를 맡게 된 한채양 대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표 자리에 오른 지 약 6개월로, 지난해까지 적응 기간이었다면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성과나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시기다. 다소 부담감이 크지만 한 대표는 오프라인 3사 통합을 통해 ‘본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 움직이고 있다.
올해 한 대표는 압도적인 먹거리 상품에 사활을 걸고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인다. 과일·축산·수산 등 신선식품부터 매장에서 파는 조리식품인 델리에 이르기까지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그로서리’ 상품의 고객 만족도를 더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압도적인 먹거리 경쟁력’은 본업 경쟁력 강화의 또 하나의 핵심 전략이기도 하다.
지난해 이마트가 적자를 낸 데는 계열사 신세계건설의 영향이 컸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보다 4.9% 증가한 1조5026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전년에 비해 1757억원이 늘어난 1878억원을 기록했다. 공사 원가(원자재와 인건비) 상승 및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분양 실적 부진, 이자율 상승에 기인한 재무 부담 등이 영업손실 확대 요인으로 작용했다.
신세계건설이 부진한 실적을 냈지만 정두영 대표는 지난해 임원인사에서 자리를 지켰다. 1990년 입사해 32년간 신세계건설에 재직하며 회사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인물로 꼽히는 만큼, 정 회장이 위기 극복의 기회를 준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의 어깨는 무겁다. 올해도 고금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부실 우려로 ‘돈맥경화’가 심해지면서 업계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 대표는 올해 전사적인 리뷰를 통해 사업 구조 및 조직을 재정비하는 등 경영 효율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향후 예정된 그룹의 대규모 프로젝트들을 포함해 우량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실적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신세계그룹의 아픈 손가락 SSG닷컴의 이인영 대표도 고민이 크다. 이 대표는 지난해 단행된 인사 칼바람 속에서 살아남은 인물로, 공동대표를 하던 강희석닫기강희석기사 모아보기 전 대표가 물러나면서 단독으로 SSG닷컴을 맡고 있다.
이 대표는 1세대 이커머스 G마켓으로 시작해 업계 변천사를 몸소 겪은 데다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을 만큼 숫자에 능한 점이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이런 점이 지난해 인사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되지만 SSG닷컴 해결과제는 여전히 많다.
그 중에서도 수익성 강화가 시급하다. SSG닷컴의 영업손실은 ▲2020년 469억원 ▲2021년 1079억원 ▲2022년 1112억원으로 지속 불어났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030억원으로 전년보다 82억원 개선됐지만 그럼에도 적자 규모가 여전히 크다. 지난해 SSG닷컴의 연매출은 1조6784억원으로 전년보다 3.8% 감소했다.
올해 이 대표는 SSG닷컴의 물류 체계를 효율화하고 대형 PP센터 중심의 권역재편과 운영개선으로 주문률과 생산성을 높일 계획이다. 또 작년 7월 론칭한 ‘익일 배송 서비스’ 쓱1데이배송의 구색을 대폭 확대한다.
이번 정 회장의 ‘신상필벌 인사’ 제도 시행 일정은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4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신세계는 새로 만든 ‘P-TF(태스크포스)’를 중심으로 평가보상 제도를 개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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