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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 박진회 의장, 갈수록 무거워지는 어깨 [2024 이사회 톺아보기]

기사입력 : 2024-04-01 00:00

(최종수정 2024-04-0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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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 유증·무배당 안건 줄줄이 통과
이사회 모범생이 경영진 동조자로?

SK이노 박진회 의장, 갈수록 무거워지는 어깨 [2024 이사회 톺아보기]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SK이노베이션은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 드라이브를 강력하게 걸고 있는 회사다. 국내 여느 대기업들과 비교해 이사회 다양성·독립성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사외이사 4명 가운데 3명(75%)이 여성이다. 여성 이사 1인을 의무 선임해야 하는 새 자본시장법 도입 후 ‘여성 사외이사 모시기’에 급급했던 다른 국내 기업들과 확실히 차별화한 모습이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는 지난 2019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의사결정을 총괄하는 대표이사를 감시·견제하는 의장을 겸직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숫자나 제도만 모범생이 아니다. 회사도 이사회가 독자적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례를 적극 홍보했다.

지난 2021년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미국에서 벌인 ‘배터리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하며 2조원 가량 합의금을 물어줘야 했다. 이에 김종훈 전 의장 등 사외이사가 중심이 된 감사위원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사외이사들은 “미국 사법 절차에 미흡하게 대처했다”며 경영진을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격적 소송 전에 관련 문서를 삭제한 경영진 판단이 미국 재판부를 자극해 시시비비를 가려보지도 못하고 재판에서 졌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가 국내 통념과 다르게 ‘거수기’가 아니라는 사례는 이듬해 1월에도 나왔다. 당시 SK이노베이션 경영진은 경영상 이유로 무배당 안건을 주주총회에 올리려고 했지만 이사회 반대로 무산됐다. 당시는 직전년도에도 배당을 하지 않아 주주 불만이 쌓여있던 상황이었다. 김종훈 전 의장은 “어렵더라도 배당은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현재 SK이노베이션 이사회에는 과거 목소리를 높였던 멤버는 없다.

이사회 의장은 박진회닫기박진회기사 모아보기 전 한국씨티은행장이 맡고 있다.

지난 2022년 사외이사로 영입됐고 작년 새로운 의장으로 선임됐다. 한국개발연구원·한미은행·삼성증권 등을 거쳐 한국씨티은행장을 지낸 금융권 CEO(최고경영자) 출신이다. 씨티은행장 시절 노조 반발을 뚫고 오프라인 영업점 70%를 통폐합하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은행권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회사가 추진하는 ‘파이낸셜 스토리’를 강화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박 의장이 이끄는 SK이노베이션 이사회도 명성에 맞게 경영진에 대해 독립적 목소리를 내고 있을까. 지난해 6월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신사업 투자를 위해 1조18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갑작스럽게 꺼낸 유상증자 카드에 회사 주가는 2주 만에 30% 급락해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올해 주총에서 SK이노베이션은 2년 전 이사회 반대로 무산된 무배당 안건을 통과시켰다. 대신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했지만 주주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이미 빠질 대로 빠진 주가가 연초와 비교해 10% 더 하락했다.

유상증자, 무배당 등 주주 입장에서 탐탁지 않던 안건들이 줄줄이 통과되면서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 이사회가 회사 사정을 알아서 잘 헤아리고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물론 SK이노베이션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그 어는 때보다 엄중한 것도 사실이다. 회사는 작년 4월 영업이익이 726억원으로 전망치(3100억원)를 크게 밑돌았다. 원유 급락에 따른 재고손실로 석유 기반 사업이 모두 기대를 밑돈 게 원인이다. 여기에 지난해 흑자전환을 자신한 배터리 자회사 SK온이 5800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서로 다른 경영진과 소액주주 입장을 직면한 박진회 의장 어깨가 무겁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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