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현재 알리익스프레스 앱에는 CJ 제일제당의 비비고, 햇반, 스팸 등 제품이 입점해있다. 알리는 앞서 지난해 10월 국내 상품을 판매하는 채널인 ‘K-venue(케이베뉴)’를 론칭했다. ‘K-venue’는 국내 브랜드 대상으로, 사흘 내 무료로 배송해준다. 알리는 또 국내 판매자에 입점 수수료와 판매수수료 등을 면제해주고 있다. 중국 최대 쇼핑축제인 광군제 참여 기회도 준다. 최저가 판매자에게는 광고 노출까지 지원하는 등 할인을 유도하고 있다.
알리 ‘K-venue’에는 CJ 제일제당 말고도 LG생활건강, 농심, 애경, 롯데칠성음료, 한국P&G, 오뚜기 등 국내 기업들이 상당수 입점했다. 그 외 동원F&B나 풀무원, 삼양식품 등도 추가 입점을 검토 중이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은 알리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분위기다. 알리도 이에 호응하듯 수수료 면제 외 ‘카카오 채널 개설’이나 ‘신규 판매자 입점 가이드라인’, ‘판매자 지원센터 및 한국어 서비스 담당 직원’ 등 추가 기능을 마련했다. 카카오 채널은 판매자를 대상으로 한 상담 서비스다. 신규 판매자 입점 가이드라인은 알리 입점 이전부터 주문 처리, 판매, 배송 및 AS 등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한국어 서비스 담당 직원은 판매자들이 셀프 서비스로 도움을 받도록 지원해주는 제도다. 중국 기업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판매자로 하여금 불안 요소를 제거한 셈이다.
알리는 또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소비자 틈으로 빠르게 파고들었다. 앱·리테일 분석 업체인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 앱 사용자 수는 818만명으로, 전년 대비 무려 130%나 급증했다. 이는 2016년 집계 이후 최대치다. 알리는 이커머스 최강자인 쿠팡(3010만명) 다음으로 업계 2위다. 국내 1세대 이커머스인 11번가(736만명)도 제쳤다. CJ 제일제당이 쿠팡 대체재로 알리를 선택하는 데에도 그 이유가 충분한 것이다.
나아가 CJ 제일제당 입장에서 알리와의 협력은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다. CJ 제일제당은 앞서 지난 2022년 11월 납품단가 갈등으로 쿠팡에 자사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이에 지난해 4분기에는 CJ 제일제당의 국내 식품 매출이 전년(1조4269억원) 대비 3% 떨어진 1조380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햇반은 지난해 국내 매출이 전년보다 1.4% 올라 역성장은 피했다. 이에 햇반 전체 매출도 전년(8150억원)보다 4.3% 오른 8503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햇반의 상승세는 한풀 꺾였다. 최근 3년간 햇반 매출은 2020년 5595억원, 2021년 6880억원, 2022년 8152억원으로 매해 두 자릿수 성장했다. 지난해 성장세가 한자릿수에 그쳤다는 것은 그만큼 쿠팡과의 갈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CJ 제일제당은 식품 사업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내외로 쿠팡과의 갈등은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제조사가 신규 판매망을 확보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쿠팡은 1000만명이 넘는 유료회원(와우회원)을 갖고 있다. CJ 제일제당이 지난해 네이버, 신세계, 컬리 등과 협력을 강화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친 것도 방증이 된다. 여기에 LG생활건강이 알리에 입점하면서 쿠팡과 해묵은 갈등을 풀었던 것처럼 CJ 제일제당도 극적으로 화해할 수 있다. 쿠팡 역시 알리나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와의 경쟁에서 물러설 수 없기 때문이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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