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은 31일 연결 기준 지난해 실적이 매출 3조6740억원, 영업이익 1082억원이라고 공시했다. 이는 각각 전년 대비 매출(4조1349억원) 11.1%, 영업이익(2142억원) 49.5% 줄어든 수치다. 아모레퍼시픽은 국내외 매출 모두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국내는 전년(2조5813억원)보다 14.4% 떨어진 2조2108억원을 보였다. 해외도 전년(1조4733억원) 대비 5.5% 감소한 1조3918억원을 기록했다.
해외에서도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의 경기 불황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아시아권 매출은 1조53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해외 매출에서 약 80% 가까이 차지하지만, 이 중 절반은 중국에서 나온다. 문제는 중국에서의 매출이 20% 이상 하락하면서 전체 매출을 끌어내렸다는 평가다. 이에 아모레퍼시픽 해외사업 부문 영업이익도 –432억원 적자 전환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시장을 대체해 공들였던 미국과 일본에서 각각 58%, 30% 신장했다는 점은 청신호로 읽힌다.
이번 실적에서 눈여겨볼 점은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시장을 대체할 만큼 공들였던 미국과 일본에서 두 자릿수 이상 성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내외 경기 불황이 지속하면서 주력 사업인 국내, 중국 시장에서는 직격탄을 맞았다. 산토끼를 잡을수록 집토끼가 도망치는 양상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뷰티업계 특성상 중국의 절대적 영향력을 피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방증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 전체 매출도 2014년 이후 10년 만에 3조원대로 고꾸라졌다.
지난 10년간 아모레퍼시픽 매출 추이를 보면 ▲2014년 3조8740억원 ▲2015년 4조7666억원 ▲2016년 5조6454억원 ▲2017년 5조1238억원 ▲2018년 5조2778억원 ▲2019년 5조5801억원 ▲2020년 4조4322억원 ▲2021년 4조8631억원 ▲2022년 4조1349억원 ▲2023년 3조6740억원이다. 공교롭게도 아모레퍼시픽이 급격하게 매출이 뛰었던 2015~2016년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외교적 밀월이 잦던 시기였다. 이때는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중국 전승절에 참석할 정도였다. 한중관계가 급물살을 타면서 뷰티업계도 최대 전성기를 누린 것이다. 하지만, 2016년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경제보복이 이어지면서 2017년 매출이 다시 급감했다. 이후 2018년 들어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 회복에 나서면서 매출도 다시 뛰어올랐다. 특히 코로나 직전 2019년 5조5801억원을 기록하면서 사드 이전으로 회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중국 시장이 침체기를 맞으면서 현재까지 역성장을 그리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계속해서 미국, 일본 시장에 주력하는 한편 영국, 중동 시장을 개척하는 등 수출 다변화에 적극적이다. 일본의 경우 현지에서 최대 뷰티 플랫폼 중 하나인 ‘앳코스메 도쿄’ 등과 협업해 오프라인 팝업을 개최했다.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라네즈, 헤라 등 아모레퍼시픽 11개 브랜드를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그 결과, 일본 현지 매출이 전년보다 약 30% 이상 성장했다. 미국에서는 라네즈, 이니스프리, 설화수 등 주요 브랜드들을 오프라인 채널에 입점시켰다. 직접 고객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줌으로써 전체 매출도 전년보다 58% 이상 끌어올렸다. 여기에 영국, 중동 등 뷰티채널에도 진출하면서 기타 시장 매출도 62% 제고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지난해 9월 창립 78주년 기념식에서 “북미, 유럽 등 잠재력과 성장성이 높은 신규 시장과 많은 사랑을 받는 아시아에서 도전을 지속해야 한다”면서도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중국 시장에서의 재도약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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