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금융당국에서 대구은행의 증권계좌 부당 개설에 대한 검사결과 발표와 함께 내부통제 소홀에 책임이 있는 임직원들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면서 제재 수위에 따라 차기 회장 선임 레이스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DGB금융은 회사 내부규정에 따라 현 회장 임기 만료 6개월 전인 지난달 25일 회추위를 개최해 DGB금융지주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개시를 결정하고 회장 선임 원칙 및 관련 절차를 수립했다. 회추위는 내·외부 후보군을 확정하고 롱리스트를 선정할 예정이며 이후 숏리스트를 선정해 한 달간 숏리스트 평가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최종후보자 추천 등의 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2020년 김태오 회장 연임 당시에도 DGB금융은 3번의 회추위를 통해 김태오 회장을 선임한 바 있다. DGB금융은 2020년 9월 말 첫 회추위를 개최했으며 이후 11월 말 8명의 후보군에 대한 자격 검증과 외부전문기관의 평판과 역량 검증 과정을 통해 김태오 회장을 포함한 최종후보군(숏리스트) 3명을 선정했다. 같은해 12월 최종 후보군을 대상으로 발표 및 심층 면접을 실시해 DGB금융 회장 최종 후보자로 김태오 회장을 추천했다.
DGB금융지주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의 지배구조내부규범 15조에 따르면 회장은 만 67세가 초과되면 선임 또는 재선임 될 수 없다. 김태오 회장은 1954년 11월생으로 현재 만 68세며 다음달이 지나면 만 69세가 돼 ‘만 67세’ 연령 제한에 따라 회장으로 선임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정관 변경 가능성에 대해 “회추위가 열린 이후 연임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꾸는 것은 축구 경기 도중 룰을 깨고 게임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어 “DGB금융이 연임과 관련해 연령 상한을 위한 지배구조 개정할 것이라는 관측은 다른 금융회사에 맞춰서 회장 선임 연령제한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지 셀프 연임을 위한 차원은 오해일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황병우 은행장은 1967년생으로 경북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 대구은행에 입행했다. 황병우 은행장은 대구은행에서 DGB경영컨설팅센터장과 기업경영컨설팅센터장 등을 역임한 ‘경영통’으로 지역 경제와 금융시장 연구에 매진했으며 본리동지점장 등 영업 경험도 지니고 있다.
특히 황병우 은행장은 지난 2018년 김태오 회장이 취임한 이후 비서실장을 역임하면서 손발을 맞춰 왔으며 그룹미래기획총괄과 경영지원실장, 그룹지속가능경영총괄, ESG전략경영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그룹 내 인수합병(M&A)도 총괄하며 하이투자파트너스와 뉴지스탁 인수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부터 대구은행을 이끌고 있는 황병우 은행장은 현재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대구은행의 주식계좌 부당 개설에 대한 검사결과가 발표되면서 이에 대한 제재절차도 본격 착수될 것으로 전망돼 황병우 은행장의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은 전일(12일) 대구은행 영업점에서 고객 예금계좌와 연계해 1662건의 증권계좌를 부당 개설한 사실을 발표하면서 내부통제 소홀에 책임이 있는 임직원들에 대해 관련 법규에 따라 엄중히 책임을 묻고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 지연 보고에 대해서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황병우 은행장과 함께 외부후보군으로는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 이경섭 전 NH농협은행장, 김도진 전 IBK기업은행장 등 경북 출신 인사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권혁세 전 금감원장은 대구광역시, 이경섭 전 은행장은 성주군, 김도진 전 은행장은 의성군 출신으로 모두 경북 지역 출신 인사들이며 황병우 은행장 역시 상주 출신이다.
정관에 따르면 계열사 사장과 DGB금융지주, 대구은행의 전무(부행장보) 중 회추위에서 추천하면 예비후보군에 포함할 수 있으며 주주, 이해관계자 및 외부자문기관 등 회사 외부로부터의 추천을 활용할 수도 있다.
권혁세 전 금감원장은 1956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23기로 공직에 입문했다. 권혁세 전 금감원장은 총무처(행정안전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이후 국세청, 재무부(기획재정부),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사무처장, 부위원장을 지냈다.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제8대 금감원장을 역임했으며 임기 첫해부터 저축은행 부실사태를 수습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권혁세 전 금감원장은 정계 진출에도 도전해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 새누리당(국민의힘) 후보로 성남분당갑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이후 법무법인 율촌에서 고문을 맡고 있으며 현대삼중공업과 농협중앙회, 현대커머셜 등에서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DGB금융에서는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사외이사를 역임했으며 지난 2020년에는 회추위원장을 맡아 김태오 회장을 DGB금융 회장을 내정하기도 했다.
이경섭 전 은행장은 1958년생으로 경북대학교를 졸업하고 지난 1986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이경섭 전 은행장은 농협중앙회에서 인사팀장과 PB사업단장, 서울지역본부장 등을 역임하고 NH농협금융지주에서는 경영지원부장과 부사장 등을 역임하면서 농협에서만 30년 넘게 보냈다.
특히 NH농협증권·우리투자증권 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아 우리투자증권(NH투자증권) 인수를 주도했으며 지난 2016년 NH농협은행장에 선임돼 1년간 농협은행을 이끌었다. 이경섭 전 은행장은 지난 2018년 DGB금융그룹 회장을 두고 김태오 회장과 경합을 벌인 바 있다.
김도진 전 은행장은 1959년생으로 단국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985년 기업은행에 입행했다. 본부기업금융센터장, 카드마케팅부장, 전략기획부장, 남중·남부지역본부장, 경영전략그룹장 등 기업은행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뒤 2016년 말 기업은행장에 올라 3년간 임기를 지냈다.
김도진 전 은행장은 영업현장 뿐만 아니라 조직관리와 경영전략 등 은행의 핵심 업무 전반에서 탁월한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며 현재 이동통신 3사와 KCB가 설립한 개인신용평가기관인 한국평가정보(KCS) 이사회 의장과 법무법인 세종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용호 DGB금융지주 회추위 위원장은 “회추위는 DGB금융그룹의 성공적인 시중금융그룹 전환과 지속 가능한 성장에 기여할 최적임자를 찾기 위해 독립적인 위치에서 회추위의 주도 하에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맡은 역할을 다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김경찬 기자 kkc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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