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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숨은 뇌관’ 부동산PF…브릿지론 만기 리스크 부담 [증권사 부동산PF 살얼음판 (상)]

기사입력 : 2023-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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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론 내년 만기도래 집중 ‘비상’
연체율도 껑충…신용등급 하방 압력

증권사, ‘숨은 뇌관’ 부동산PF…브릿지론 만기 리스크 부담 [증권사 부동산PF 살얼음판 (상)]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증권사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크가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 호황기 몸집을 키운 PF가 잠재적 부실 우려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증권업계 부동산PF 현황을 진단하고 수익다각화 대안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증권사들이 금융업권 중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건전성 리스크 관리 우선순위로 지목되고 있다.

브릿지론을 필두로 한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 중 상당 부분이 본 PF로 전환되지 못하고 만기연장 되고 있는 데다, 부동산 펀드의 경우 건전성 지표 상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착시 효과가 일부 반영돼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충당금 적립으로 방어벽을 치고 있기는 하지만, 분양률 저조 등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 예상보다 PF 관련한 최종 손실액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만기 연장 속속…“부동산 경기회복 지연되면 손실 키울 수”
24일 윤창현닫기윤창현기사 모아보기 국회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3년 6월 말 증권사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17.28%를 기록했다. 연체율 추이를 보면 2022년 말 10.38%로 두 자릿수에 진입했고, 2023년 3월 말 15.88%에 이어 석 달 새 추가로 오름세를 보였다.

상승폭이 전분기 말보다 축소됐다는 점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으나, 증권사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의 절대 수치는 다른 업권 대비해서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실제 2023년 6월 말 부동산PF 연체율을 보면, 은행은 0.23%, 보험은 0.73%로 0%대에 그친다. 그리고 2금융권 중 봐도 저축은행이 4.61%, 여신전문(카드사)이 3.89%, 상호금융이 1.12%로 집계됐다.

또 증권사 부동산 PF 익스포저(대출+채무보증)는 2023년 2분기 말 28조4000억원으로 1분기 말(27조1000억원) 대비 1조3000억원 늘었다.

국내 증권사들이 최근 수 년 간 수익성을 쫓아 브릿지론을 중심으로 ‘부동산 PF 쏠림’ 현상을 보였는데, 부동산 경기부진과 금리 상승이 겹치면서 차츰 그늘이 드리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나이스신용평가(NICE)는 2023년 9월 ‘국내·외 부동산금융 확대의 그늘’ 리포트에서 25개 증권사 대상 분석 결과 “부동산 시장 회복세가 지연됨에 따라 앞서 투자한 익스포저가 여전히 회수되지 않고 있다”며 “2023년 상반기 만기도래 예정이었던 증권사 국내 PF 사업장 익스포저 5조2000억원 중 약 73%(브릿지론 약 80%, 본PF 약 56%)가 만기연장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제시했다.

나신평은 “브릿지론 대부분이 본 PF로 전환되지 못하고 만기연장 되었으며, 나머지 사업장 익스포저 역시 차주 변경이나 외부 매각 등을 통해 상환된 것으로 나타난다”며 “본PF의 경우 정상적인 분양대금 유입을 통해 회수한 사업장도 있으나, 미분양 담보대출 혹은 상각 처리로 해소된 사업장 역시 상당 부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나신평에 따르면, 브릿지론 만기는 2023년과 2024년에, 본PF의 만기는 2024년과 2025년에 집중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본PF와 브릿지론 상당 부분이 2021~2023년 계약한 사업장으로 브릿지론(1~3년), 본 PF(3년 이상)의 계약기간이 몰린 구간을 고려한 것이다. 다만 실제 만기는 만기연장 여부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나신평은 “부동산 경기가 점진적으로 회복된다면 이러한 만기연장 방식이 부동산 익스포저를 해소하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으나,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 만기연장으로 인한 이자부담 증가와 사업성 하락 등으로 최종 손실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판단했다.

한국기업평가도 2023년 9월 크레딧 세미나에서 23개 증권사 대상 부도율, 사업장 별 회수액, 채권 회수액 등을 주요 가정으로 한 시나리오 분석 결과를 발표했는데, 전체 증권사의 PF 손실액은 2조3000억원~4조1000억원으로 추정됐다.

특히 오는 2024년 6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증권사 PF 익스포저 추정 손실액은 최소 1조4000억원, 최대 2조8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됐다.

한기평은 "브릿지론의 대부분이 내년(2024년) 상반기 만기 도래 예정으로 향후 1년간 PF 손실 부담이 과중될 것"이라며 "일반증권사의 경우 브릿지론 비중이 높아서 비우호적인 PF 업황이 지속될 경우 영업이익 대비 상당 수준의 PF 손실 발생 우려가 있다"고 제시했다.

증권업계 한 리스크 관리 담당 임원은 “증권업계 전체 부동산 PF 연체율이 높더라도 개별 회사 별로 분리해 볼 필요가 있다”며 “국내 부동산PF 대출자산 건전성은 대출순위와 LTV(담보인정비율) 수준에 좌우되며, 원금 포함 연체이자까지 회수 여부에 따라 실제 손실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외 사업기반 열위 증권사, 신용등급 하방압력
증권업 신용등급 평가 환경은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는 2023년 7월 웨비나를 통해 증권업의 2023년 산업전망(industry outlook)은 ‘비우호적’, 신용전망(credit outlook)은 ‘부정적’이라고 판단했다.

2023년 증권업 하반기 실적 가변성 확대에 무게를 뒀다. 한신평은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갖춘 대형사 대비해서 IB부문 의존도가 높은 중소형사의 이익창출력 저하가 예상된다”며, 브릿지론, 분양률이 저조한 본PF 등 우발부채 위험을 주요 크레딧 이슈 중 하나로 지목했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상환순위, 투자지역, 용도 측면에서 다른 금융업종보다 위험도가 높다고 평가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023년 9월 온라인 세미나 중 '부동산PF 사업에 의존한 증권사의 수익성 저하가 확인될 경우 신용등급 전망 변경 가능성'에 대한 질의응답에서 "상대적으로 부동산 이외 타 사업기반이 열위한 증권사의 경우, 대손 발생 때 충당할 경상수익이 적어 수익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자본시장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수익성 저하와 더불어 자본적정성, 유동성 대응능력 등 재무안정성이 현저하게 저하되는 경우 신용등급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나신평은 "지난 몇 년간 증권업 전반적으로 자기자본이 확충된 상황을 고려해서 수익성 지표와 더불어 자본적정성 등 재무안정성 지표 유지 여부에 대해 종합적인 모니터링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PF 연착륙 향해 뛴다
금융당국은 증권사 부동산 연체 대출 잔액이 자기자본 대비 1%대로 낮아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부동산 경기 회복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23년 7월 국내 증권사 10곳의 CRO(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 IB 담당 임원 등을 소집해서 부동산 익스포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증권사에 부동산 PF-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보증은 만기 불일치 문제가 없는 대출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고, 자산건전성을 ‘추정손실’로 분류한 부실채권에 대해 신속한 상각을 독려하기도 했다. 충당금 산정 기준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용하도록 했다. 증권사 부동산 PF 성과보수체계가 장기성과와 연동돼 설계 및 운영되도록 개선하는데도 힘을 싣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 전체로 보면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이 2.17%(2023년 6월 말) 수준으로, 금융 전반에 대한 위험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융위가 2023년 9월 금감원,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정책금융기관 및 금융지주와 함께 연 ‘부동산 PF 사업정상화 추진상황 점검회의’에서는 고금리 상황 지속, 공사원가 및 안전비용 상승 요인 등으로 부동산 PF 시장 불안요인이 존재하는 만큼 지속적인 관찰 및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당국에 따르면, PF 사업장의 정상화와 연착륙에 초점을 맞춘 'PF 대주단 협약'은 2023년 8월말 현재 총 187개 사업장에 적용 중이며, 이 중 152개 사업장에서 기한이익 부활, 신규자금 지원, 이자유예, 만기연장이 이루어지고 있다. 브릿지론이 144개로 전체 협약 중 77%를 차지해서 적극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1조원 규모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PF 사업장 정상화 지원펀드'도 가동한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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