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ETF(상장지수펀드)는 개인들의 채권 투자 접근성을 높여주는 투자방식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만기매칭형 채권 ETF는 은행 예금처럼 만기까지 보유하면 약정 수익률을 받을 수 있는 특장점이 있고, 중도에 팔아도 자본차익을 노릴 수 있어서 ‘채권개미’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시기가 문제일 뿐 금리하락을 예상하는 개인투자자들은 긴 호흡으로 장기채 매수에 집중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만기매칭 ETF, ‘예측 가능한’ 안정 수익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대표 서봉균)의 ‘KODEX 23-12 은행채(AA+이상) 액티브 ETF’ 순자산은 2023년 9월 12일 기준 2조1472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11월 상장해 업계 만기매칭형 ETF 중 최대 규모로 컸다. 신용등급 AAA급 특수은행채와 시중은행채에 투자한다. 만기는 2023년 12월로, 만기 기대수익률은 연 3.7%대다. 만기매칭형 채권 ETF는 펀드 만기와 편입채권 만기를 동일하게 맞춰 금리 변동에 따른 채권 손실 리스크를 없앤 상품이다. 보험, 연기금 등 자산부채 구조를 신경 써야 하는 기관투자자뿐만 아니라, 예금 이외 예측 가능한 안정적 수익을 찾는 개인투자자들에게도 대안 투자처 성격이 있다.
만기매칭형 채권 ETF는 만기 이전이라도 매도해서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게 특징적이다. 금리상승기에 투자하면 높은 이자수익과 함께 향후 채권금리 하락(채권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차익까지 거둘 수 있어서 뭉칫돈이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마치 은행 적금 ‘풍차 돌리기’처럼, 다양한 만기의 만기매칭형 채권 ETF에 투자하면 각각 만기 시점에서 원리금(원금+이자)을 받아 일정한 현금흐름(cash flow)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인기몰이를 한 ‘23-12’ ETF 상장폐지에 앞서 삼성자산운용은 최근 2023년 9월 ‘Kodex 24-12 은행채(AA+이상)액티브 ETF’를 선제 상장하기도 했다. 2024년 12월까지가 존속기한이며, 만기 기대수익률은 연 4% 수준으로 매겨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대표 최창훈, 이병성)의 ‘TIGER 24-10 회사채(A+이상)액티브 ETF’(5772억원), KB자산운용(대표 이현승닫기이현승기사 모아보기)의 ‘KBSTAR 23-11 회사채(AA-이상)액티브 ETF’(5312억원) 등도 만기매칭형 채권 ETF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만기매칭형 ETF는 시장금리 변동성 노출을 최소화해서 손실 리스크를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미국 채권에 투자하는 국내 최초 만기매칭형 ETF도 대기하고 있다.
키움투자자산운용(대표 김성훈)은 오는 2023년 10월 ‘히어로즈 25-09 미국채권(AA-이상) 액티브 ETF’ 상장을 예정하고 있다. 2025년 9월을 존속기한으로 하는 만기매칭형 채권 ETF로, 만기 보유 시 기대수익률은 연 5% 수준이다. 만기가 2025년 8~10월 도래하는 국제 신용등급 AA-이상, 시가총액 3억 달러 이상 미국 국채, 우량 회사채, 국내 은행 및 기업 등이 발행하는 달러표시채권 등에 투자한다.
키움투자자산운용 측은 “미국 달러채권 ETF를 활용하면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면서 미국 달러화에 자산을 노출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제시했다.
결국에는 금리 꺾인다…‘바이(Buy) 장기채’ 견인
삼성자산운용이 발표한 2023년 하반기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ETF 투자 키워드인 ‘R.A.L.L.Y(랠리)’에는 ‘초장기채권(Long-term Bond)’이 포함돼 있다. 금리 고점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미국 초장기 국채 투자는 높은 수준의 금리수익은 물론, 특히 향후 금리하락에 따른 자본차익 극대화에 유리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또 중국 부동산 리스크 고조로 글로벌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안전자산' 달러 선호가 커진 점도 미국 국채 수요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채권시장 ‘큰 손’으로 등장한 개인투자자들은 ‘바이(Buy) 장기채’를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3년 연초부터 지난 9월 12일까지 개인 순매수 채권 ETF 1~2위는 각각 미국 장기 국채에 투자하는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ETF’(순매수 1703억원, 순자산 3090억원),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 선물(H) ETF’(순매수 1492억원, 순자산 2760억원)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ETF는 환헤지형 상품으로, 미국 재무부 발행 30년 국채 중 잔존만기 20년 이상 채권으로 구성된 장기국채지수를 비교지수로 삼는다. 국내 최초로 미국 초장기 국채 현물을 편입했고, 특히 투자원금을 분배금 재원으로 활용하지 않고 채권 이자수익을 활용해 연 3%대 분배금을 지급한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측은 “시점에 대한 이견만 있을 뿐 금리 인하는 확정된 일”이라며 “과거 금리 인하 시기에 미국 장기채 성과가 우수했던 만큼 현 시점에서 투자 매력이 높다”고 말했다.
'서학개미'가 순매수한 해외상장 ETF 중에서도 미국 장기채 ETF가 부각됐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2023년 연초부터 지난 9월 12일까지 국내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수결제 1위는 만기 20년 이상 미국채를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인 ‘DIREXION DAILY 20+ YEAR TREASURY BULL 3X SHS ETF’(TMF)(9억116만 달러)로 집계됐다.
5위는 '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ETF'(TLT)(2억4356만 달러)였다. 또 ‘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3위, 2억5880만 달러)도 톱5 안에 포함됐다.
다만 최근 미국채 10년물 금리 급등 등이 전개되면서 채권가격 저점 인식으로 매수세에 나섰던 장기채 투자자들의 경우 현재 손실 범위에 포함됐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채권 VS 채권 ETF, 세금 차이 ‘필수’
채권 ETF 투자 때 특히 세금은 꼭 챙겨야 한다. 현행 법 기준, 개별 채권은 표면 이자에만 과세하고 자본차익은 비과세인 반면, 채권형 ETF는 자본차익, 이자소득이 모두 과세된다. ETF 내 편입 채권은 우량한 신용도와 풍부한 유동성이 핵심으로 꼽힌다. 특히 향후 금리 방향을 섣부르게 예측하기보다는 분할 매수 대응이 유효하다고 권고된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3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와 3년 국고채 금리 차이가 8월 중순 확대되면서 채권의 상대적 금리 매력이 부각됐다”며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를 너무 빠르게 반영했던 상반기 대비해서 현재 채권을 매수하기 훨씬 좋은 금리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권병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통화정책 전환기는 채권 ETF 매수 기회"라며 "거시적인 환경을 보면 지금이 미국 금리의 고점이라고 판단되며, 내년에는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도 높아서 장기채권 ETF 투자 매력이 있다"고 제시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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