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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우리도?" 중국 부동산위기에 긴장하는 한국, 부동산 그림자금융 판박이

기사입력 : 2023-08-2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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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다 등 부동산개발업체 디폴트, 중국 경제위기 촉발한 부동산 리스크
작년 3분기 기준 부동산 그림자금융, GDP의 42% 수준까지 치솟아
국내 14개 부동산신탁사 당기순이익 전년대비 1천억원 이상 감소

▲ 한강변 아파트 전경. 사진 = 한국금융신문이미지 확대보기
▲ 한강변 아파트 전경. 사진 = 한국금융신문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극심한 부동산 거품을 해소하기 위한 중국의 규제가 역으로 중국의 부동산발 경제위기를 불러일으키면서, 중국과 비슷할 정도로 부동산 쏠림 현상이 심각한 우리나라 역시 긴장하고 있다.

중국 부동산위기는 헝다와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등 부동산개발업체들의 디폴트 및 유동성 우려에서 촉발됐다. 국내의 경우 부동산신탁사들이 주로 취급하고 있는 차입형토지신탁이 부동산개발의 자금조달 대안으로 쓰이고 있는데, 이 때문에 중국 부동산위기가 우리나라의 부동산신탁 업계에도 유사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 GDP 대부분 차지했던 中 부동산시장, 정부 규제에 거품 빠지며 경제 위기

중국이 지난 1990년대 부동산 민영화를 단행한 이후, 자산가들은 거액 대출을 일으켜 자본을 건설부동산 사업에 집중시켰다. 그 결과 중국 부동산시장은 활황기 기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80%에 달할 정도로 비대하게 커졌다.

그러나 지난 2019년 이후 부동산개발업체인 헝다의 유동성 리스크가 터지며, 중국 정부는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며 헝다는 2021년 결국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놓였고, 다른 부동산개발업체들도 연달아 디폴트 위기에 처했다.

중국의 나머지 경제지표도 급격하게 악화되는 가운데, 중국 중소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더욱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신규주택 가격(전년 동기 대비)은 6월(-0.06%)과 7월(-0.23%) 등으로 내려가고 있다. 부동산신탁회사인 중룽이 투자자들에게 신탁상품에 대한 지급 의무를 못하는 등 그림자금융 부실 문제도 알려진 것보다 심각하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개발사들이 발행한 달러채권 498건 가운데 3분의 1 가까이가 디폴트 상태이고, 채권운용사 핌코를 비롯한 투자자들이 받지 못한 돈이 600억 달러(약 79조원)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형별 부동산 그림자금융 규모 추이 / 자료=자본시장연구원이미지 확대보기
유형별 부동산 그림자금융 규모 추이 / 자료=자본시장연구원


◇ 중국 못지않은 국내 부동산 그림자금융 비중, 분양경기 침체 만난 차입형 토지신탁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중국 부동산위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창용닫기이창용기사 모아보기 한국은행 총재는 24일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부동산시장 변화 등 때문에 중국경제, 외환시장과 주식가격 변동에 초점을 두고 있는 건 알고 있다”며 부동산발 중국 경제위기 상황을 고려해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역시 부동산 그림자금융 비중이 GDP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림자금융이란 투자펀드,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 은행과 유사한 경제적 기능을 수행하지만 은행보다 규제 수준이 낮은 비은행 금융기관 및 투자상품을 말한다. 이들 상품은 중앙은행의 유동성 지원이나 예금자 보호를 제대로 받기 어려워 시스템적 위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금융에서는 부동산을 매개로 자금 중개나 신용 창출 기능을 수행하는 PF(Project Financing) 대출‧보증, PF 유동화증권, 부동산신탁, 부동산펀드 및 특별자산펀드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9월말 기준 한국 부동산 그림자금융 규모는 876조원으로 2014년말 246조원 대비 3.6배가 증가했는데 연평균 증가율은 17.8%에 해당했다.동기간 상업은행의 대출 잔액이 연평균 7.2%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증가 속도는 은행의 간접금융 증가율 대비 2.5배 빨랐다.

부동산 그림자금융 유형별로는 부동산펀드, 특별자산펀드, PF 유동화증권 규모가 4~5배 증가했으며, 부동산신탁 및 PF 대출‧보증 규모가 3~4배 증가하는 등 모든 유형의 부동산 그림자금융 규모가 은행의 간접금융 대비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2014년말 GDP 대비 부동산 그림자금융 비중은 16%에 불과했으나 2022년 9월말 해당 비중은 42%로 GDP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으로 증가했다.

◇ 서울은 그나마 회복됐지만…지방 사업장 많은 부동산신탁업계는 먹구름

비슷한 시기 부동산신탁사들을 둘러싼 환경도 녹록지 않아졌다.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및 시중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분양 경기가 둔화됐고, 공사비 상승과 시공사 부실 증가 등으로 인해 부동산개발 이해관계자 간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

서울 분양단지의 경우에는 그나마 최근 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규제 완화로 시장이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신탁사들이 주로 뛰어들었던 지방 분양시장은 여전히 한 자릿수 경쟁률이나 미달이 나올 정도로 분양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차입형 토지신탁 및 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을 중심으로 부동산신탁사의 사업위험 및 재무위험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차입형 토지신탁 관련 신탁계정대 증가 및 이에 따른 차입부채 확대, 그리고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 관련 우발위험 현실화 등이 향후 부동산신탁사 신용도의 주요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차입형토지신탁이란 토지소유자를 위해 신탁회사가 토지소유자로부터 토지를 신탁받아 개발사업을 신탁회사가 수행하고 발생한 수익을 토지소유자(위탁자 또는 수익자)에게 돌려주는 제도를 가리킨다. 최근처럼 분양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개발을 통한 이익을 내기가 어려워 난항을 겪기 쉽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14개 부동산신탁사들의 당기순이익을 합산한 금액은 25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715억원보다 1천억원 이상 줄었다.

NICE신용평가는 “2020~2021년 차입형토지신탁 신규수주 규모가 크게 늘어나면서 차입형토지신탁 사업장의 잔여사업비가 증가한 가운데, 부동산 분양 경기가 저하됨에 따라 개별 사업장 부실화 위험 및 신탁계정대 증가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보였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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