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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안 가본 길로 가고 있다"…심상치 않은 건설사 폐업 속도

기사입력 : 2023-07-1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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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 달 평균 41곳 폐업, 상반기 폐업 건설사 역대 최대치 경신
제조업 약화 속 건설수주 수요 감소, 건설현장 일자리 찾는 청년들도 없어
수지분석 어려운 건설업 환경, 공과금 인상 속 공사비 상향곡선 불가피

월간 종합건설기업 폐업 공고 건수 / 자료=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미지 확대보기
월간 종합건설기업 폐업 공고 건수 / 자료=한국건설산업연구원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로 가고 있는 느낌이다. 직원들 월급 주기도 힘들 지경이다.” 한 중견 건설사 고위 경영진의 말이다.

올해 상반기 문을 닫은 종합건설업체 수가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기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CON)의 폐업 공고 건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6월 종합건설기업 폐업 건수는 총 24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1년 상반기의 310건 이래 최대치다. 지난해 종합건설업체 폐업 건수는 모두 362건으로 한달 평균 30건 수준이었으나, 올 상반기는 41건으로 작년보다 월평균 10건씩 많은 상황이다.

종합건설업체는 발주자와 원도급자, 하도급자 등으로 나뉘는 건설 시장에서 원도급자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종합건설업체는 하도급자에 해당하는 전문건설업체에 다시 하청을 주는 구조여서 종합건설업체는 업계에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편이다.

건산연은 종합건설업체의 폐업 건수가 늘어난 원인으로 부동산 경기 부진과 이로 인한 건설 수요 감소를 지목했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폐업 건수가 늘었다는 것은 어쨌든 그만큼 건설업체들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라며 "부동산 경기가 안좋다 보니 착공 물량이 많이 줄어든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앞서 올해 '해피트리'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신일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중견 건설사의 자금난이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고금리와 원자재값·인건비 등으로 금융비용과 공사비용이 모두 상승한 것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최근 2년 6개월 사이 공사비는 평균 30% 가까이 상승한 반면, 주택가격은 하락세로 전환했다. 금융조달 비용은 0%대 저금리 시기였던 2020년과 비교하면 5배 이상 상승했다는 통계도 있다. 2021년 96.9 수준이었던 금융조달 비용은 2023년 1분 525까지 급등했다.

제조업 환경 악화로 공사 수주 자체가 줄어들며 생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태섭 신동아종합건설 이사는 “미국같은 큰 나라는 제조업이 살아있어서 공장이나 인프라 투자도 많아 공사 수요도 많은데, 우리나라는 제조업 투자가 상대적으로 빈약해서 중견 건설사들의 먹거리가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아울러 최 이사는 “증권사나 대주주 등 금융사들이 항상 얘기하는 게 수지분석인데, 수지분석은 당장 오늘을 기준으로 짜야 해서 분양가 예측이 힘들다”며, “공사비로 수지분석을 맞출 수밖에 없는데 요즘처럼 공사비 비쌀 때는 더더욱 상황이 어려운데, 이런 부분들에 대해 정부와 이야기할 테이블이 차려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도 꾸준히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건설업 취업자 수는 20.9만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1.5% 줄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원자재값 상승으로 공사단가가 비싸지는 상황에서, 각 현장들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고용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근로자공제회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건설근로자 내국인력 부족 인원이 21만4609명(수요 175만3782명, 공급 153만9173명) 수준일 것으로 나타났다. 내국 인력 공급은 전 직종에 걸쳐 부족이 예상되고, 특히 건축배관, 형틀목공, 건축목공, 강구조 등 직종에서 부족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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