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한 건설 불경기가 장기화·고착화되고 있다. 하반기에도 건설경기 침체가 보다 심해질 것이라는 부정적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건설업계를 뒤덮고 있는 위기의 원인과 현황, 전망을 분야별로 세분화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기사 싣는 순서-
① 둔화되는 경제성장률, 줄어드는 건설투자…성장동력 잃은 건설업계
② 공공 건설·SOC 예산 줄이는 정부, 세수 부족에 긴축재정 불가피
③ 민간공사 분양·착공 모두 빨간불, 서울 대단지 빼면 전멸 수준
④ 무거워진 정부 어깨, 건설경기 회복 여건은 결국 ‘예산’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대다수의 산업이 그렇듯, 건설업 역시 거시경제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는 산업에 속한다. 건설업의 경우 기본적인 주택사업은 물론 토목·플랜트 등 비주택분야에 이르기까지, 취급하는 사업의 범위가 워낙 넓고 덩치도 커서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이 같은 자본은 결국 브릿지론과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등을 통해 마련되고, 이를 분양하고 공급하는 과정에서 생긴 수익으로 대출을 상환한 뒤 남은 이익을 챙기는 것이 건설사들의 기본적인 수익구조다. 따라서 건설사들의 사업에는 금융권과의 연계도 보다 직접적이고 빈번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다. 건설업계가 거시경제 변화에 더더욱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세계 금융시장은 코로나기간 급증했던 시중유동성 회수를 위해 급격한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고, 글로벌 경기둔화가 본격화되며 전세계의 교역량도 감소세에 들어섰다. 그 결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3.4%에서 올해 2.8%(IMF 전망치)까지 줄었다.
특히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반도체 사이클 하락으로 인한 침체 속에서 ICT를 중심으로 한 수출부진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부동산 호황기 급증한 가계대출로 인해 국내 기준금리를 올리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며, 4연속 자이언트 스탭(0.75%p 인상)을 단행한 미국과의 금리차는 갈수록 벌어졌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6%(GDP 기준)였는데, 올해 전망치는 5월 기준 한국은행 1.4%, 한국금융연구원 1.3%, KDI 1.5%로 전년도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무역수지는 15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다가 자동차수출 호조로 간신히 11.3억달러 흑자로 돌아서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수출은 9개월 째 감소를 지속 중이다.
◇ 미분양 늘어나니 쪼그라든 주택사업, ‘있는 것만 잘 짓자’ 건설기성만 증가
지난해까지 건설 수주금액은 직전해인 2021년 대비 8.4% 증가한 229.7조원 규모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민간수주 분야에서 172.9조원의 실적이 나오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올해 1분기 건설경기 지표를 살펴보면 선행지표인 수주액이 극심한 침체를 나타냈다. 올해 4월까지 건설수주액은 전년동기 대비 18.5% 감소한 58.5조원을 기록했다. 특히 민간분야에서 20.9%의 감소가 발생하며 그 폭이 더 컸다.
그나마 1분기에는 대형 토목사업들의 착공으로 그 감소폭이 적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주택부분의 감소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5월 누계 기준 전국 주택 인허가는 15만7534호로 전년 동기(20만9058호) 대비 24.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국 주택 착공 역시 7만7671호로 전년 동기(14만9019호) 대비 47.9% 감소하며 반토막이 났다.
통상적인 인허가부터 실제 착공, 준공 시점까지 걸리는 시차를 고려하면 향후 2~3년간 주택공급 속도가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은 기존에 건설사들이 수주했던 물량의 공급을 기대할 수 있지만, 신규 택지발굴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당분간 공급절벽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택사업의 부진은 미분양 물량 증가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5월 기준 지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6만8865가구로 전월(7만1365가구) 대비 3.5% 감소했다. 그러나 악성물량인 ‘준공후 미분양’은 8892가구로 오히려 전월(8716가구) 대비 2.0%(176가구) 증가했다.
절대적인 미분양물량 감소는 건설업계가 분양경기 악화에 맞춰 분양물량을 줄인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 기준 공동주택 대상 분양(승인)은 5월 누계 기준 전국 4만6670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51.5%나 줄며 절반 이하로 쪼그라든 상태다.
그런데 올해 1~4월 건설기성(불변가격 기준)은 오히려 10% 이상 늘었다. 건설기성이란 건설업체의 국내공사 현장별 시공 실적을 금액으로 조사해 집계한 통계를 말한다. 즉 현재 시공투자가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를 나타낸 것이다.
즉 현재 건설경기는 신규 공사를 수주하는 대신 기존에 수주했던 사업을 관리하고 마감하는 데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건설기성은 늘었는데 고용은 감소, 열악해지는 건설현장 분위기
그런데 건설업계의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다. 건설기성 증가와는 상반되게 건설업 취업자 수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눈에 띄는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4월 기준 건설업 취업자 수는 20.9만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1.5% 줄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원자재값 상승으로 공사단가가 비싸지는 상황에서, 각 현장들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고용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근로자공제회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건설근로자 내국인력 부족 인원이 21만4609명(수요 175만3782명, 공급 153만9173명) 수준일 것으로 나타났다. 내국 인력 공급은 전 직종에 걸쳐 부족이 예상되고, 특히 건축배관, 형틀목공, 건축목공, 강구조 등 직종에서 부족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희망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웃돈을 줘서라도 현장 인력을 데려오고 교육을 해야 상황이 해결될 판인데, 자재값 상승 등으로 비용지출이 커지면서 현장에서는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가뜩이나 젊은 사람들이 육체노동 관련 직종을 피하려는 판인데 이런 상황이면 갈수록 인력난이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요즘 많아진 부실공사 사태들이 결국은 현장인력 부족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운을 떼며, “원청사가 하청을 주고, 그 하청업체가 또 하청을 주는 식이다 보니 개별현장 관리는 더더욱 힘들고 막무가내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심하게는 소장 한 명이 10개 이상의 현장을 맡는 케이스까지 찾아볼 수 있다”고 털어놨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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