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닫기강석훈기사 모아보기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무산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미국과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의 심사는 이르면 올 3분기 중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강 회장은 “한진칼 지분 처분 계획을 포함해 무산 이후를 대비해야 할 게 아니라 합병에 온 힘을 쏟아야 할 시기”라며 “합병 무산 시 '플랜B'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산은은 2020년 11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산은이 대한항공의 모회사인 한진칼의 3자배정 유상증자 등에 참여해 8000억원을 투입하고, 한진칼이 해당 자금으로 대한항공을 통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30.77%)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 EU를 비롯한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지체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그는 “올해 1월 EU 경쟁당국을 만나 합병 필요성에 대해 여러 의견을 교환했고, 지난달 미국 법무부(DOJ)와 만나 합병 필요성을 강조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과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부처에도 이번 일에 관심을 갖고 도와달라고 지원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해외 경쟁당국이 기업결합 심사 승인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는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 축소와 관련해서는 “항공사가 합병하게 되면 당연히 슬롯 축소 논의가 나올 수 밖에 없다”며 “중요한 문제는 축소 자체가 아니라 축소의 양이며 산은은 슬롯 축소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조만간 컨설팅에 대한 최종 결론이 확정될 예정”이라며 “매각자문사에서 다수의 전략적 투자자를 대상으로 인수의향을 태핑하고 있고 관심 있는 기업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4차례 무산된 KDB생명 매각과 관련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강 회장은 “이번에는 과거 4차례의 매각 시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다수의 원매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7월 본입찰에서는 매각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KDB생명은 재무구조 개선 작업의 일환으로 지난 5월 75% 무상감자로 자본금을 줄이고 이월 결손금을 축소했다. 산은이 신종자본증권 차환발행분 2160억원 전액을 매입해 가용 자본 관리도 용이해졌다. 강 회장은 “올들어 운용자산 수익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매물로서 매력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은의 최대 현안인 ‘본점 부산 이전’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산은에 기대하는 것은 동남권 산업을 다시 부흥시키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경제재도약을 이끄는 것”이라며 “국가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인 산은이 기능과 역할을 더욱 강화해 새로운 도약기를 맞이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은행 회장으로서 지방 이전 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수도권과 동남권을 두 축으로 대한민국 경제재도약을 달성할 것”이라며 “본점 이전 과정에서 산은 본연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조직의 경쟁력이 훼손되는 일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그 역할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산은은 지난 5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국토교통부의 이전대상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강 회장은 “국회에서 최종적으로 산은법이 개정돼야 하지만 ‘지방이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정부에 제출해야 할 법적 의무가 부여됐다”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상반기 중 마무리될 ‘지방이전 시 산은의 역량 강화방안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노조와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는 한편, 국회와도 긴밀히 소통하고 구체적으로 논의하면서 지방이전 계획을 세심하게 수립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본점 이전에 반대하는 직원들과의 간극에 대해서는 “소통을 열심히 했으나 능력이 안 됐다”면서 “본점 이전을 산은의 재도약 기회로 삼을까라는 부분에 대해 직원들과 얘기하고 싶지만, 직원들은 ‘부산에 가지 않는다고 약속을 해야만 대화할 수 있다’고 하고 있어 노사 간 대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강 회장은 산은의 자본확충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2020년 말 15.96%에서 올 1분기 말 13.11%로 2.85%포인트 하락했다.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인 BIS 비율 13%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32조6000억원, 올 1분기 6조2000억원 등 한전의 대규모 적자 누적이 한전 지분 32.9%를 보유하고 있는 산은의 지분법 평가상 손실로 이어지면서 재무 건전성이 악화됐다. 이에 산은은 지난해 11월 이후 공기업 주식 1조원을 현물출자 받고 후순위채권 1조3000억원을 발행하는 등 자본확충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강 회장은 “금감원의 BIS 비율 권고치인 13%를 유지하면서 올해 자금공급 목표 73조5000억원을 차질없이 달성할 계획”이라며 “다만 산은의 비전을 달성하기에는 현재의 13%대 BIS비율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올 하반기 후순위채 7000억원을 추가 발행해 자본을 확충하고 자체적으로 수익성도 개선해 자본을 늘리는 노력도 계속할 것”이라며 “정부·국회와 추가 출자 등 자본 확충을 위한 협의도 지속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부 변수에 취약한 재무구조라서 재무구조를 안정화하려면 HMM 지분매각이 중요하다”며 “배당 부분과 관련해서도 외산은의 특수성을 감안해 달라고 정부당국에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 회장은 총선 출마설과 입각설에 대해서는 “저와 관련 없는 얘기이고 산은에 충실하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선을 그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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