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은 법제화를 추진 중인 토큰증권(STO, Security Token Offering)이 다양한 자산의 증권화를 통해 ‘새 먹거리’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하며 생태계 구축을 위해 다른 업종과 합종연횡에 힘을 싣고 있다.
증권사 STO 참전 ‘대세’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2023년 3월 ICT(정보통신기술) 업계 1등 SK텔레콤과 STO 컨소시엄 ‘넥스트파이낸스 이니셔티브(Next Finance Initiative)’ 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번 이니셔티브는 미래에셋증권의 금융투자 인프라, 글로벌 네트워크, SK텔레콤의 기술력, 다양한 웹 3.0(Web3) 플랫폼 운영 노하우를 결합해 시너지를 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양사는 STO 인프라 구축, 기초자산의 공동 발굴, 나아가 연계 서비스 시너지 창출까지 협력하기로 했다. STO 생태계 활성화와 블록체인 분야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국내 대표기업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특히 업계 최대 규모인 미래에셋의 글로벌 인프라를 활용해 STO 해외 사업화 방안도 다양하게 강구하기로 했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다양한 토큰증권 발행 및 유통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업할 것”이라며 “특히 그룹 글로벌 네트워크 해외역량을 활용해 투자 매력이 높은 다양한 기초자산을 발굴(소싱)하는 전략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2023년 연내 발행 분산원장 인프라를 구축하고 안정성 및 보안성 테스트를 완료할 예정”이라며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안정적인 IT인프라 기술력,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의 플랫폼 경쟁력, 한국투자증권의 딜소싱(투자처 발굴) 능력까지 파트너 간 시너지를 극대화해서 양질의 상품 제공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키움증권(대표 황현순)은 리테일(소매금융) 분야 강점을 바탕으로 조각투자 사업자들과 제휴를 선도적으로 맺어왔다. 키움증권은 2023년 5월 현재 15개 기업과 토큰증권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부동산 관련 '펀블', '세종텔레콤(비브릭)', '카사'를 비롯, 음악저작권 투자 플랫폼 '뮤직카우'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미술품 조각투자 '테사', '열매컴퍼니'와 손잡기도 했다. 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 자회사 '블레이드 STO'와 업무협약을 맺고 기초자산 범위를 더욱 다양화했다.
키움증권은 ‘뮤직카우’와 제휴로 2023년 상반기 중 계좌관리기관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미술품 등 조각투자 업체와 투자계약증권 방식 제휴 서비스 출시도 검토 중이다. 키움증권 측은 "토큰증권 법제화 시점에 맞추어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며 "페어스퀘어랩, 한국정보인증 등 기술업체와 협업으로 연내 토큰증권 플랫폼을 구축하고 토큰증권이 제도화되면 계좌관리기관(발행)과 장외거래중개업자(유통)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KB증권(대표 박정림닫기박정림기사 모아보기, 김성현닫기김성현기사 모아보기)도 토큰증권 발행 및 유통이 가능한 인프라 구축에 힘을 싣고 있다. KB증권 측은 “작년 2022년에 SK C&C 등 기술업체와 토큰증권 전 단계에 걸쳐서 발행·유통 시스템 개발 및 기술 검증을 진행했고, 올해 2023년 지금 증권의 내부 시스템과 연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B증권은 2023년 3월 ‘ST 오너스(ST Owners)’를 구성했다. 미술품 조각투자 '서울옥션블루', 토큰증권 발행유통 플랫폼 '하이카이브', 웹툰 기반 '웹툰올' 등이 주요 사업자로 손잡았다.
KB증권은 "법 개정 전에는 샌드박스 테스트베드 형태 운영이 필요해서 다양한 사업자와 제휴해 계좌관리기관으로 공동 샌드박스 신청을 진행하고 있다"며 “향후 서비스가 출시되면 소비자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ST 오너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KB증권은 KB금융그룹이 운영하는 핀테크랩인 ‘KB 이노베이션 허브’와 협업해서 토큰 증권 관련 제휴사 발굴, 그룹 사업 및 투자 연계 등도 추진함으로써 차별화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대표 김상태닫기김상태기사 모아보기)은 2022년 7월 블록체인부를 신설하고 토큰증권 관련 채비를 해왔다.
자체 IT 플랫폼을 구축하고 핀테크 기업 에이판다 파트너스(2022년 12월), 두나무 계열 블록체인 전문기업 람다256(2022년 12월) 등 여러 블록체인 기술 기업들과 협약을 맺고 협업했다. 서울옥션블루(2023년 1월) 등과 미술품 조각투자 토큰증권 개발에도 힘을 싣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2023년 2월 기초자산 기업, 기술사, 금융기관, 디지털자산 평가사 등 50개사가 모인 민간협의체 'STO 얼라이언스'를 출범했다. 신한투자증권 측은 "블록체인 네트워크망을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향후 토큰증권 활성화에 핵심(Key) 포인트이기 때문에 블록체인부 내부적인 역량 구축과 컨소시엄 네트워크를 구축할 파트너 찾기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나증권(대표 강성묵)은 2021년 4월 부동산 조각투자 서비스 루센트블록 ‘소유’와 손잡고 계좌관리기관으로 협력하고 있다. 2023년 4월 미술품 경매사인 서울옥션의 관계사 '프린트베이커리'와도 업무협약을 맺었다.
토큰증권, 미술품 관련 NFT(대체불가능토큰) 발행 등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 모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나증권 측은 "STO 비즈니스 모델 및 요구사항 분석을 준비 중으로, 하반기 중 플랫폼 구축 검토를 예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금융그룹을 표방하는 대신증권(대표 오익근닫기오익근기사 모아보기)은 2023년 3월 국내 최초 부동산 디지털 수익증권 거래소 ‘카사(Kasa)’ 한국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블록체인 기술 바탕 대체투자 분야에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를 보이고 있다. 향후 토큰증권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리테일 채널로 외연을 넓힌다는 전략을 세웠다.
NH투자증권(대표 정영채닫기정영채기사 모아보기)도 2023년 3월 토큰증권 협의체 ‘STO 비전그룹’을 출범했다. STO 비전그룹은 NH투자증권을 중심으로 조각투자 사업자, 비상장주식 중개업자, 블록체인 기술기업, 기초자산 실물평가사 등이 모였다. 조각투자 사업자 투게더아트·트레져러·그리너리, 비상장주식중개업자 서울거래비상장, 블록체인 기술기업 블록오디세이·파라메타, 기초자산 실물평가사 한국기업평가 등이 참여한다. NH투자증권 측은 "건전한 STO 생태계 조성 및 토큰증권 플랫폼 표준 정립을 지향하고 있다"며 "토큰증권 제도 및 업계 동향 수집을 바탕으로 협업 모델을 발굴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진투자증권(대표 유창수, 고경모)과 SK증권(대표 김신닫기김신기사 모아보기, 전우종)은 2023년 4월 블록체인 기반 주민참여형 신재생에너지 플랫폼 개발사 파이브노드와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기반 토큰증권 사업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토큰증권 기술을 활용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원활한 자금조달, 주민참여 활성화, 새로운 투자기회 창출을 목적으로 하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협업한다. 파이브노드는 컨소시엄을 총괄하며, 투자자 모집 및 자산 토큰화를 담당한다. 갤럭시아머니트리는 토큰증권 유통을, 유진투자증권은 기초자산 신탁과 토큰증권 발행을, SK증권은 계좌관리기관 역할을 맡는다.
유진투자·SK증권 측은 “상업용 부동산 등에 편중돼 있는 토큰증권의 기초자산이 신재생에너지 같은 현금흐름 위주 안전자산으로 다변화되면 투자자들은 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공유하면서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안타증권(대표 궈밍쩡)은 2023년 4월 블록체인 기업 람다256과 토큰증권 발행·유통 사업 추진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양사는 토큰증권 플랫폼 도입, 기술부문 협력, 컨소시엄 구성, 사업 홍보 등 제반 분야에서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유안타증권 측은 “토큰증권을 차별화 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틈새시장(niche market)’으로 판단해 사업 진출을 위한 TF(태스크포스) 결성 후 제휴업체 발굴, 기술플랫폼 도입 등을 검토해왔고 협약을 체결했다”며 “떠오르는 토큰증권 시장에서 윈윈(win-win)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대표 장석훈닫기장석훈기사 모아보기)의 경우 “토큰증권과 관련한 스터디를 지속 중“이라며 ”향후 사업 계획은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초기 시장 활성화가 무엇보다도 중요”
토큰증권은 블록체인 분산원장(Distributed Ledger) 기술을 활용해 자본시장법 상 증권을 디지털화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2023년 2월 국정과제 일환으로 ‘토큰증권 발행 및 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을 마련했다. 금융위는 토큰증권 관련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법안을 2023년 상반기 내 국회 제출을 예정하고 있으며, 오는 2024년 말 본격 시행될 수 있도록 법제화에 힘을 싣고 있다.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새벽배송 등 소비자 요구에도 시장이 형성되지 못했던 분야가 관련 기술과 법령 정비가 뒷받침되면 신속하게 자리 잡았던 것처럼, 토큰증권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법안에 따르면, 전자증권법에서 분산원장을 수용하는 토큰증권 발행 허용이 담긴다. 또 자본시장법에서는 장외거래중개업 신설 및 투자계약증권, 비금전신탁 수익증권 등 비정형적 증권 유통을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인가요건 등 세부사항은 법률 개정 후 하위규정 정비 때 이해관계자 의견을 추가로 수렴해 확정키로 했다.
일단 수익사업화 기대감이 두드러진다. 김세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가 토큰증권을 발행할 경우 발행 및 매매수수료와 운용수익 확보가 가능하다”며 “장기적으로는 발행뿐 아니라 유통 플랫폼을 영위할 경우 증권사는 금융 플랫폼 도약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밸류업(value up) 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기존 전자증권으로 발행이 어려웠던 다양한 권리를 토큰증권 형태로 발행 가능해 혁신적인 금융상품이 출현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업계 안팎에서는 초기 시장 활성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의견이 높은 편이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기초자산 및 상품 차별화와 혁신성이 중요하고, 발행, 유통, 활용 측면에서 활성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며 “사업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아직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도 “토큰증권 시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특례 도입 등 규제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계약증권의 투자한도는 신탁수익증권보다 보수적인 투자한도를 책정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투자활성화와 거래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리스크를 감안하면 투자한도 확대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제시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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