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조원을 돌파한 퇴직연금 관련해서는 투자가능상품 확대 추진 등 올해 상반기 중 운용규제 개선 방안도 내놓기로 했다.
ESG 공시의무화 단계적·점진적 추진
12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금융투자협회(회장 서유석닫기서유석기사 모아보기)와 자본시장연구원(원장 신진영)이 공동 주최하고 금융위와 한국거래소(이사장 손병두닫기손병두기사 모아보기)가 후원하는 '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3차 릴레이 세미나 -뉴노멀(New Normal) 대응전략'이 개최됐다.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세미나 축사에서 "글로벌 추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기업과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ESG 공시제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며 "금년 3분기 내로 ‘국내 ESG 공시제도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ESG 공시 의무화 대상 기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겠다"며 "ESG 공시 의무화는 기업의 준비상황 등을 감안해 단계적, 점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글로벌 정합성을 고려하되, 국내 여건을 고려한 ESG 공시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 부위원장은 "기업의 현실적인 부담을 감안하여 초기에는 거래소 공시체계 하에서 국제적 공감대가 이미 형성된 기후 분야를 중심으로 공시기준을 마련하겠다"며 "이를 통해 기업들이 다소 생소할 수 있는 ESG 공시제도에 순차적으로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기업의 ESG 공시 정보에 대한 독립 기관의 검증(assurance)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검증기관에 대한 규율체계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글로벌 공시기준에 대한 국문 번역본을 제공하는 한편, 공시 모범사례, 가이드라인 제공을 통해 국내 기업들이 ESG 공시제도에 점진적으로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김 부위원장은 "정부는 후속 과제로 퇴직연금에서 투자 가능한 상품을 확대하고, 퇴직연금이 일시금이 아닌 연금 형태로 인출돼, 실제 국민의 든든한 노후 안전판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추가적인 제도 개선도 고민하고 있다"며 "정부는 논의 내용을 2023년 상반기에 추진할 퇴직연금 운용규제 개선 등에 반영하여, 퇴직연금이 질적 성장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ESG 관련 주제발표자로 나선 윤재숙 한국거래소 ESG지원부장은 '글로벌 ESG 공시 논의동향 및 시사점'에서 EU(유럽연합), 미국, ISSB 등 글로벌 ESG 공시규율 및 공시기준 동향에 대해 소개했다.
EU는 2025년부터 일정규모 이상 EU 상장기업부터 강화된 ESG 공시규율을 적용할 예정이며, 미국의 경우 2024년부터 기업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기후 관련 공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제시했다. 또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도 오는 2023년 6월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글로벌 ESG 공시기준들은 유럽, 미국 등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의 공급·판매망에 속한 국내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국내 기업에 대한 다양한 ESG 공시 지원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국내 기업의 ESG 공시역량 강화를 위해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되 국내 경제·산업 여건, 기업 부담을 균형있게 고려한 국내 ESG 공시 기준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정연 한국공인회계사회 ESG연구팀장은 'ESG 공시 제3자 검증 해외 동향 및 시사점'에서 해외에서는 ESG 공시 제3자 검증 시 회계 법인을 중심으로 국제감사인증기준위원회(IAASB)에서 제정한 ISAE3000 기준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회계법인 외에 다양한 검증기관들이 존재하고 검증 기준도 영국 비영리기관에서 제정한 AA1000AS 기준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등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IAASB와 국제윤리기준위원회(IESBA)에서 각각 ESG 공시에 대한 검증 및 윤리기준을 제정 중이며,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에서도 이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제적으로 ESG 공시와 함께 검증 생태계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국내 기업·검증기관 등 이해관계자들도 이러한 국제 동향을 잘 이해하고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국내 ESG 공시제도 개선방안'에서 2025년부터 시행 예정인 국내 상장사의 ESG 공시 의무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했다. 탈세계화·탈탄소화·인구구조 변화로 ESG 정보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국내 ESG 공시 인프라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시 의무화 대상∙일정 구체화, 국제정합성과 국내 여건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국내 ESG 공시기준 마련, 공시시기의 명확화, 제3자 검증과 관련한 규율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날 패널토론에서는 특히 기업 측이 공시 부담에 대한 고려를 요청하기도 했다.
윤철민 대한상공회의소 ESG경영실장은 "과도기적인 시기로 기업들의 혼란과 부담이 있다"며 "3자 검증 부분은 법적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혁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1본부장은 "기업 입장에서 공시 의무화도 규제로 다가오는 면은 있다"며 "원 인투, 투 아웃 규제 완화처럼, ESG 공시 제도화 과정에서 기업 입장을 많이 반영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수영 세종 파트너 변호사도 "다양한 정보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공시하며 기업에 부담이 되고 있다"며 "공시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현재 ESG 데이터는 기관 별 측정에 너무 차이(갭)가 많이 나 비교가 어려워 연구자료로 쓰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며 "KSSB 제정에 있어서 산업 별 기준 논의가 본격화돼야 하며, 그래야 기업도 정확한 데이터를 공개할 수 있고 분석도 용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동일 산업에서 비교가능한, 한국 산업 특성이 반영된 모형 얘기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퇴직연금 운용규제 완화 통해 수익률 높여야"
퇴직연금 운용 규제 개선 관련해서는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퇴직연금제도 활성화 - 운용규제 완화'에 대해 발표를 맡았다.남 연구위원은 초고령사회라는 뉴노멀에 대비하여 다층연금체계를 통한 연금자산의 축적이 필수적이며, 국민연금과 함께 법정 강제연금으로서 은퇴 후 연금소득에 대한 퇴직연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일시금이 아닌 연금 급여로의 지급, 중도 인출과 같은 적립금 누수 방지, 운용규제 완화를 통한 합리적 투자 포트폴리오 구축 및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패널토론은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사회로 이뤄진 패널토론에서는 퇴직연금 운용규제 개선 필요성 등을 주목했다.
권용수 삼성증권 은퇴연구소장은 "수익률 제고 운용방안은 적절하게 위험자산을 활용하면서 자산배분 포트폴리오 활용이 필요하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70% 위험자산 편입규제 등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아울러 원리금 보장상품은 최우선 목적이 안정성이라는 점에서 단지 금리만 보고 들어가지 않게 세심한 규제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에서 손재형 고용노동부 퇴직연금복지과장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공시가 7월 중 들어가게 될텐데 금융시장에 반향을 일으킬 수 잇는 모멘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질문으로 상장리츠(REITs, 부동산투자신탁) 퇴직연금 투자한도 관련한 건의가 나오기도 했다.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리츠가 위험자산으로 분류돼 70%의 투자 한도가 있다.
정부에서 고영호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퇴직연금 운용 규제는 국가마다 스펙트럼이 다양한데, 신의성실, 충실 의무(Fiduciary duty),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 확립에 따라 이해관계자 규제 정도에 그칠 수 있고, 우리도 사회적 인식을 전환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며 "과도한 이해상충 규제와 투자상품 제한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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