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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 내몰리는 전세사기 피해자들, 근본적 대책 필요성 절실

기사입력 : 2023-04-1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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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등 65개 시민단체, 대책위 구성하고 전세사기 문제 해결 촉구
사실상의 ‘이중 대출’ 구조 만들어지는 전세자금대출 제도 허점도

18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 / 사진제공=참여연대이미지 확대보기
18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 / 사진제공=참여연대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조직적인 전세사기 행각에 휘말린 피해자들이 연일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 인천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2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또 다른 피해자가 17일 숨진 채 발견됐다.

정부는 올해 초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대출요건 완화 및 대환 신설 ▲긴급거처 지원 확대 ▲전세사기 피해자가 경매로 전셋집을 낙찰받아도 무주택 유지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들은 금액 기준이나 경매 완료 여부에 따른 피해확인서 발급 등 정책적인 허점들이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65개 시민·사회단체는 18일 '전세 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하고 피해자 구제를 촉구했다. 대책위는 "며칠 사이 잇따라 전세 사기 피해 세입자가 세상을 등졌다"며 "전세 사기·깡통전세 문제는 사회적 재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는 특별법을 제정해 임차인이 가진 보증금 반환채권을 우선 매수해 피해자들을 구제하고 매수한 보증금 반환채권을 기초로 해당 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전셋값 폭등을 막기 위해 전세 보증금을 주택가격의 70% 또는 공시가격의 100% 이하로만 받을 수 있도록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고 전세대출·보증보험 관리 감독 강화를 촉구했다.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 대통령 역시 18일 오전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전세사기는)전형적인 약자 상대 범죄"라며 "이 비극적 사건의 희생자 역시 청년 미래 세대"라고 짚었다.

윤 대통령은 관계 국무위원들에게 "정부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또 점검해 주길 바란다"며 "피해 신고가 없더라도 지원의 사각지대가 없는지 선제적으로 조사하고, 찾아가는 지원 서비스를 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 아파트보다 취약한 빌라 전세사기, 전세대출 제도 자체 문제점도 지적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전세 사기에 더 취약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다세대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매매가 잘 이뤄지지 않아 시세파악이 힘들고 분양도 어렵다. 전세사기를 노리는 일당들은 바지사장을 내세워 미분양빌라를 매매가와 비슷한 수준에 내놓아 세입자를 받는다. 이후 모종의 이유로 집이 압류돼 경매에 넘어가게 됐다는 소식이 세입자에게 전해지면, 세입자는 울며 겨자먹기로 전세보증금 대신 미분양빌라를 갖게 되는 식이다.

특히 최근처럼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 폭락하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문제가 된다. 의도적으로 전세금을 떼먹으려는 일당들이 늘고, 세입자는 집값 하락으로 인한 금전적·정신적 피해까지 감내해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는 것.

이 같은 ‘조직적 전세사기’ 외에도 전세자금대출 자체의 구조적인 허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전세’ 자체가 집을 담보로 집주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일종의 담보대출인 셈인데, 이를 얻기 위해 세입자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이중 구조’가 형성된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세입자가 ‘빌린 돈’을 다시 임대인에게 ‘빌려주는’ 상황이 되면서 폭탄을 돌리는 형국이 만들어진 셈이다.

그나마 경제가 호황이고 부동산시장이 안정됐을 시기에는 이런 폭탄이 터질 우려가 적었지만, 본격적으로 부동산이 하강국면에 접어들면서 그간 보이지 않았던 구조적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작년까지 이어진 역대급 저금리로 만들어진 부동산 호황기에 전세금으로 갭 투자에 나선 집주인들이 늘며 문제가 더욱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이 같은 조직적 전세사기의 경우 건축주·브로커·공인중개사·대출상담사 등 많게는 수십 명이 한팀이 돼서 움직이는 케이스도 있어 세입자들이 임대인들의 신원이나 등기부등본을 아주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전문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대인과 임차인간 정보 불균형이 워낙 심한 시장이 전세시장이므로, 신축 빌라는 먼저 의심부터 하고 들어간다는 마인드로 매물을 골라야 하는 것은 물론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등을 곧바로 받아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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