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예금은행의 수신(예금) 잔액은 2217조3000억원으로 2월 말보다 3조원 감소했다.
예금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지난해 시중 자금이 은행 예·적금으로 몰리는 ‘역머니무브’ 현상과 ‘예테크(예적금+재테크)’ 열풍도 잦아든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5%대 초반까지 치솟았던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최근 기준금리 수준인 3.50%대로 떨어졌다. 시장 금리가 하락하고 금융당국의 예금금리 인상 자제 주문 이후 은행 간 수신 경쟁도 완화된 영향이다.
농협은행 'NH고향사랑기부예금'의 금리가 3.80%로 가장 높았고 'NH내가Green초록세상예금',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이 3.50%로 뒤를 이었다.
이어 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3.46%), 농협은행 'NH왈츠회전예금II'(3.40%), 신한은행 '쏠편한정기예금'(3.37%) 순이었다.금리 메리트가 떨어지자 시중 부동자금은 머니마켓펀드(MMF)나 CMA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MMF는 만기 1년 이내의 국공채나 기업어음 등의 단기 우량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로, 하루만 돈을 맡겨도 펀드 운용 실적에 따라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수시입출금이 가능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잠시 자금을 맡기는 곳으로 주로 활용된다.
CMA 계좌 잔액은 4일 기준 63조837억원으로 지난해 말(57조5036억원) 대비 9.7% 증가했다.
CMA는 증권사가 고객이 맡긴 자금을 환매조건부채권(RP), 머니마켓펀드(MMF), 발행어음 등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을 이자로 돌려주는 금융상품이다. CMA 역시 단 하루만 예치해도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
채권투자도 늘고 있다. 올해 1분기 개인의 채권 순매수액은 8조6554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4451억원) 대비 498.9% 증가했다. 기준금리 급등으로 채권투자가 급증했던 지난해 4분기(6조1720억원)와 비교하면 40.2% 늘었다.
채권투자는 향후 기준금리가 하락할 경우 매도 차익을 누릴 수 있고, 만기 보유 후 이자수익을 누릴 수 있어 주목도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아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기조가 꺾인 것은 아닌데다 SVB 파산 사태 등 악재도 반복되고 있어 비교적 안정적인 채권이나 CMA 등에 대한 대체투자로 투자심리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고용시장은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으로 보이면서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되는 것은 금리의 하락 요인이나 SVB 파산 이후 시장이 연내 3차례 금리인하를 반영하고 있는 점은 추가 하락 폭을 제한하는 요인”이라며 “미 연준이 5월 추가 인상해 기준금리가 5.25%가 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미 국채 금리 상승을 비중 확대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오창섭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글로벌 금리인상 마무리 가능성을 고려할 때 향후 채권금리의 중장기적 하락 사이클 진행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국내 증시 역시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10일 전 거래일보다 21.67포인트(0.87%) 오른 2512.08에 마감했다. 지난달 말(2476.86)과 비교하면 1.42% 상승했다. 종가 기준 코스피 지수가 2500선을 돌파한 건 작년 8월 18일(2508.05) 이후 약 8개월 만에 처음이다.
최근 주가 상승의 배경으로는 연준의 금리인상 주기 마무리,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 등이 꼽힌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지난 2월에 이어 오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를 현 3.50%에서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 SVB 사태 등의 영향으로 연준의 긴축 우려가 완화된 데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 초반까지 내려오는 등 물가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 뒤 경기, 물가, 환율 등을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 금통위 당시 추가 인상의 가능성을 열어 둔 이유는 연준의 긴축 재가속화 가능성 때문이었는데 SVB 파산 사태 등으로 인해 연준의 재가속화 옵션은 제거됐다”며 “한국은행 입장에서도 추가 인상의 명분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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