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정무위원회는 28일 오전 10시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고 오후 2시부터 가상 자산 규율 제정안 11건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4건, 특정 금융거래법 개정안 2건, 금융위 설치법 개정안 1건 등을 상정해 논의를 진행했다. 최초 법안 발의 22개월 만이다.
이날 법안소위에서 논의된 가상 자산 관련 안건은 총 18개였다. 기존부터 국회에 계류 중이던 17개 법안에 지난 15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암호 자산 이용자 보호에 대한 법률안’이 포함됐다.
업계에 따르면, 윤창현닫기

현재 여야 모두 ‘투자자 보호’ 중심 법안에 이견이 없는 상황이라 다음 달 의결도 긍정적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의 ‘디지털 자산 공정성 법 제정안’에는 가상 자산에 대한 정의부터 ▲투자자 자산 보호 ▲불공정거래 행위 금지 ▲금융당국에 가상 자산 거래소 감독·권한 부여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
업계 관계자 A 씨는 “그동안 가상 자산 관련 법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 동의안 등 다른 안건에 밀려 몇 차례 밀렸지만, 이날은 특별히 더 중요한 현안이 없는 데다 권도형 대표 체포 등으로 관심이 집중되면서 논의가 이뤄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윤창현 의원 법안에 여아가 모두 합의하고 있는 만큼 입법 제정에 속도를 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논의에 불을 붙인 건 권도형 테라폼 랩스 대표 체포다. 권 대표가 몬테네그로 당국으로부터 붙잡히면서 대중 관심도 가상 자산 입법 마련에 쏠린 것이다.
현재 권도형 대표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싱가포르, 몬테네그로 등 4개국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해외 도피 11개월 만에 검거되면서 신병 확보 경쟁이 벌어지는 중이다.
위조 여권 등이 적발되며 몬테네그로는 형사 관할권을 얻게 됐고, 몬테네그로 현지 법원은 지난 24일 권 대표와 측근 한 모 씨에 대해 최장 30일 구금 기간 연장을 명령했다. 여권 위조는 몬테네그로에서 최대 5년 징역형이 선고되는 중범죄다. 권 대표는 구금 기간 연장에 불복 의사를 밝히고 있다.
국회는 이제야 권도형 대표를 불씨 삼아 ‘첫 논의’를 시작했지만, 업계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이번 논의가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제정’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 보고 있진 않다. 첫 논의라는 것에만 의미를 둔다.
실제로 국회는 가상 자산 법 마련을 계속 뒷전에 둬왔다. 작년에도 연달아 미뤄지다가 올해 1월에도 논의는 시작조차 못 됐다. 지난달 27일 열린 법안소위에선 논의가 시작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 동의안을 위한 본 회의가 오후 일정에 잡히면서 무산됐었다. 가장 최근인 이달 9일에도 민주유공자 예우 관련 법안 논의가 길어지면서 가상 자산 법안은 뒷순위로 밀렸다.
문제는 가상 자산 입법 마련이 늦어질수록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토큰 증권(ST·Security Token)과의 규제 차익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도 리플(XRP·Ripple) 등 특정 가상 자산을 두고 증권성 유무 얘기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화제가 되고 있으며, 증권성 판단 가능성에 따라 큰 폭의 등락이 거듭되는 상황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원장 신진영) 연구위원은 지난 16일 열린 ‘DCON 2023: 건전한 시장 조성을 위한 디지털 자산 컨퍼런스(Conference·대규모 회의)’에서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제정이 계속 미뤄지니 증권이냐 가상 자산이냐가 ‘모 아니면 도’의 문제가 돼 버렸다”며 “국회가 서둘러 입법을 통해 증권성을 띤 토큰 증권과 그렇지 않은 가상 자산의 규제 차익을 좁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루나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제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껏 국내에선 가상 자산 불공정거래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선 민법상 사기 혐의를 끌어다가 적용해야 하는 형편이었다. 가상 자산을 일종의 투기 상품으로 봐 자본시장법에 따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루나 사태로 손실을 본 국내 투자자만 28만명에 달했지만, 이를 설계한 권도형 테라폼 랩스(Terraform Labs) 대표를 처벌할 방도가 딱히 없었다.
지난 2021년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며 가상 자산을 경제적인 지표가 있는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이전이 가능한 것이라 규정돼 있긴 하지만, 이 법안은 만든 목적 자체가 자금 세탁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렇기에 내부자 거래 금지, 특수 관계인 거래 금지 등을 제외하곤 투자자 보호에 관한 이렇다 할 내용이 없다.
황석진 동국대학교 국제 정보 대학원 교수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에 관해 “디지털 자산 기본법은 디지털 자산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이 불법 행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여당, 야당 모두 서로 올바른 합의점을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하다 보니 법안 제정이 늦어지는 걸로 보이는데 여야 법안이 거의 비슷한 만큼 연내 시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회는 이제는 가상 자산 관련 입법 마련에 속도를 내려는 계획이다. 이날 첫 논의를 시작으로 다음 달 가상 자산 관련 공청회를 예정에 두고 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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