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시장이 안 좋은 와중에 5% 이상 올랐다. 어느새 카카오(대표 홍은택닫기홍은택기사 모아보기)이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 15만원도 훌쩍 넘겼다.
한국거래소(KRX·이사장 손병두닫기손병두기사 모아보기)에 따르면, 8일 SM은 전 거래일 대비 5.88%(8800원) 오른 15만8500원에 장을 마쳤다. 7만원대에서 2023년을 맞이했는데 어느덧 2배 넘게 주가가 뛴 것이다.
이날 하루 동안 코스닥(KOSDAQ)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인 동시에 기관 투자가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주가가 너무 급등하자 한국거래소는 9일 하루 동안 SM을 투자 주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투기적이거나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반면, 이날 카카오는 전일 대비 3.90%(2400원) 하락한 5만91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달 초 SM 지분 확보에 나서면서 7만원대까지 올랐으나 다시 떨어지는 추세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대표 김성수‧이진수)가 각각 17.5%씩 나눠 가지려 한다. 계획대로 성공할 시 카카오 측의 SM 지분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4.9%까지 더해 39.9%로 높아진다. 최대 주주가 될 수 있단 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불안하다. 공개매수 가격으로 제시한 15만원보다 SM 주가가 더 치솟았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들이 공개매수보다 시장가로 장내 매도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공개매수 시 내야 하는 양도세는 소액주주에게 부담이다. 개인 투자자가 장외거래인 공개매수에 응할 경우, 양도소득세율은 매각 차익의 22%에 해당한다. 매매가의 0.35% 증권거래세를 별도로 내는 건 물론이다. 따로 양도세 부담이 없는 기관 투자자와는 상황이 다르다.
경영권 다툼의 소용돌이 안에 있는 하이브(대표 박지원)도 주가가 내렸다. 전 거래일보다 5.99%(1만1300원) 낮아진 17만7200원에 문 닫았다. 하이브는 최근 공개매수 가격 12만원을 제시했다가 실패를 맛본 바 있다. 실패 배경엔 15만원으로 공개매수 가격을 높이며 전쟁을 선포한 카카오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 15.78%까지 지분을 끌어올린 상태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Producer‧제작자)로부터 지분 14.8%를 매입했고, 이번에 0.98% 공개매수 지분을 확보했다. 이수만 전 총괄의 풋옵션(Put Option·팔 수 있는 권리)이 매겨진 지분 3.65%까지 더하면 19.43%가 확보 권역이다.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SM의 경영권 다툼은 꽤 오래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면에 거대 플랫폼 기업 간 전쟁이 도사리고 있어서다. 글로벌(Global‧전 세계)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업체와 여기서 비롯되는 콘텐츠(Contents‧제작물)을 활용하려는 ‘네이버(NAVER‧대표 최수연닫기최수연기사 모아보기)와 카카오의 기싸움’이라 보면 된다.
현재 하이브는 팬덤 플랫폼인 ‘위버스’(Weverse)를 앞세워 팬들과 소통한다. 위버스는 하이브 자회사인 위버스와 네이버의 온라인 팬 커뮤니티(Community‧공동체) 플랫폼인 ‘브이 라이브’(V LIVE)가 통합된 브랜드다. 지난 2021년 통합 과정에서 네이버가 4118억원을 투자하고 위버스 지분 49%를 확보했다.
SM도 이와 유사한 플랫폼을 갖고 있다. 자회사 ‘디어유’(대표 안종오)를 통해 운영 중인 팬덤 플랫폼 ‘디어유 버블’(DearU bubbl)이다. 디어유는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닫기김택진기사 모아보기)의 팬 플랫폼 ‘유니버스’까지 덩치를 키우고 있다.
디어유 버블의 유료 구독자는 120만명이며,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은 510억원 정도다. 월간 이용자 수 약 700만명에 지난해 3분기 기준 4455억원 매출을 거둬들인 위버스에 비해 규모가 작다. 하이브가 SM 인수를 마무리하면 위버스와 디어유 버블의 통합 가능성이 크다.
이런 시나리오(Scenario·각본)는 네이버의 라이벌(Rival·경쟁자)인 카카오에겐 ‘최악의 수’다. K팝(K-POP·한국 대중음악) 콘텐츠와 이를 둘러싼 지적재산권(IP·Intellectual Property)을 모두 뺏기는 셈이기 때문이다. 카카오에게 SM 인수는 글로벌로 나아가기 위해 꼭 접수해야 하는 동아줄과 같았다.
SM의 경영권 다툼 시발점은 SM 창업자 ‘이수만’이었다. 그가 SM 총괄 프로듀서로 있으면서 운영한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이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대표 이창환)의 코털을 건드렸다.
지난 2000년 SM의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증권 신고서를 통해 처음 수면 위로 등장한 라이크기획은 SM 소속 가수들의 음악 자문과 제작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업무를 맡는 대신 앨범 매출액의 15%를 매년 수수료로 챙겼다.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6%로 수수료 비율은 낮아졌지만, 이미 20년 넘는 기간 동안 이수만은 라이크기획을 통해 100억원 단위 용역비를 챙긴 상태였다.
얼라인파트너스는 곧바로 문제를 제기했다. SM 지분 1.1%를 보유하고 있기에 따질 권리가 충분했다. 소액주주 기반이었기에 ‘주주 가치 훼손’을 이유로 SM에 1년 넘게 반기를 들었다.
결국 SM은 지난해 연말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라이선스(License‧자격) 계약을 끊었다. 다만, 이수만은 여전히 2092년까지 SM 음원 수익 6%를 로열티(Royalty‧사용료) 명분으로 수취하는 계약을 유지 중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소액주주들의 요구는 거셌지만, SM 내부 경영권 다툼은 없었다. 하지만 이후 SM 현 경영진이 새로운 경영 혁신안인 ‘SM 3.0’을 발표했고, 카카오와 손잡으면서 이수만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보통주 신주 123만주를 한 주당 9만1000원(3일 종가)에 발행해 1119억원을 조달하고, 이와 함께 전환사채 1052억원어치(전환가격 주당 9만2300원)를 발행한다고 공시한 SM 현 경영진에 분노를 표한 것이다. 아무래도 카카오가 지분을 계속 확보하게 되면 최대 주주 자리에서 내려올 가능성이 커져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수만의 분노와 함께 SM 2대 주주를 꿈꿨던 카카오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다. 이수만이 하이브와 손잡았기 때문이다. 이수만은 주주총회를 한 달가량 앞두고 그의 지분 14.8%를 4228억원에 사들일 대상을 발 빠르게 찾았고, 하이브를 발견했다.
방탄소년단(BTS) 등장 이후 엔터 업계 1위를 하이브에 내준 만큼 두 기업 사이가 좋지는 않았지만, 상황이 ‘SM 창업자 이수만과 하이브 창업자 방시혁의 맞손’이란 거대한 그림을 만들었다.
카카오가 다시 공개매수 가격을 15만원까지 올려잡은 현 상황 속 어떤 기업이 승리의 깃발을 꽂고 SM을 차지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이날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2463.35) 대비 1.28%(31.44포인트) 내린 2431.91에 마쳤다. 장중엔 2426.52까지 무너지기도 했다.
간밤에 제롬 파월(Jerome Powell) 미국 연방준비제도(Fed·Federal Reserve System) 의장 발언이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파월 의장은 “최종 금리는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높을 수 있다”는 등 매파(Hawks·통화 긴축 선호)적 발언을 일삼았다. 이에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은 다시 1320원대를 돌파했고, 국내 증시는 내림세를 걸었다.
투자자별 현황을 보면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554억원, 819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반면 개인이 9426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지수 하락 방어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연준의 긴축이 예상보다 길어질 거란 전망에 급등한 환율은 외국인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이날 코스피가 와르르 무너지는 와중에도 상한가를 친 종목은 있었다. 경동인베스트(대표 정승진)와 한국ANKOR유전이 그 주인공이다. 한국ANKOR유전은 투자자들 돈을 모아 유전에 투자하는 펀드다. 두 기업을 비롯해 199개 종목이 상승했다. 하한가는 없었고, 698개 종목이 하락했다. 36개 종목이 등락 없이 장을 끝냈다.
업종별로는 전자제품(+2.41%), 전기 유틸리티(+1.12%), 항공사(+1.00%) 등이 빨간불을 켰다. 하지만 양방향 미디어·서비스(-3.86%), 비철금속(-3.72%), 화장품(-3.03%) 등 대다수 업종이 파랗게 질렸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 10곳은 10위인 기아(대표 최준영·송호성)와 삼성전자(대표 한종희닫기한종희기사 모아보기·경계현) 우선주를 제외하고 모두 울었다. 기아는 이날 전일 대비 1.68%(1300원) 오른 7만8900원, 삼성전자 우선주는 보합 상태인 5만4100원으로 마감했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0.66%(400원) 증가한 6만300원에 끝을 봤다. 이어서 △LG에너지솔루션(대표 권영수닫기권영수기사 모아보기) -0.71% △SK하이닉스(대표 박정호닫기박정호기사 모아보기·곽노정) -2.36% △삼성바이오로직스(대표 임존종보) -2.14% △삼성SDI(대표 최윤닫기최윤기사 모아보기호) -4.92% △LG화학(대표 신학철닫기신학철기사 모아보기) -3.38% △현대자동차(대표 정의선닫기정의선기사 모아보기·장재훈·이동석) -0.11% △네이버 –4.03% 등도 고개를 숙였다.
유망한 중소·벤처기업들의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한 장외 주식거래 시장 ‘코스닥’은 전날(815.76) 대비 0.22%(1.81포인트) 떨어진 813.95를 기록했다. 2차 전지 기업들이 약진하며 장중 817.17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이내 상승 폭을 반납하고 말았다.
코스피와 마찬가지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532억원, 1771억원어치 물량을 던졌다. 개인이 2449억원어치를 받아내는 모습이었다.
코스닥에선 상한가를 친 합성섬유 제조업체 ‘레몬’(대표 김광진)을 비롯해 376개 종목이 올랐다. 하한가는 없었고, 1143개 종목이 내렸다. 보합 마감은 51개 종목이다.
코스닥 시총 상위 기업 10곳 중엔 HLB(대표 진양곤·김동건)와 카카오게임즈(대표 조계현)만 주가가 낮아졌다. 각각 전일 대비 5.84%(2000원), 3.37%(1550원) 낮아진 3만2250원, 4만4450원에 장을 닫았다. 기아만 상승한 코스피와는 반대 모양새다.
코스닥 ‘대장주’ 에코프로비엠(대표 주재환‧최문호)은 전 거래일보다 1.70%(3500원) 높아진 20만9000원에 마침표를 찍으며 하루 만에 반등했다. 시총 2위 기업인 셀트리온헬스케어(대표 김형닫기김형기사 모아보기기)도 1.75%(1100원) 오른 6만3900원에 거래를 끝냈다.
아울러 ▲엘앤에프(대표 최수안) +0.41% ▲에코프로(대표 김병훈) +14.38% ▲SM +5.88% ▲셀트리온제약(대표 서정수) +8.25% ▲JYP엔터테인먼트(대표 정욱) +2.70% 등도 도약했다. 오스템임플란트(대표 엄태관)만 18만7100원에 보합 마감했다.
이날 하루 증시 거래대금은 코스피 시장 9조9670억5500만원, 코스닥 시장 12조5646억1400만원으로 집계됐다. 거래량은 각각 4억3835만9000주, 12억6164만9000주로 파악됐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달러 강세 영향으로 지난달 6일(23.4원)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99.4원) 대비 22.0원 오른 1321.4원에 종료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대표 최현만·이만열) 연구원은 이날 국내 증시를 두고 “파월 연준 의장의 금리 인상 가속화 발언 여파로 하락한 미국 증시에 동조화되면서 약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현재 시장은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올릴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CME Fedwatch)에 따르면 연방 기금(FF·Fed Funds rate)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이달 빅 스텝(Big step·금리 0.5%p 인상)을 단행한다고 보는 가능성은 70%대로 올라선 상태다. 하루 전엔 30%대였다.
그 결과 비트코인(BTC·Bitcoin) 등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가상 자산도 덩달아 가격이 내리는 중이다. 이날 오후 11시 32분 기준 국내 거래량 1위인 업비트(Upbit·대표 두나무)에서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0.85% 내린 2933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더리움(ETH·Ethereum)도 0.63% 깎인 200만원선에 위치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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