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 속 21일 하이브, SM, 카카오 3곳 주가는 엇갈리는 모습을 나타냈다.
반면, SM 주가는 전일(12만1800원) 대비 1.15%(1400원) 오른 12만3200원에 거래되는 중이다. 이달 들어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더니 13만원대까지 뚫었다가 하이브 공개매수 반대 의사를 표명한 20일 6.38% 떨어지며 12만원대로 돌아갔다. 현재 SM 시가총액은 2조9283억원으로, 유망한 중소·벤처기업들의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한 장외 주식거래 시장 ‘코스닥’(KOSDAQ)에서 8위를 기록 중이다.
SM 현 경영진과 손잡은 카카오는 전일(6만4200원) 대비 1.25%(800원) 하락한 6만3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SM 지분을 확보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고 공시한 7일부터 3일간 반짝 상승해 7만원대까지 갔지만, 이내 다시 줄곧 떨어져 6만원 중반대에서 맴도는 상태다.
SM은 2022년 12월, 30년 넘게 회사를 이끌어온 창업주 ‘이수만 1인 제작사 체제’ 막을 내렸다. 국내 대표적인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대표 이창환)가 SM 지분 1.1%를 보유한 걸 앞세워 2022년 2월부터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온 결과다.
2023년 2월 3일, SM 경영진은 ‘SM 3.0 시대’를 열겠다고 선포했다. SM 3.0은 아티스트(Artist·예술인) 제작·관리·마케팅 등 그동안 이수만 총괄 제작자에게 수렴돼 있던 모든 권한에서 벗어나 복수의 제작센터와 레이블(Label·음반사)에 소속 아티스트를 분산 배치하는 게 골자다.
이어서 2월 7일, 카카오와 손잡았다는 깜짝 소식을 알렸다. 카카오가 SM 지분 9.05%를 확보하며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Producer·제작자) 다음인 2대 주주로 올라선 것이다. 카카오는 이날 SM엔터테인먼트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발행하는 123만주 규모 신주를 인수해 지분 4.91%를, 전환사채 114만주(보통주 전환 기준) 인수로 지분 4.14%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SM 최대 주주이자 1995년 SM을 설립해 27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이날 즉각 반발했다. 이수만 측은 전날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대표 정진수)를 통해 “SM 이사회가 제3자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건 명백히 상법과 정관에 위반되는 위법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신주와 전환사채 발행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내는 한편, 위법 결의에 찬성한 이사들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못 박았다.
SM-카카오 승리로 끝나나 싶던 분위기는 2월 10일, 반전됐다. 하이브가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 지분 14.8%(352만3420주)를 4228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하면서 카카오를 제치고 최대 주주에 자리한 것이다.
박지원 하이브 대표는 2월 14일, 사내 설명회를 통해 “SM의 레거시(Legacy·유산)를 존경한다”며 ‘SM 독립성 보장’을 약속했다. 이에 더해 소액주주 지분 최대 25%(595만1826주)를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까지 선언했다.
하이브의 SM 공개매수는 마감일은 3월 1일이다. 하지만 이날은 공휴일이라 실질적인 마감은 그 직전 영업일인 2월 28일 오후 3시 30분까지다. 삼성증권(대표 장석훈닫기장석훈기사 모아보기)이 주관사다.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지분은 40%에 근접하게 된다.
이성수 SM 공동대표는 2월 16일, 유튜브(YouTube)를 통해 “이수만 전 총괄대표가 지난 2019년 해외판 라이크기획 ‘CTP’를 설립했다”며 “이를 통해 해외 프로듀싱 로열티(Royalty·사용료)를 선취하려는 시도와 지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역외탈세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라이크기획은 이수만 개인회사로, 프로듀싱 명목으로 SM 수수료를 대거 삼켰다는 비판을 받는 곳이다.
이어서 2월 17일엔 하이브의 SM 인수를 ‘적대적 인수·합병’(M&A·Mergers And Acquisitions)이라 규정하며, 다음 달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직을 사임하고 연임을 포기하겠다고 발표했다.
SM 임원진도 2월 20일, ‘공개매수에 관한 의견표명서’를 통해 반대를 표명했다. 표명서 내용엔 “본 공개매수는 당사와 아무런 사전 협의나 논의 없이 공개매수자가 당사 최대 주주와의 별도 합의에 따라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공개매수”라고 적시했다.
특히 이들은 “(일방적 공개매수는) K팝(K-POP·한국형 대중음악) 문화를 선도하는 굴지의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연예)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공헌해온 아티스트, 임직원 노력을 폄하하는 것”이라며 “이와 동시에 당사의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주주 등 이해관계자 이익을 훼손할 심각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하이브를 향해 강한 비판을 날렸다.
장철혁 SM 최고재무책임자(CFO·Chief Financial Officer) 역시 이날 SM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하이브의 공개매수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장 이사는 “이번 건은 현 경영진 및 이사회와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명백한 ‘적대적 M&A’ 시도에 해당한다”며 “이러한 지배구조에선 전체 주주 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의사 결정이 어려워진다”고 짚었다. 이어서 그는 “하이브가 주장한 SM의 독립적 경영 보장 역시 지켜지기 어려운 약속이기에 ‘특정 주주를 위한 SM’이라는 잘못된 과거로 회귀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하이브는 SM 측의 거듭된 반대에도 SM 인수를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이브는 최근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전자 투표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선진화 계획을 밝혔었다.
2월 21일 오후 4시 전화회의 방식으로 여는 기업설명회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공개매수 진행 상황과 SM 지분 인수 관련 추가 입장을 전할 전망이다.
이수만 최대 주주가 SM-카카오 지분 매각 방식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한 법원 심문기일은 2월 22일이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경우, SM 이사회의 카카오 신주 발행은 취소된다. 하이브가 SM을 안정적으로 인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카카오가 지분 추가 매수에 나서며 경영권 분쟁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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