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진통을 겪고 있는 SM은 전날 2% 하락한 채 장을 끝냈지만, 오늘은 무려 9% 넘게 올랐다. 5%대 급상승 출발하더니 오름세를 끝까지 유지했다.
카카오와 SM 주가 상승은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대표 김성수·이진수)까지 포함해 3자 간 시너지(Synergy·협력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YG엔터테인먼트(대표 양민석·황보경) 소속 아티스트(Artist·예술인)가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하이브(대표 박지원)의 팬덤 플랫폼인 ‘위버스’(Weverse)에 입점했듯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가 SM의 팬덤 플랫폼 ‘디어유 버블’(DearU bubbl)에 입점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SM-카카오-카카오엔터 ‘3자 동맹’… 하이브-네이버-YG 맞선다
8일 한국거래소(이사장 손병두닫기손병두기사 모아보기)에 따르면, 카카오는 전 거래일(6만8000원) 대비 1.62%(1100원) 상승한 6만91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도 4.29%(2800원) 오른 채 장을 마치더니 이틀 연속 상승세다. 올해 들어서만 10% 넘게 주가가 뛰었다.
카카오는 전날 오후 SM 지분 9.05%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SM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발행하는 123만주 규모 신주를 인수해 지분 4.91%를, 전환사채 114만주(보통주 전환 기준) 인수로 지분 4.14%를 가지게 된 것이다. 인수한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꾸면 카카오가 ‘2대 주주’가 된다. 현재 SM 대주주는 이수만 창업주로, 그의 지분은 18.46%에서 16.78%로 희석되고 만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회사 임원이나 종업원, 거래선 등 연고 관계에 있는 자에게 신주인수권을 줘서 신주를 인수시키는 유상증자 방법이다. 유상증자란 회사가 사업을 영위하는 도중 자금이 필요해 신주 발행으로 주주에게 자금을 납입 받아 자본을 늘리는 것을 말한다.
신주 투자금액은 2월 3일 종가 기준 주당 9만1000원으로, 총 1119억원가량이다. 여기에 전환사채 1052억원(전환가격 주당 9만2300원)을 더한 총 투자금액은 2171억원5200만원으로 집계된다. 지난 2021년부터 SM 지분 인수를 검토해온 카카오가 경쟁자인 네이버(NAVER·대표 최수연닫기최수연기사 모아보기)와 CJ ENM(대표 강호성·윤상현)을 물리치고 2대 주주에 오르면서 ‘엔터 사업에 날개를 달았다’는 평이 나온다.
카카오는 SM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3자 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음악·콘텐츠(Contents·제작물)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급변하는 콘텐츠 환경 속 다각적 사업 협력을 통해 ‘한국형(K)-문화’ 위상을 전 세계에 드높이겠단 계획이다. 지난달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싱가포르 등 해외 국부펀드로부터 1조2000억원대 투자금을 확보하면서 자금 여력은 더 커졌다.
3사는 해외 오디션(Audition·시험)을 통한 케이팝(K-POP·한국형 대중음악) 아티스트를 공동 발굴하고 해외 현지에서 글로벌 매니지먼트(Global Management·해외 소속사) 사업을 함께 추진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려 한다. 아울러 카카오가 사업자로 참여해 서울 도봉구 창동에 건립 예정인 복합문화시설 ‘서울 아레나’를 활용해 국내 공연 문화 생태계 발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겠다는 구상이다.
SM은 지난 3일 30년 넘게 회사를 이끌어온 창업주 ‘이수만 1인 제작사 체제’ 막을 내렸다. 그리고 ‘SM 3.0 시대’를 열겠다고 선포했다. 아티스트 제작·관리·마케팅 등 그동안 이수만 총괄 제작자에게 수렴돼 있던 모든 권한에서 벗어나 복수의 제작센터와 레이블(Label·음반사)에 소속 아티스트를 분산 배치하는 게 골자다. 신인 데뷔도 기존 ‘3.5년에 1팀’에서 ‘1년에 2팀 이상’으로 빠르게 추진하고, 앨범 판매량도 1800만장까지 늘리려 한다. 전년 대비 30% 증가가 목표다. 기존 신비주의처럼 비공개했던 데뷔 시점도 주기적으로 공유할 방침이다.
이는 하이브 체제와 비슷하다.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Melon)을 운영 중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수많은 레이블을 보유하고 있지만, 하이브 레이블즈와 달리 다소 느슨한 편이다. 아이유 소속사인 이담엔터테인먼트(대표 배종한), 몬스타엑스와 아이브 등이 속한 스타쉽엔터테인먼트(대표 이훈희·이진성), 에이핑크와 더보이즈 등이 있는 IST엔터테인먼트(대표 장데니현진·윤영로), 싱어송라이터(Singer song-writer·작사 작곡 병행 가수) 집단인 안테나(대표 유희열) 등이 있다.
여기에 슈퍼주니어, 엑소, NCT, 에스파 등 전 세계 파괴력이 큰 SM 소속 가수들의 지적재산권(IP·Intellectual Property)까지 유통하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콘텐츠 제작사인 SM C&C 등을 자회사로 둔 SM도 카카오라는 막강한 콘텐츠 노출 플랫폼을 좀 더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다.
SM은 지난 26여 년간 이수만 창업자의 지속적인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싱’(Creative Producing·창조적 제작)으로 SM만의 특별한 정체성을 구축해왔다. 국내 문화 업계에서 최초로 신인 발굴·육성 등 체계적인 경영 기법을 도입해 전 세계 대표 문화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1996년 H.O.T 데뷔를 시작으로 S.E.S, 신화,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f(x), 엑소, 레드벨벳, NCT, 에스파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케이팝 아티스트들을 배출해왔다.
하지만 오랜 기간 국내 가요 기획사 1위를 지키다가 최근 몇 년 사이 BTS를 앞세운 하이브에 정상 자리를 내준 상황이라 도약 발판이 필요했다. 현재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2조1450억원으로, 이날 기준 케이팝 기획사 중 ▲하이브 7조8365억원 ▲JYP엔터테인먼트 2조5487억원에 이어 3위다.
이성수·탁영준 SM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는 “카카오와의 이번 전략적 제휴를 통해 SM이 글로벌 선도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오락) 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한 강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이라 기대된다”고 말했다.
SM과 카카오의 협력에 따라 케이팝 플랫폼 업계는 크게 양강 구도로 재편되게 됐다. SM-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 동맹과 하이브-네이버-YG엔터테인먼트 동맹이 일부 산업 군에서 맞대결을 펼치게 된 것이다.
첫 맞대결 구역은 ‘글로벌 팬덤 커뮤니티(Community·공동체)’다. 현재 하이브 자회사인 위버스 컴퍼니(대표 최준원)는 네이버의 ‘브이(V) 라이브’ 사업부를 양수해 BTS, 세븐틴 같은 하이브 레이블즈 그룹뿐 아니라 블랙핑크 등 YG 소속 가수들의 글로벌 팬덤 커뮤니티도 주도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들은 SM 계열사인 디어유가 운영 중인 팬덤 커뮤니티 플랫폼 ‘버블’로 이사 준비 중이다. 기존엔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닫기김택진기사 모아보기)의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에 다수 입점해 있었는데, 최근 디어유가 유니버스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콘텐츠 영역에서도 대결 구도가 이뤄질 전망이다. 하이브가 네이버웹툰과 손잡고 BTS·투모로우바이투게더·엔하이픈·르세라핌 IP 기반인 웹툰·웹 소설을 선보이는 것과 같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 소속 아티스트들을 주인공으로 한 콘텐츠를 출시할 수 있다. 이미 SM은 케이팝 기획사 중 가장 먼저 ‘SM 컬처 유니버스’(SMCU·SM Culture Universe)라는 세계관을 쌓아왔다.
SM과 카카오는 지분 인수 공시와 함께 “SM IP와 카카오가 보유한 다양한 플랫폼 및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을 융합해 콘텐츠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등 IP 수익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SM 최대 주주’ 이수만 분노… “상법과 정관에 위반되는 위법”
SM 최대 주주이자 1995년 SM을 설립해 27년간 총괄 제작사로 회사를 이끌어온 이수만은 즉각 반발했다. 지난해 “물러나라는 소액주주들의 의견 또한 대주주로서 겸허히 받아들이는 게 도리”라고 말했던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이수만 측은 전날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대표 정진수)를 통해 “SM 이사회가 제3자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건 명백히 상법과 정관에 위반되는 위법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신주와 전환사채 발행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내는 한편, 위법 결의에 찬성한 이사들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못 박았다.
법무법인 화우는 SM 정관이 긴급한 자금 조달 등 경영상 필요한 경우에만 신주나 전환사채의 제3자 배정을 허용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면서 “SM은 현재 상당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이사회가 결의한 2171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조달할 만한 경영상 필요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사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 등 회사 지배관계에 대한 영향력에 변동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제3자에게 신주 또는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위법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SM 이사회는 제3자에게 일방적으로 신주 및 전환사채를 배정함으로써 현 경영진에 우호적 지분을 확대하고 지배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자 한 것”이라 덧붙였다.
SM에 17년간 몸담은 유명 가수이자 배우인 ‘김민종’도 공개적으로 사 측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민종은 “이수만 선생님을 위해, SM 가족을 위한다는 말과는 달리 선생님과의 모든 대화를 두절하고 내부와는 어떤 상의도 없이 일방적인 발표와 작별을 고했다”며 “정직원 연봉 협상 시기보다 훨씬 앞선 현시점에 갑작스레 이수만 선생님 비서실만을 제외한 전 직원 연봉 인상안을 내놓은 이유가 무엇이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무엇이 그렇게 급하고 두려워서 이사회를 설 명절 당일 오전, 모두가 차례를 지내고 세배할 시간에 야반도주하듯 처리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선 ‘변화’ 필요성에 동조하며 사 측 개편안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어 내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SM 팬층을 지칭하는 이른바 ‘슴덕’들 사이에서도 이수만 전 제작자가 이끌어온 ‘SMP’(SM Music Performance)가 너무 퍼포먼스(Performance·행위예술)에 치우쳐져 있는데, 최근 음원 플랫폼 등 차트 성적에서 기대를 밑도는 게 이러한 이유 때문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중이었다.
경영권 다툼은 감정적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크다. 현재 SM을 이끄는 이성수 대표는 이수만의 처조카이고, 탁영준 대표는 매니저부터 출발해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사이라서다. 이수만 대표는 지난 3일 ‘SM 3.0’ 발표 이후 큰 충격을 받고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
미국 체류 중이던 이수만이 해외에서 팔이 골절되는 부상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급하게 귀국길에 올라 서울 시내 한 병원에 이동해 입원 치료받는다는 얘기만 알려졌을 뿐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행동주의 펀드가 일으킨 ‘SM 주가 상승’… 증권가 전망도 밝아
경영권 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 속 카카오가 SM의 2대 주주로 등극한 7일, SM은 유망한 중소·벤처기업들의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한 장외 주식거래 시장 ‘코스닥’(KOSDAQ)에서 전 거래일(9만2200원) 대비 2.28%(2100원) 하락한 9만100원을 기록했다. 카카오 지분 인수 공시가 나온 직후 주가가 급락해 9만9700원에서 8만57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8일 다시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SM은 전 거래일(9만1000원)보다 무려 9.54%(8600원) 급등한 9만8700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엔 9만9800원까지 치솟아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52주 신고가는 약 1년간 기간 동안 보인 주가 중 오늘 주가가 제일 높은 상태를 나타내는 용어다.
SM은 ‘SM 3.0’ 발표로 상장 이후 처음 9만원을 돌파했고, 현재 10만원을 넘보는 상황이다. 최근 한 달 주가도 상승세를 보여준다. 해당 기간 21.92% 뛰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정책이 완화된 영향으로 엔터 산업이 주목받는 측면도 있지만, ▲하이브 +12.80% ▲JYP엔터테인먼트 +13.79% ▲YG엔터테인먼트 +5.24% 등 경쟁업체보다도 주가 상승 폭이 크게 앞서는 점은 확실히 긍정적이다.
주가 상승 배경엔 행동주의 펀드의 공개 행보가 있다.
올해 들어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 펀드의 잇따른 공개 행보는 업계에서 크게 주목받는 추세다. 행동주의 펀드는 회사 경영에 관여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걸 주된 목적으로 둔다. 목표 회사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뒤 기업 전략에 관해 수정 요구하거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압력을 행사하는 등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벌인다.
최근 국내에서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주식 시장 저변이 확장되면서 행동주의 펀드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한국금융연구원(원장 박종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행동주의 헤지펀드(Hedge Fund·전문 투자형 사모집합투자기구) 주요 목표가 된 기업 수는 2014년 645개에서 2019년 830개로 늘었다.
카카오와 SM 사이엔 국내 대표적인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대표 이창환)이 있다. 최근까지 SM과 벌였던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된 건 분명 소액 주주 입장에서는 반길 소식이다. 실제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올해 초 “주주 환원을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으로 확대하라”며 공개 압박을 넣은 KB금융지주(회장 윤종규닫기윤종규기사 모아보기) 등 7곳 금융지주 중 대다수는 10~20% 주가가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얼라인파트너스는 SM 지분 1.1%를 보유한 걸 앞세워 지난해 2월부터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왔다. 한 달 뒤 3월엔 주주총회를 통해 얼라인파트너스 측 곽준호 감사인을 선임시켰고, 8월부터는 이수만과 SM의 계약을 문제 삼으며 올해 1월 소송을 선포했었다. 특히 이수만이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을 통해 제작 명목 비용을 받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지배구조 개선과 배당 확대를 강하게 촉구했다.
지난 2021년 기준 이수만이 라이크기획을 통해 가져간 금액은 24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이는 SM 연간 영업이익의 3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SM이 그동안 라이크기획에 지급한 수수료만 약 1600억원에 달한다.
다행히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달 20일 SM과 회사 운영 관련 12개 사항에 합의하면서 모든 소 제기를 철회했다. 1년간의 공개 주주 캠페인도 종료한다고 알렸다. 향후 우호적 주주로서 SM 이사회와 협조해 회사 거버넌스(Governance·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행동주의 펀드의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 가치 제고 제안을 전격 수용하기로 했던 1월 20일, SM 주가는 8% 이상 증가했었다. 시장 반응도 호의적으로 나온 것이다.
SM은 오는 3월 열릴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3인·사외이사 3인·기타 비상무 이사 1인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동시에 새롭게 선임될 사외이사 3인은 사내이사 1인·외부 인사 1인·얼라인파트너스 측 추천 위원 1인으로 구성된 임시 사외이사 후보 추천 위원회를 통해 추천하기로 했다.
또한 SM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사외이사 중 1인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는 안을 받아들였으며, 향후 3년간 별도 당기순이익의 최소 20%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모두 독단적 경영을 막는 조치들이다.
이성수·탁영준 SM 공동대표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독립적인 이사회 구축 등 거버넌스 개선이 필요하다는 여러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에 공감해 내부 토론 끝에 얼라인파트너스 제안을 수용하기로 했다"며 “지속 가능한 멀티 프로듀싱 체제 도입, 기업 지배구조 개편, 주주 커뮤니케이션 강화 등을 통해 SM을 둘러싼 자본시장의 우려를 불식하겠다”고 말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SM은 국내 최고 그리고 최다 아티스트와 원조 IP를 보유한 명실상부 케이팝 대표 기업”이라며 “SM 경영진의 이번 결단은 SM이 모두에게 사랑받는 세계적 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한 역사적 계기가 될 것”이라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자본시장 행동주의 투자의 선진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가도 SM의 체제 변화를 좋게 보고 있다. 경영진 측 주주들과 이수만 최대 주주 사이 지분 경쟁이 오히려 카카오-SM 사업 시너지에는 더 긍정적 결과를 불러일으킬 거란 분석이다. 특히 지분 확보 경쟁에 따른 단기적 주가 급등을 예상하는 시각도 많이 나왔다.
SK증권(대표 김신닫기김신기사 모아보기·전우종)은 6일 보고서를 통해 SM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면서 목표주가는 9만4000원에서 12만원으로 상향했다. 남현지 SK증권 연구원은 “아티스트 제작 체계화, 의사결정 가속화로 사업의 진척 속도가 빨라지고 이에 따라 실적 가시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 주가 대비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전했다.
삼성증권(대표 장석훈닫기장석훈기사 모아보기)도 전날 SM 목표주가를 10만4000원에서 12만4000원으로 높였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멀티 제작센터와 레이블 체계 도입으로 아티스트 활동이 훨씬 활발해지고 음악 다양성도 확보될 것”이라며 “비핵심 자산 매각 등으로 핵심 사업 성장을 위한 투자 재원도 확보할 것이라 예상돼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6% 늘어날 것”이라 분석했다.
SM을 업종 내 최선호주로 꼽은 이기훈 하나증권(대표 강성묵) 연구원은 “이번 지분 인수는 SM 경영진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모두에 일석이조인 긍정적 이슈(Issue·현안)”라며 “이미 강력한 쇄신 비전(Vision·방향성)을 보여준 SM 경영진은 매우 빠르게 사업적 시너지와 경영권 방어를 동시에 해줄 좋은 파트너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수만 대주주의 가처분 신청으로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지만, 방어가 쉽지 않다”며 “(이수만 대주주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CJ ENM이나 현 경영진의 사업적 파트너가 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의 지분 매각 가능성도 작아 잠재적 매수자 후보군마저 좁혀졌다”고 덧붙였다.
현재 다올투자증권(대표 이병철닫기이병철기사 모아보기·이창근) 역시 10만2000원에서 12만원으로, 메리츠증권(대표 최희문닫기최희문기사 모아보기)도 9만원에서 10만5000원으로 SM 목표가를 올린 상태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처분 사건과 본안 소송에서 이수만 측이 승소할 가능성도 작지 않은 만큼 두 진영 모두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율을 갖지 못한 상태”라며 “지분 확보 경쟁이 예상되는 만큼 단기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이라 전망했다.
이효진닫기이효진기사 모아보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수만 측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경우 유상증자·전환사채 발행이 무산되는 만큼 양 진영이 지분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경우, 3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예상되는데 그 결과 현 경영진 승리를 전망한다”고 전했다.
박다겸 하이투자증권(대표 홍원식닫기홍원식기사 모아보기) 연구원도 “가처분이 인용되면 지분 경쟁으로 인한 주가 급등이 나올 수 있다”며 “인용되지 않는 경우엔 카카오나 제3자 매각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이 가시화할 것”이라 분석했다.
하지만 ‘최대 주주’ 이수만의 앞으로 결정이 앞으로 SM과 카카오의 주가 향방 변수로 남는다. 이수만 측을 대변하는 화우는 “최대 주도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갖고 있었는데, 세부 논의 과정에서 얼라인파트너스 쪽 입장만 일방적으로 수용했다”며 “최대 주주에게 동의 받지 않은 부분들이 발표됐다”고 격노를 표한 상황이다.
주가 변동 등 시장 교란 행위에 관해서도 예의주시하겠단 뜻을 밝혔다.
화우는 “SM 이사회의 불법적 결의로 급작스러운 주가 변동 등 시장 교란 가능성을 예의 주시할 것”이라며 “혹시라도 이에 결탁된 세력이 있다면 관계 당국에 대한 고발 등으로 엄중하게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 강조했다.
업계에선 향후 이수만 측이 3월 예정된 SM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재구성 안건을 두고 표 대결로 의견을 제시하거나, 주주 제안을 통해 대표이사 교체를 시도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표 대결로 갈 경우, 현재 소액 주주 비율이 60%가 넘어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실제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측 인사가 감사로 선임되던 지난해 주주총회 당시, SM 사 측은 이를 저지하고자 그룹 ‘에스파’ 멤버(Member·소속원)인 카리나의 사인 CD를 소액주주에게 나눠주면서 설득에 나서기도 했었다.
이수만 대표 분노와 달리 지금의 구도가 완전히 바뀌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3월 주주총회 때부터 지분 8.96%를 보유 중인 국민연금공단(이사장 김태현닫기김태현기사 모아보기)과 지분 5.12%의 KB자산운용(대표 이현승닫기이현승기사 모아보기) 등 16개 SM 기관투자가들이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측 감사인 선임에 찬성했기 때문이다. 2대 주주로 올라선 카카오마저 현 경영진의 전략적 파트너(Partner·협력자)로 나설 경우, 이수만의 SM 영향력은 더 축소될 수 있다.
이에 관해 안재민 NH투자증권(대표 정영채닫기정영채기사 모아보기)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이번 인수는 시장이 예상했던 최대 주주 지분 인수를 통한 경영권 인수 방식은 아니었다”며 “현재 SM 최대 주주인 이수만이 실질적 경영권을 잃은 만큼, 향후 카카오가 이수만 지분을 추가 인수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SM 지분을 모아 최대주주로 올라설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안 연구원은 “이번 인수로 SM과 카카오의 전방위적 파트너십(Partnership·협력관계)이 체결될 경우, 카카오가 보유한 콘텐츠 관련 벨류체인(Value chain·가치 사슬) 및 메타버스(Metaverse·3차원 가상 세계) 역량 전반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평했다.
카카오에 대해선 “SM의 체계적인 프로세스와 IP를 함께 활용한다면 국내와 해외 시장 모두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며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웹툰(Webtoon·온라인 만화) 등 콘텐츠 영역에서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영향력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추가 지분 인수를 통한 우회상장 시도에 관한 소문에 카카오 측은 “이번 지분 취득은 사업 협력에 방점이 있다”는 말만 하면서 선을 긋고 있는 상태다.
코스피 1.3% 상승… AI 관련주는 연일 뜨거워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2451.71) 대비 1.30%(31.93포인트) 상승한 2483.64에 마쳤다. 전날보다 0.71% 높은 2469.16에 개장해 상승 폭을 키웠다. AI 관련주가 연일 뜨거운 모습을 보이면서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투자자별 현황을 보면 개인 투자자들이 5626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과 기관투자가들이 각각 5788억원, 33억원어치를 사들였다. 3거래일 만에 외국인이, 6거래일 만에 기관이 순매수 대열로 돌아서며 지수는 이틀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코리아써키트(대표 장세준) 2 우선주 B가 전날에 이어 또 상한가를 찍었다. 상한가는 개별 주식이 하루에 오를 수 있는 최고 한도의 가격을 말한다. 아울러 593개 종목이 상승했다. 상한가 반대 개념인 하한가는 없었다. 285개 종목이 하락했고 56개 종목이 등락 없이 장을 끝냈다.
업종별로는 전자제품(+5.13%), 양방향 미디어·서비스(+3.49%), 정보기술 서비스(+2.96%), 창업 투자(+2.81%), 방송·엔터테인먼트(+2.57%) 등이 상승 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가구(-1.51%), 조선(-1.34%), 화학(-0.64%) 등은 소폭 내림세를 걸었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은 전날에 이어 한 번 더 웃었다. ‘대장주’ 삼성전자(대표 한종희닫기한종희기사 모아보기·경계현)는 전일(6만1900원) 대비 1.94%(1200원) 증가한 6만3100원에 문 닫았다. 삼성전자 우선주도 2.70%(1500원) 오른 5만7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아울러 ▲LG에너지솔루션(대표 권영수) +0.74% ▲SK하이닉스(대표 박정호닫기박정호기사 모아보기·곽노정) +4.52% ▲삼성바이오로직스(대표 임존종보) +0.37% ▲삼성SDI(대표 최윤호) +2.67% ▲네이버 +5.01% ▲현대자동차(대표 정의선닫기정의선기사 모아보기·장재훈·이동석) +1.29% ▲카카오 +1.62% 등도 빨간불을 켰다.
유일하게 파란불을 켠 종목은 LG화학(대표 신학철닫기신학철기사 모아보기)이었다. LG화학은 전일(68만1000원) 대비 1.32%(9000원) 하락한 67만2000원에 끝냈다.
코스닥은 전날(772.79) 대비 0.93%(7.19포인트) 뛴 779.98을 기록했다.
코스피와 마찬가지로 개인이 363억원어치 물량을 던졌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73억원, 274억원어치를 받아내는 모습이었다.
코스닥에선 ▲비보존 제약(대표 이두현) ▲텔콘RF제약(대표 김지훈) ▲인포뱅크(대표 박태형) ▲플래티어(대표 이상훈) ▲케이피엠테크(대표 김지훈) ▲한일진공(대표 김지훈·이청균) ▲소프트센(대표 얼티앤수) 우선주 등 7개 종목이 상한가를 쳤다. 이를 포함해 954개 종목이 올랐다. 하한가는 없었고, 507개 종목이 내렸다. 보합 마감은 105개 종목이다.
이중 인포뱅크와 플래티어, 소프트센은 AI 관련주로 분류된다. 거기다 이르면 이달 말 한국어 기반의 생성형 AI 서비스 ‘서치 GPT’를 내놓겠다고 밝힌 네이버가 5% 넘게 오른 것까지 고려하면, AI 종목의 뜨거운 상승세를 확인할 수 있다.
이날 SK하이닉스 주가가 뛴 것도 AI 구현을 위해 필요한 그래픽 처리 장치(GPU·Graphics Processing Unit)가 필요한데 GPU에 탑재되는 고가의 D램도 AI 훈풍에 따라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것이라 풀이된다.
미국 증시에서도 전날 새로운 대화형 AI 서비스 ‘바드’(Bard) 출시를 공식화한 구글(Google) 플랫폼 운영사 ‘알파벳’(Alphabet·대표 선다피차이) 주가가 4.61% 치솟는 등 기술주 상승세가 있었다.
코스닥 시총 상위 기업 10곳 중 7곳이 올랐다.
코스닥 ‘대장주’ 에코프로비엠(대표 주재환‧최문호)은 전 거래일(12만1800원)보다 0.16%(200원) 높아진 12만2000원에 문 닫았다. 이어서 ▲셀트리온헬스케어(대표 김형닫기김형기사 모아보기기) +0.84% ▲에코프로(대표 김병훈) +4.16% ▲펄어비스(대표 허진영) +2.90% ▲오스템임플란트(대표 엄태관) +0.16% ▲리노공업(대표 이채윤) +0.41% ▲JYP엔터테인먼트 +1.11% 등이 미소를 지었다.
반면, △엘앤에프(대표 최수안) -0.45% △카카오게임즈(대표 조계현) -0.63% △HLB(대표 진양곤·김동건) -0.48% 등은 주가가 소폭 내렸다.
이날 하루 증시 거래대금은 코스피 시장 8조16억7800만원, 코스닥 시장 9조5730억5700만원으로 집계됐다. 거래량은 각각 4억1567만7000주, 14억6152만주로 파악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55.3원)보다 4.8원 오른 1260.1원에 종료했다.
국내 증시 상승세는 간밤의 미국 증시 상승세와 이어진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미국 연방준비제도(Fed·Federal Reserve System) 의장은 “노동 시장이 여전히 강하다”며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 상승) 완화 과정은 매우 초기 단계”라고 발언했다. 기준금리 인상이 더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였다.
하지만, 시장은 파월 발언이 ‘우려보다는 덜 매파(Hawks·통화 긴축 선호)적이었다’고 받아들인 듯하다. 더군다나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물가 상승 둔화)이 시작됐다”는 언급은 시장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이경민 대신증권(대표 오익근) 투자전략팀장은 “밤사이 파월 연준 의장의 인터뷰(Interview·면담) 내용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기자회견 내용과 비슷했기에 증시 투자심리가 개선됐다”며 “AI 관련 산업 매력도가 부각돼 기술주 전반도 강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대표 최현만·이만열) 연구원은 “반도체와 인터넷 대형주 강세에 코스피가 상승했다”며 “파월 의장의 금리 인상에 대한 매파적 기조 속 디스인플레이션 언급에 안도하면서 미국 증시가 반등해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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