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지난 23일 기업들의 반도체 생산시설 신설과 확장을 장려하기 위해 '제조 인센티브' 390억 달러에 대한 신청을 28일부터 접수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이 첨단 반도체칩을 생산할 수 있는 모든 기업들이 상당한 R&D와 대규모 제조시설을 갖춘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다들 인텔이 얼마를 받는지, 삼성이 얼마를 받는지 알고 싶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반도체법은 반도체 및 첨단산업에 관련된 기업들이 미국 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대규모 인센티브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반도체법 인센티브 규모는 총 530억 달러(약 70조원)다. 이중 반도체 생산과 관련된 인센티브가 390억 달러(약 51조원), R&D 지원금이 132억 달러(약 17조원)다.
업계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에 제2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기지를 착공 중인 삼성전자는 인센티브를 신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열린 컨퍼런스콜에서도 “국내외를 망라한 신규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것에 대해선 다양한 조건과 가능성을 열어 놓고 여러 사항을 고려해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SK하이닉스의 경우 아직 미국 투자가 계획 단계 중에 있어 신청 여부가 주목된다. SK그룹은 미국에 반도체 연구개발센터를 건설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부지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선 SK하이닉스가 이번 인센티브 신청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중국에 반도체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운영 중인데, 이는 삼성전자가 생산 중인 낸드의 40%가량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앨런 에스테베스 미 상무부 산업안보 담당 차관은 지난 23일 열린 한·미 경제안보포럼에서 "중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삼성·SK하이닉스에 대한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1년 유예 종료 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며 "현재로선 한국 기업들이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수준에 한도(cap on level)를 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에스테베스 차관이 언급한 ‘한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생산 중인 메모리 기술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중국에서 첨단 기술이 필요한 반도체 생산은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도 중국 우시에 D램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는 SK하이닉스 D램 중 절반 가량이 생산된다. 지난해 인수를 마친 인텔 낸드플래시 생산기지도 다롄에 있는데, 전체 낸드 생산량의 20%가량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만일 중국 내 신규 투자 제한 규정이 인센티브 전제 조건이 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중국 현지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반도체 최대 시장인 중국에 수출 제약이 생기는 것은 물론, 투자에도 제약이 생겨 장기적으론 메모리 1, 2위 자리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을 제재하려는 것은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는 중국 반도체 굴기를 막으려는 것이지 다른 나라 공급망에 차질을 빚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조건이 명시된 것이 아니다 보니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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