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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 첫 행보로 노조부터 찾은 이유는

기사입력 : 2023-02-10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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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노조 상처와 우려 잘 알고 있어…오늘부터 우리금융 일원”
직원 처우 개선·안정적 지배구조·자율경영 등 약속…노조 화답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 첫 행보로 노조부터 찾은 이유는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임종룡닫기임종룡기사 모아보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임기 준비 중 첫 공식 행보로 노동조합을 찾았다. 관료 출신인 임 내정자가 회장 후보군에 포함될 때부터 ‘관치 금융’ 논란이 일었던 만큼 노조와 소통을 강화하고 협조를 당부하기 위한 복안으로 풀이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내정자는 전날 오전 서울 중구 우리금융 본사에 있는 노동조합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번 만남은 임 내정자가 노조 측에 '우리 직원을 제일 먼저 만나고 싶다'고 요청하자 박봉수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이 이를 수락하면서 빠르게 성사됐다. 이날 임 내정자는 박 위원장과을 비롯한 노조 간부들과 공식 면담을 가졌다. 임 내정자와 노조는 지난 7일 외부에서 한 차례 만남을 가진 바 있다.

임 내정자는 이날 “직원들과 노조의 상처와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 “임기 동안 그 누구보다도 우리금융 직원들을 사랑할 것이고, 그 누구보다도 직원들을 사랑했던 회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부터 우리금융의 일원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박 위원장은 임 내정자에게 “지배구조 변화 과정에서 우리 직원들과 회사는 많은 상처를 받았다”면서 “우리금융그룹의 모든 임직원을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지배구조 변화 시점의 틈을 노려 조직이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신경 써줄 것”을 당부했다.

구체적으로는 1대 주주인 우리금융 직원들을 존중하고 처우 개선에 적극 협력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외에도 ▲안정적인 지배구조와 내부체계 구축을 완성하고 우리 금융 직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비전 제시 ▲계열사 간 경영간섭과 줄 세우기 차단으로 자율 경영 보장 ▲객관적이고 검증 가능한 사외이사 선임 등을 요구했다.

임 내정자 역시 노조의 요청 사항에 대해 흔쾌히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내정자와 박 위원장은 향후 지속적으로 직접 소통하는 한편, 진심과 존중을 다하는 성숙한 노사관계를 만들어가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노조 내부에서는 임 내정자에 대한 신뢰와 진정성을 느꼈다는 분위기다. 실제로 노조는 임 내정자의 회장 선임에 대한 반대 의사를 철회하기로 했다. 박 위원장은 임 내정자와의 면담 이후 전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노조는 임 내정자와 지속적으로, 또 직접 소통하겠다”며 “진심과 존중으로 성숙한 노사 관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3일 임 내정자를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자로 확정했다. 임 내정자는 이달 정기 이사회에서 후보 확정이 결의되면 오는 3월 24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임기 3년의 우리금융 회장직에 오르게 된다. 임 내정자가 정식 선임되면 약 15년 만에 우리금융에 외부 출신 회장이 나오게 된다. 우리금융의 마지막 외부 출신 회장은 2007년 3월 취임해 2008년 6월 퇴임한 박병원 전 회장이다.

임 내정자는 정통 관료 출신으로 금융·경제정책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금융 전문가다.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은행제도과장, 증권제도과장, 금융정책과장, 종합정책과장, 주영국대사관 참사 등을 역임했다. 경제정책국장 기획조정실장을 지내면서 탁월한 정책조정 능력을 인정받아 청와대 경제비서관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이후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총리실장을 역임한 뒤 2013년 6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올랐다. 2015년 3월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한 후에는 금융개혁과 조선·해운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금융권에서는 임 전 위원장이 금융지주 회장과 금융당국 수장을 지낸 경력과 그동안에 쌓인 정관계 인맥을 바탕으로 금융당국과 우리금융의 주요 현안들을 원만히 조율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봐왔다. 특히 외부 인사인 임 내정자가 특정 파벌에 휩쓸리지 않고 중립적인 리더십으로 그룹 쇄신을 이끌어낼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왔다. 펀드 사태와 횡령 사고 등 내부통제 문제 개선을 위해 객관적인 시각을 가진 외부 출신 인물이 적합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만 전직 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노조를 중심으로 관치금융 논란이 커지고 있는 점이 변수로 작용해왔다. 당초 우리금융 노조는 ‘관(官)’ 출신 인사에 반발하며 내부 출신 인사 선임을 요구해왔다. 이와 관련해 임 내정자는 “금융위원장 경력이 아닌 농협금융지주에서 일한 경험과 성과 등을 바탕으로 도전하는 것”이라며 관치 논란에 선을 그은 바 있다. 우리금융 노조도 임 내정자 선임 시 영업 중단까지 예고하는 등 무조건적인 반대 입장에서 최근에는 요구 조건을 제시하며 한발 물러섰다.

임 내정자는 이번주 초부터 우리금융 본사 인근 연수원에 사무실을 꾸려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내달 주총에 대비하는 한편 취임 후 경영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임 내정자는 최종 후보로 선정된 직후 입장문을 통해 “아직 주주총회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회장에 취임하면 조직혁신과 새로운 기업문화 정립을 통해 우리금융그룹이 시장, 고객, 임직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그룹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금융당국도 임 내정자에게 건전한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체계 구축을 요청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일 “지난주 우리금융지주 회장 후보 선임과 관련해 이사회의 결정을 존중하며, 새로운 회장 후보께서 더욱 건강한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체계를 만들어나가길 기대한다”며 “다만 우리나라 금융회사의 회장 선임 절차 등이 글로벌 기준에 비추어 미흡한 측면이 있는 만큼, 승계 절차의 공정성·투명성 제고 등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금융감독원장도 “주주총회에서 결론 나야 최종 확정이 되겠지만, 이사회에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해서 결정했다고 믿고 있어서 이사회 결정을 존중한다”며 “지배구조와 내부통제는 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지 않고, 이를 입법이나 규정으로 규제하기보다는 새로운 회장과 이사회에서 이러한 문제의식을 전제로 자율적인 방식으로 선진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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