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임추위는 이날 회의를 열고 차기 회장 숏리스트 2~3명을 확정한다. 임추위는 다음달 초 두 차례에 걸쳐 인터뷰와 프레젠테이션(PT) 등을 진행한 뒤 최종 후보를 단독 추천할 예정이다. 차기 회장 후보는 오는 3월 중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선임 절차를 거쳐 최종 선임된다.
내부 인사로는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 김정기닫기김정기기사 모아보기 우리카드 사장, 박경훈닫기박경훈기사 모아보기 우리금융캐피탈 사장, 신현석 우리아메리카법인장 등 5명, 외부 인사 중에선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 등 3명이 포함됐다. 이 중 김 전 부회장은 임추위에 회장 후보직 고사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롱리스트는 최종적으로 7명으로 확정됐다. 임 전 위원장은 지난 24일 임추위 측에 차기 회장 입후보 의사를 전달했다. 금융권에서는 이원덕 행장과 박화재 사장, 임종룡 전 위원장의 3파전 구도를 예상하고 있다. 이들 후보가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후 이 행장과 임 전 위원장의 경합이 펼쳐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 사장은 우리금융 내 대표적인 여신 전문가이자 영업통이다. 1961년생으로 광주상고를 졸업했다. 1980년 상업은행에 입행해 주택금융사업단 부장, 경기남부영업본부장, 서초영업본부장, 업무지원그룹장, 여신지원그룹 부행장보 등을 역임했다. 일선 영업 현장에서 직접 주택금융과 여신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초 지주 사장에 올라 그룹사 간 시너지 확대와 자산운용, 연금, 글로벌, 기업투자은행(CIB) 성과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아왔다.
임종룡 전 위원장은 1959년생으로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금융·경제정책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금융 전문가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은행제도과장, 증권제도과장, 금융정책과장, 종합정책과장, 주영국대사관 참사 등을 역임하고 경제정책국장 기획조정실장을 지내면서 탁월한 정책조정 능력을 인정받아 청와대 경제비서관으로 발탁된 바 있다.
우리금융 안팎에서는 7명의 후보 중 유일한 관료 출신인 임 전 위원장의 회장 입후보를 두고 관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우리금융 노조는 “우리금융지주가 모피아와 올드보이의 놀이터로 전락하는 상황이 생길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금융의 1대 주주는 우리사주조합으로 더이상 정부 소유가 아닌 민간금융회사”라며 “차기 회장 선출에서 내부 조직 상황을 잘 알고 영업 현장 실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내부 출신 인사로 내정해 관치 논란을 불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봉수 우리은행 노동조합 위원장은 “우리은행이 중징계를 받은 사모펀드 사태는 임 전 금융위원장에 현직에 있을 당시 규제를 완화해서 지금 상황에 이른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과점 주주들은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임을 감안하면 정부 당국이 사외이사에게 압박을 가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 전 위원장은 관치 논란과 관련해 “금융위원장 경력이 아닌 농협금융지주에서 일한 경험과 성과 등을 바탕으로 도전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임 전 위원장은 25일 한국금융신문과의 통화에서 “우리금융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치유하기 위해 외부의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과도기적일지라도 우리금융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겠나. 관치 논란보다는 회사의 발전을 위해 뭐가 더 바람직한지 판단했음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우리금융 차기 회장 선출 절차와 관련해 객관성이 부족하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날 보험회사 CEO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금융 회장 롱리스트가 어떤 기준과 경로로 작성되는지, 어떤 방식으로 적격 후보자를 걸러 숏리스트를 만들고 기준은 무엇인지, 정량·정성적 평가를 위해 필요한 적정한 시간이 확보됐는지, 물리적으로 가능한지 등에 대한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후적으로 검증 가능한 기준이 마련되고 절차가 진행된다면 절차적인 정당성과 그 결론이 최선이라고 믿고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며 “지금 절차가 그런 것과 비교해 적절한지는 당장 알지 못하고, 이런 짧은 시간 내에 가능한지 판단하기 어려워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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