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전날부터 신규 코픽스 6·12개월 기준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각각 0.4%포인트 내렸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13일 급여 이체나 신용카드 사용시 등에 대한 우대금리를확대하고 가산금리의 일종인 본부조정금리를 조정해 주담대 및 전세대출 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금리 인상기에 유리한 2년 고정금리 및 신잔액 코픽스(6개월 변동) 전세자금대출 상품도 도입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주담대 변동금리 추가 인하는 높은 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금융소비자에게 실질적 도움을 드리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오는 26일부터 주담대 변동금리는 신규 코픽스 기준 최대 1.05%포인트, 신잔액 코픽스 기준 최대 0.75%포인트 인하한다. 전세대출 금리는 신규 코픽스 기준 최대 1.30%포인트, 신잔액 코픽스 기준 0.9%포인트 내린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말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각각 최대 0.50%포인트, 0.75%포인트 하향한 바 있다.
인터넷뱅크인 케이뱅크도 지난 17일 아파트담보대출 고정금리를 최대 0.34%포인트,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 금리를 최대 0.7%포인트 인하했다.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8일 은행장 간담회에서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이 연체와 부실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은행권의 보다 세심한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며 “건전한 고객 기반이 없이는 장기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고객과 동반성장을 위한 상생노력은 장기적으로는 은행의 건전성과 수익기반을 더욱 탄탄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 10일 임원 회의에서 “금리 상승기에 은행이 시장금리 수준, 차주 신용도 등에 비춰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도록 은행의 금리 산정·운영 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모니터링해 미흡한 부분은 개선토록 하는 등 금리산정체계의 합리성과 투명성 제고 노력을 지속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13일에는 “은행권은 대출금리를 내릴 수 있는 재량이 있다”며 “과도한 대출금리 상승으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큰 점에 대해 개별 은행이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채권시장이 안정되자 시장금리도 하락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주담대 혼합형과 신용대출의 지표 금리인 은행채 5년물과 1년물의 금리는 지난 13일 기준 4.133%, 3.918%로 나타났다. 일주일 전인 지난 6일과 비교하면 각각 0.394%포인트, 0.186%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16일 발표된 신규 취급액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하락하면서 주담대 변동형 금리 역시 내려갔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4.29%로 11월(4.34%)보다 0.05%포인트 떨어졌다. 신규 코픽스가 하락한 것은 지난해 2월(-0.05%포인트) 이후 11개월 만이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의 금리를 반영해 상승 또는 하락한다. 신규 코픽스는 변동형 주담대 산정 기준이 된다.
은행들은 대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제도도 도입하고 있다. 중도상환수수료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차주가 정해진 기간에 앞서 대출금을 갚을 때 원금에 덧붙여 내야 하는 돈을 말한다. 은행이 예정된 손실을 보상받기 위해 부과하는 일종의 해약금이다. 은행들은 중도상환금액에 0.7~1.4% 수준에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8일부터 지난해 말 기준 가계대출을 보유한 신용등급 하위 30% 고객을 대상으로 중도상환수수료를 최대 1년간 면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12만4000명의 고객(가계대출금액 약 9조9000억원)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신한은행 측은 추산했다. 우리은행 역시 지난 2일부터 내부 신용등급 5구간 이하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중도상환수수료를 1년간 면제하고 있다.
국민은행도 가계부채 연착륙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다음달 10일부터 외부 신용평가사(CB) 5등급 이하 차주에 대한 가계대출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한다. 국민은행은 이와 함께 부실 우려 차주에 대한 선제 지원 방안으로 가계대출 연체 시 적용되는 연체 이자율도 1%포인트 감면하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금리 인하와 대출 확대 등을 통한 1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가계·기업 대출 시 농업인 우대금리를 0.3%에서 0.5%로 확대하고, 농·식품기업을 운영하는 중소기업 및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우대금리는 0.1%에서 0.3%로 늘린다. 청년 전·월세 상생지원 우대금리는 0.3%에서 0.5%로 높인다.
중기·소상공인을 위해 지역신용보증재단 등에 700억원을 특별출연해 1조원 규모의 자금도 지원할 예정이다. 올해 출시되는 ‘NH고향사랑기부 예·적금’은 고향사랑기부금 납부 고객에게 우대금리 0.5%포인트를 제공하고, 연평균 잔액의 0.1%는 고객이 선택한 지역에 지원한다. 농협은행은 이번 금융지원에 따른 고객 혜택 규모를 연간 1000억원으로 추정했다.
농협은행은 오는 3월부터 모바일뱅킹 앱 NH올원뱅크의 이체 수수료도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전액 면제하기로 했다. 면제 수수료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20억원이다. 국민은행도 전날부터 KB스타뱅킹을 비롯한 모바일·인터넷 뱅킹의 타행 이체 수수료를 전액 면제했다.
이체 수수료 면제 조치는 한용구닫기한용구기사 모아보기 신한은행장이 이달 초 취임과 동시에 시행하면서 은행권에 확산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일부터 모바일 앱 뉴 쏠과 인터넷뱅킹에서 타행 이체 수수료와 타행 자동 이체 수수료를 전액 영구 면제하고 있다.
한 행장은 지난달 30일 취임 기자 간담회에서 “그동안 우리가 이익을 많이 냈던 모바일·인터넷뱅킹 이체 수수료를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면제하려 한다”며 “(이체 수수료 면제 조치는) 사회 하나의 메시지가 될 것 같고 모든 은행들이 같이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다양한 금융 소비자 혜택을 방안을 내놓고 있는 배경으로 최근 이자 장사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점을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금리 기조 속 서민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은행들이 이자 이익에 기대 거둬들인 역대급 실적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지적이 대거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도 압박에 나서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6일 가상자산 관련 금융 리스크 점검 토론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은행은 거의 3000만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일종의 대국민 서비스”라며 “은행들이 이익의 3분의 1을 주주환원하고 3분의 1을 성과급에 쓴다면 최소한 나머지 3분의 1 정도는 국민 내지는 금융 소비자 몫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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