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직후 ETF 사업본부를 신설하는 등 ETF 사업 강화에 줄곧 힘써온 한 대표는 새해도 ETF로 시작을 알렸다. 지난해 상장한 14개 ETF 중 13개가 ‘국내 최초’ 타이틀(Tittle·명칭)을 거머쥔 만큼 이번에도 투자자들의 눈과 귀가 쏠렸다.
한두희 대표는 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ETF를 단순히 투자 상품 가운데 하나로 보지 않는다”며 “고객이 비용 대비 효율적이면서 쉽고 투명하게 거래할 수 있는 대표 투자수단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도 테마형 ETF를 넘어 금리 수익을 추구하는 장·단기 채권 ETF, 투자 목적 설루션(Solution·문제 해결 시스템) ETF 등 개인을 넘어 기관 수요와 수익률 목표 달성을 위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일 것”이라 덧붙였다.
비장의 무기 ‘방산 ETF’… 계열사 뭉쳤다
한두희 한화자산운용 대표가 꺼낸 이번 방산 ETF 카드는 시장에서 ‘비장의 무기를 꺼냈다’는 평을 받는다. 방산 산업에서 독보적 1위를 기록 중인 한화그룹 계열사가 이번 ETF 상장을 위해 뭉쳤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방산 시장에서 한화 계열사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33%에 달한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계열사 임직원이 어벤저스 영웅들처럼 등장해 방산 ETF를 소개했다. 한두희 대표가 인사말로 포문을 열었고, 가재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상무와 이봉진 한화투자증권(대표 권희백) 방산 전문 투자분석가(Analyst),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 사업본부장이 차례로 설명을 이어갔다. 국내 방위산업의 기술력 전망부터 실적, 성장성, 투자 포인트를 알려주고 ‘아리랑 K방산Fn ETF’의 상장 배경 및 상품 소개, 올해 ETF 사업 전략 등을 얘기했다.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아리랑 K방산Fn ETF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대표 손재일·김동관), 한화시스템(대표 어성철), 한화(대표 금춘수·김승모·김동관·양기원·류두형) 등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를 포함해 국내 상장기업 가운데 방위산업을 영위하는 대표기업 10종목을 골라 담았다. 지난해 출시한 ‘아리랑 우주항공&UAM iSelect’와 달리 우주·항공 기업보다는 방산 기업 위주다. 최초 순자산 총액은 160억원이다.
지난해 국내 방위산업 수출 수주액은 역대 최고 수준을 달성한 점이 이번 ETF 상장의 계기가 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자주국방 중요성이 갈수록 커졌기 때문이다.
아리랑 K방산Fn ETF 포트폴리오(Portfolio·자산 배분 전략) 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K9 자주포에 대한 폴란드 정부와의 이행 계약 체결 및 폴란드 지사 설립 등으로 수출 역량 극대화를 노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는 지난해 전쟁 물자 지원으로 발생한 국방 공백을 메꾸고자 한국으로부터 약 124억달러(15조7480억원) 무기를 수주하는 등 국내 방산 기업과 끈끈한 관계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대표 권희백) 방산 전문 투자분석가(Analyst) 분석에 따르면, 올해 국내 방산 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각각 19%, 4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언급한 대로 폴란드 등 해외 수주잔고 매출 인식이 올해부터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방산주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밸류에이션(Valuation·기업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낮은 상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투자분석가는 “국내 방산 기업은 오랜 기간 한미 연합훈련 등 실전에서 검증된 무기체계라는 장점이 있다”며 “단순히 무기 수출뿐 아니라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 병사 교육, 향후 유지 보수 등도 진행할 예정”이라 전했다. 이어서 “수요국 맞춤 무기체계를 적기에 제공할 수 있는 국내 방산 업체의 우수한 생산 능력도 해외에서 높이 평가됐다”고 덧붙였다.
방산 ETF의 향후 성과는 지난해 3월 출시한 ‘아리랑 우주항공&UAM iSelect ETF’를 통해 엿볼 수 있다. 대표 우주·항공 기업에 투자하는 이 ETF는 상장 한 달여 만에 순자산 200억원을 넘어서는 등 투자자들에게 큰 인기를 누렸다. 최근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증시에서 자금이 빠지며 내림세를 걷고 있지만, 한화자산운용은 장기 성장세를 나타낼 대표 ‘메가 트렌드(Megatrend·시대적 흐름) ETF’로 보고 있다.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 사업본부장은 “전 세계적인 국가들이 자주국방을 중시하는 기조는 방위산업에 우호적 환경”이라며 “향후 대한민국의 방위산업은 신규 시장 및 선진국 시장 진출이란 로드맵(Road map·청사진)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어 “방위산업은 성장성에 투자하기 적합한 산업”이라며 “방위산업을 국가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정부 의지와 적극적인 지원 역시 방산 업체의 수출 증가에 긍정적 요소”라고 덧붙였다.
최근 국내에서도 북한과의 전쟁 긴장감이 맴도는 가운데 방산 ETF를 출시하는 게 윤리적인 측면에서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기자 질문에 김 본부장은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전 세계가 ESG(친환경·사회적 책무·지배구조 개선) 경영에 관한 생각이 전환됐다”며 “방위산업은 단순히 전시 무기용을 넘어 자국민 보호 등을 위해 필요한 데다 우주항공산업까지 포함하는 필수 산업”이라 답했다.
독창성·발전 가능성 내세워 성장한 ‘아리랑 ETF’
한두희 대표는 지난해 14개 ETF를 신규 상장했다. 4월·10월·12월을 제외하고 매달 1개 이상 ETF를 출시한 것이다. 14개 중 13개는 국내 최초 상품이었다.
시작은 ‘글로벌희토류전략자원기업MV’ ETF였다. 희토류와 전략자원을 채굴, 정제, 재활용하는 20개 글로벌(Global·세계적인) 기업에 투자하는 이 ETF는 2021년 신설한 ETF 사업본부가 내놓는 2022년 첫 상품이었다.
출시 당시 한화자산운용이 키워드(Keyword·핵심 단어)로 삼은 것은 ‘독창성’과 ‘발전 가능성’이었다. 업계에서 선보이지 않은 상품 중 발전 가능성이 있는 걸 먼저 출시하는 전략이다. 투자자가 다양한 상품을 선택하고 수익을 내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최초라는 타이틀(Tittle·명칭)에 너무 집착하는 거 아니냐고 김성훈 ETF 사업본부장에게 묻자 “고객을 생각하다 보니 얻게 된 타이틀”이란 답변이 돌아왔다. 투자자의 투자 선택지를 넓히고, 투자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고자 차별화된 신규 ETF를 선제적으로 상장해 얻은 타이틀이란 설명이다.
한 대표가 취임 뒤부터 꾸준히 ETF 사업에 공들인 결과는 최근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2일엔 ETF 운용 규모가 NH아문디자산운용(대표 임동순)을 넘어섰다. 지금은 다시 엎치락뒤치락하지만, 순위 변동 자체만 놓고 보면 2021년 6월 이후 1년 6개월 만에 거둔 긍정적 성적표다.
한화자산운용 ETF 운용 규모는 지난 4일 기준 1조4698억원으로, ▲삼성자산운용(대표 서봉균) 33조8010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대표 최창훈·이병성) 29조9702억원 ▲KB자산운용(대표 이현승닫기이현승기사 모아보기) 6조9285억원 ▲한국투자신탁운용(대표 배재규) 2조9981억원 ▲키움투자자산운용(대표 김성훈) 1조7929억원 ▲NH아문디자산운용 1조4782억원에 이어 7위를 기록 중이다.
한화자산운용은 이번 K방산 ETF를 시작으로 올해에도 고객 가치 창출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치열한 중위권 다툼이 전망되는 가운데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겠단 각오다.
이를 위해 ETF 상품의 시장 공급에 주력하려 한다. 새로운 섹터(Sector·분야)나 투자 테마(Thema·주제) 등을 발굴해 ETF라는 투자수단으로 구현하겠다는 얘기다. 아울러 마케팅도 강화할 방침이다. 투자 규모가 큰 매스(Mass) 고객 중 ETF 관심 고객을 중심으로 꾸준한 소통을 위한 디지털 마케팅을 강화하고 선제적 상품 출시 및 투자 트렌드(Trend·최신 경향) 변화를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한 대면 행사를 늘리려 한다. 잠재 고객 발굴과 판매 확대를 위한 계열사 협업 시너지도 극대화할 계획이다.
김성훈 본부장은 “2023년에도 투자자의 가치 창출을 위한 선제적이고, 차별화된 설루션 제공이라는 큰 기조는 지난해와 같다”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투자 환경에 따라 주식뿐 아니라 채권, 멀티에셋(Multi-asset·분산 투자) 등 개인·기관 투자자의 수요에 부합하는 ETF 라인업을 확장 중”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1분기에는 종합 채권 ETF와 초 장기 채권 ETF 등 채권형 ETF를 선보일 것”이라며 “그뿐 아니라 아리랑 ETF의 인지도 제고와 투자자를 위한 다양한 정보 제공을 위해 디지털 마케팅도 확대할 계획”이라 알렸다.
한편, 한두희 대표는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사전 지정 운용제도) 핵심 펀드 상품으로 꼽히는 생애 주기 펀드(TDF·Target Date Fund)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와 금융감독원(원장 이복현)을 중심으로 심의를 거쳐 최종 통과된 259개 상품 중 한화자산운용 상품은 37개로, 종합 3위·TDF 2위를 기록했다.
특히 국내 운용사 최초로 2025·2030·2035·2040·2045·2050 등 모든 빈티지(Vintage·은퇴 목표 시점)가 통과된 점이 업계에서 주목받았다. TDF 운용 규모가 6위를 차지한 KB자산운용의 7644억원보다 한참 떨어지는 840억원가량임을 비춰봤을 때 놀라운 성과다.
한두희 대표 임기는 오는 3월 끝난다. ETF와 TDF 도약 발판을 마련한 한 대표, 과연 연임에 성공할까? 취임 이후 2년 동안 공들인 노력의 성과가 이제야 나타나는 만큼 그의 연임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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