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팍스는 지난달 31일 누리집을 통해 “글로벌 최대 블록체인(Blockchain‧공공 거래 장부) 인프라(Infrastructure‧사회적 생산 기반) 업체와의 실사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며 “양사 간 협의는 대부분을 이뤄졌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이 걱정하는 부분인 고파이(GOFI) 서비스에 관한 언급도 내놨다.
고팍스 측은 본 “고파이에 예치된 자산과 고팍스 고객 자산은 분리 보관돼 있어 영향이 없음을 안내드린다”며 “고팍스는 고객이 예치한 자산 대비 101.5% 이상 보유 중이라 언제든 입출금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고파이는 고팍스가 지난 2020년 12월 미국 디지털커런시그룹(DCG: Digital Currency Group)의 자회사 ‘제네시스 트레이딩’(Genisis Trading·대표 마이클 모로)과의 제휴를 통해 개시한 서비스다. 투자자는 가상 자산을 예치해 이자 수익으로 가상 자산을 받을 수 있다.
인수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묻자 고팍스 측은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누리집엔 ‘비밀 유지 사항 때문에 공개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라고 공지돼있다.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한다면, 그 이유론 ‘한국 시장 점유’가 꼽힌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가상 자산 거래소 가운데 다른 거래소를 사들일 만큼 유동성이 충분한 곳은 바이낸스 하나뿐이라고 한다. 그만큼 몸집이 큰 바이낸스에게 미국과 일본에 이어 전 세계 가상 자산 거래량 3위인 한국은 경쟁자가 많지 않은 블루오션(Blue ocean)으로 여겨질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바이낸스는 그간 한국 시장 진출을 기회가 될 때마다 노려왔다. 지난 2020년 계열사 ‘바이낸스코리아’를 설립해 국내 직접 진출을 도모했었다. 하지만 자금세탁 방지, 투자자 보호 등 금융당국의 규제 장벽이 높아 ‘국내 원화 결제 거래소’ 인수로 방향을 틀어야 했다. 바이낸스코리아도 2020년 말 문 닫았다.
방향을 튼 뒤 얼마 안 돼 2021년 5월엔 빗썸(Bithumb·빗썸코리아 대표 이재원닫기이재원기사 모아보기) 인수설이 돌기도 했다. 빗썸이 바이낸스코인(BNB)을 상장한다고 밝힌 시기다. 하지만, 이후 빗썸의 복잡한 지배구조 문제가 계속 대외적으로 불거졌다. 빗썸을 실제로 인수하려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설에 불과하지만, 업계 관계자에 의하면 한국 진출을 계속 노리던 찰나에 더 저렴하면서도 경영에 최대한 개입할 수 있는 고팍스가 최적이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부터 바이낸스는 부산시와 협약을 맺고 부산 디지털 자산 거래소 설립을 돕고 있다. 기술, 인프라 등을 지원한다. 부산시는 바이낸스의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한 행정 지원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글로벌 블록체인 허브(Hub‧중심축)를 꿈꾸는 부산시를 거점으로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하려는 움직임이다.
바이낸스는 세계 3위 가상 자산 거래소 ‘FTX’(임시 대표 존 J. 레이 3세) 파산 이후 위기를 기회 삼아 확장력을 높이고 있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가상 자산 기업에 손 내밀거나 인수전에 뛰어드는 식이다.
지난해 11월엔 부실기업을 돕고자 10억달러(1조2676억원) 지원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일본의 가상 자산 거래소 ‘사쿠라 익스체인지 비트코인’(SEBC)와 미국의 가상 자산 중개‧대부 업체 보이저 디지털(Voyager Digital‧스티븐 에를리히을) 등 대규모 인수 소식도 곳곳에서 알렸다.
두 번째 이유는 고팍스가 다른 업체보다 인수하기 좋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업비트(Upbit·두나무 대표 이석우닫기이석우기사 모아보기), 빗썸, 코인원(Coinone·대표 차명훈), 코빗(Korbit·대표 오세진)에 이어 국내 ‘5대 가상 자산 거래소’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지만, 아직은 시장 점유율이 0.1% 정도에 불과하다. 거기다 최근 업계 전반적인 상황이 매우 악화하면서 인수 금액 단위가 과거 대비 낮아졌단 분석이 나온다.
고팍스 입장에선 바이낸스 품으로 가는 것이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 바이낸스가 고팍스 최대주주인 이준행 대표의 지분(지분율 41.2%)을 사들여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면 해외투자자와의 접점을 늘릴 수 있게 된다. 국내를 넘어 해외 진출 기회도 엿볼 수 있단 말이다. 다만 인수가 이뤄지더라도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이준행 대표 체제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 소문이 지속해서 나오면서 업계엔 긴장감이 흐른다. 해외 거래소의 국내 진출이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가상 자산 시장은 업비트 독주 체제다. 점유율만 80%를 훌쩍 넘는다. 강력한 자본력을 보유한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마케팅할 경우, 상당한 지각변동이 점쳐진다. 특히 바이낸스와 고팍스 간 연결고리는 국내 투자자의 투자 선택 폭을 넓히고 국내 프로젝트가 해외 진출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만약 바이낸스가 유동성 공급 측면에서 고팍스랑 오더 북(Order book·매매 주문 장부) 연동이 맺어지면 순위 변동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아무래도 투자자들은 유동성에 따라 거래소를 바꾸는 경향도 강하고, 바이낸스가 상장 종류도 350여 개에 달할 정도로 워낙 많아 국내 투자자에겐 매력적이기 때문”이라 말했다.
이에 반해 부정적 전망도 제기된다. 기업 인수라는 게 아무리 자유롭다고 하지만, 지난해 루나(LUNA)·테라USD(UST) 사태부터 위믹스(WEMIX) 사태까지 각종 투자자 보호 관련 현안이 터지면서 금융당국의 가상 자산 경계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원화를 다루는 거래소이기 때문에 계좌를 튼 전북은행(은행장 백종일)까지 고려하면 두 기관의 동의만으로 장밋빛 전망을 그리긴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큰 자본이 들어오는 건 맞지만, 투자자들이 그동안 쓰던 거래 플랫폼을 버리고 전북은행으로 옮기는 수고를 하려면 고팍스만의 무기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관련기사]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